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명훈 작가의 시선이 가 닿는 지평은 어디까지일까? 오랜만에 마주하는 작가의 소설집을 그저 반가워 하기엔 그간 걸어온 십여년의 필적은 넓고도 깊다. SF작가로 쉽게 단정하기에는 그의 글이 담는 시간의 폭 뿐만 아니라 공간의 폭이 가늠하기 어렵다. 도시와 초원을 가로질러 심해와 극지방을 주유하다가 첨예한 분쟁의 한복판과 창공에 펼쳐진 공연장이 그의 글이 가 닿는 지점이다. 정녕 우리가 귀히 여겨야 할 것은 이 버범한 작가가 그의 재능과 성실함으로 넓혀가고 있는 우리 모국어의 점유지리라.
말과 인물이 빚어내는 성찬. 아이러니한 생의 비애와 해학이 함바집 소란마냥 푸짐하기 이를데 없다. 여기서 그려내는 우리네 삶은 한 번 미끄러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하기에 다시 돌아올 생각일랑 일찌감치 접고 화려하게 불타 오르는 수 밖에 없다. 피묻은 칠면조 곁에 두고 주차된 빈 벤츠트럭에 무턱대고 올라 질주하는 육체노동자처럼..
아마도 이 책에 대한 리뷰는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남길듯하다. 그 명성에도 불구하고 로마인이야기와 파운데이션 시리즈를 돌고돌아 읽기 시작한 시리즈에서 이제 겨우 1/6을 마쳤다. 역사란 것이 마땅히 그렇지만 곱씹어 읽을 수록 동시대 인간과 사회, 문명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그저 겸허해질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