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시간이 걸린 1권을 읽어내자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며 독서를 이끌어갔다. 케이시, 엘라, 테드, 리아…처음에 낯설었던 한국계 이민자의 뉴욕 생활이 곁에 살아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로 울림을 갖게 할 정도로 묘사의 핍진성이 대단하다. 특히 옷차림과 향기를 묘사하는 공력은 탁월했다. 파친코에 이어 전작까지 만족스런 독서를 선물해준 이 작가, 차기작이 기다려진다.
하얼빈으로 향하는 헐벗은, 그러나 결연한 안중근의 마지막 시간들을 김훈은 적는다. 그마저 오랫동안 감당하지 못했던 이야기지만, 남은 시간의 절박함을 깨닫고 써내었다. 거사를 이루고 삶을 정리하며 책을 써내려간 안중근의 절박함을 이해할 수 있는 때, 작가는 쓸 수 있었을 거라고 짐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