페미니즘의 도전 - 한국 사회 일상의 성정치학, 개정판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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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었던 '페미니즘의 도전'을 다시 펼쳐들었다. 예전에 읽을 당시에는 내용이 참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경향시민대학에서 강의를 들으며 내용을 다시 살펴보니 이해가 훨씬 잘되었다. 글도 잘 쓰면서 동시에 강연도 잘하는 사람이 정말 드문데, 정희진 님은 그 드문 사람 중 한 분인듯.

 

 

책 속에서

 

우리 사회에서 35살이 넘은 여성이 공적 영역에서 건강하게 보람을 느끼고 자아 존중감을 지키면서 일하기(버티기)란 쉽지 않다.(이 글의 주제는 아니지만, 물론 남성도 쉽지 않을 것이다.) 여성에게는 결혼 여부와 관계없이 가정과 일터에서 이중 노동을 요구받는 데다, 동료 남성보다 기회는 적고 능력과 노력은 몇 배로 요구된다(혹은 그래야 한다는 압력을 받는다). 자신의 현실에 만족하기 어렵고, 언제나 부족하다는 결핍감이 누군가에게 미안하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기 쉽다.

 

여성주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 더욱이 편안할 수는 없다. 다른 렌즈를 착용했을 때 눈의 이물감은 어쩔 수 없다. 여성주의뿐만 아니라 기존의 지배 규범, '상식'에 도전하는 모든 새로운 언어는 우리를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삶을 의미 있게 만들고, 지지해준다. 여성주의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의문을 갖게 하고, 스스로 자신을 정의할 수 있는 힘을 준다. 대안적 행복, 즐거움 같은 것이다. 여성주의는 우리를 고민하게 한다. 남성의 경험과 기존 언어는 일치하지만, 여성의 삶과 기존 언어는 불일치한다. 남성 중심적 언어는 갈등 없이 수용된다. 하지만 여성주의는 기존의 나와 충돌하기 때문에 세상에 대해 질문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그래서 여성주의는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남성에게, 공동체에, 전인류에게 새로운 상상력과 창조적 지성을 제공한다.

 

가부장제 사회는 여성을 미혼이든 비혼이든 그의 의사와 상관없이 언젠가는 어머니가 될 것이라고 전제한다. 사실 '생계 부양자 남성/가사 노동자 여성'이라는 성역할 모델은 극히 일부 중산층만의 전형일 뿐, 대부분의 가정에서 여성은 생계 부양자이자 가사 노동자다. 하지만 여성은 어머니가 될 가능성이 있기 떄문에 남성 임금의 절반을 받고, 남성은 아버지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여성보다 더 많이 받는다. 잠재적 어머니로 분류되는 여성 노동자는 노동 시장 진입에서부터 임금, 승진에 이르기까지 '어머니냐, 노동자냐'라는 정체성을 택일할 것을 강요받거나, 택일하지 못할 바에야 둘 다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

여성주의는 이분법적 사유와 거리가 멀다. 여성주의는 남성을 미워하거나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애정이든 증오든 이제까지 남성에게 쏟았던 기운을 여성 자신에게 돌릴 것을 제안한다.

 

우리가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거의 모든 말은 백인, 남성, 중산층, 성인, 비장애인, 이성애자, 서울 사는 사람의 시각에서 구성된 것이다. 중립적인 말,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언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남성의 관점은 가장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고, '피해' 집단도 가장 광범위하다. 또한 성차별은 다른 사회적 억압의 모델을 제공하여, 사회적 약자는 여성으로, 강자는 남성으로 성별적으로 재현된다. 여성주의가 중요한 것은 성차별이 가장 중요한 모순이어서가 아니라, 지배-피지배의 관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나이에 맞는 삶에 대한 문화적 규율이 워낙 막강하기 때문에 인생을 다르게 살 자유, 방황할 자유가 없고 그것은 쉽게 낙오로 연결된다. 취업시 나이 제한이 당연한 규정으로 간주되는 사회에서 남과 다르게 사는 것은 곧 생존권을 위협하는 문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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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서바이벌 가이드 - 살아있는 시체들 속에서 살아남기 완벽 공략
맥스 브룩스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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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전쟁Z를 읽은 독자라면 반드시 한 번은 읽어야만 할 책. 아니 그 전에 읽어도 좋으련만, 세계전쟁z를 먼저 읽은 사람으로서는 전형적인 서사구조가 아닌 구조로 인해 뭔가 풀리지 않았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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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기생충 열전 - 착하거나 나쁘거나 이상하거나
서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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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서적으로 마땅히 분류를 하여야겠지만서도, 읽고나서 느껴지는 생각들은 다분히 인문학적인 사유들이다. 진화론이 결국 사회과학 발전에 영향을 주었던 점이 생각나는 지점. 이 책에 이어 `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를 같이 읽어보면 더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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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낯의 시대
서화숙 지음 / 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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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글필을 통해서 지난 5년여간 한국사회가 어떻게 망가져 갔는지, 특히 공공영역, 정치영역의 후안무치가 구성원들의 삶을 어떻게 말라붙게 만들었는지 드러난다. 교육과 생태적 삶에 대한 감각이 특히나 돋보였던 보기드문 칼럼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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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핀다 - 자연에서 찾은 우리 색 보림 창작 그림책
백지혜 글.그림 / 보림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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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고 색감에 놀라고, 소담한 꽃들에 놀라고, 오래도록 손에서 놓지 않음에 다시 한 번 놀란다. 소박한 가격에 너무 큰 만족을 주어서 작가님에게 송구했던 신기한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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