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소크라테스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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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모르던 꼬마 시절- 아이들은 선입관이라는 적과 싸운다. 그래서 커닝을 하고, 미술관의 작품을 훔치고, 영웅에 관한 소문을 만들고,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유명 야구 선수가 탄 차를 뒤쫓는다. 그렇게 단단하고 커다란 벽을 무너뜨린 후 아이들은 그들만의 싸인을 만든다. 먼 훗날 어른이 된 자신들에게 보내는 마법 같은 메시지를...


이사카 고타로 데뷔 20주년 기념작 '거꾸로 소크라테스'는 다섯 편의 중편을 담은 소설집이다. 모두 아이들이 주인공이고, 어른 세계가 만든 선입관이라는 괴물과 싸우는 이야기다. 내 안의 몽상가와 현실주의자, 둘 중 어느 쪽도 실망하지 않을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소설은 아이들의 무용담을 담고 있지만 그 모든 모험은 현실의 테두리 안에서 벌어진다. 그렇다고 해도 이사카 고타로는 뼛속까지 판타지를 꿈꾸는 작가가 아닐까 싶다. 아무래도 현실주의자 보다는 몽상가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어져 있고 이 점이 만족스러웠다.


돌아보면 역시 내가 가장 좋아한 일본 작가는 이사카 고타로였다. '러시 라이프'로 이 작가의 팬이 되었고 그 후로 '중력 삐에로', '칠드런', '명랑핸 갱이 지구를 돌린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오듀본의 기도', '사신치바' 등의 작품을 연속으로 읽으며 이사카 고타로 특유의 판타스틱 한 세계관에 푹 빠졌다. 이 작가의 소설이 매력적인 이유는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경계의 벽을 허물며 자유로운 창작관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법은 이후 일본은 물론 국내 젊은 작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으리라 본다. '골든 슬럼버'의 대성공 이후 조금 주춤한 느낌이 들었지만 최근 발표한 '화이트 래빗', '서브머린', 'AX', '후가와 유가'등에서 다시 예전의 재기 발랄함을 되찾은 듯해 기쁘다.


'거꾸로 소크라테스'는 초창기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을 보는 것처럼 시종 보석처럼 번뜩이는 재미로 가득하다. 다섯 편 모두 재미있었지만 그중에서도 표제작인 '거꾸로 소크라테스'와 농구 소년들이 무차별 살인마와 대결하는 이야기를 다룬 '언스포츠맨라이크'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책장을 덮고 나면 문득 어린 시절이 그리워진다. 그때 어째서 세상이라는 벽에 부딪쳐볼 엄두도 내지 못했을까? 좀 더 용기있게 달려보지 못했을까? 그때만 가능했던 많은 이야기를 써 나가지 못했을까? 아이 때 더 많은 모험을 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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