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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풍경. 약 4미터의 바람이 통하는 공간과 남쪽 개부구가 기분 좋다. 직경 120센티미터, 높이 63센티미터의 둥근 테이블도 고이즈미 씨의 디자인이다. 매일 식사시간이 즐겁다.
상당히 특수한 집이라는 이유로 곧 잡지의 취재 이야기가 나왔다. 잡지 『브루투스』에서 ‘도쿄 23구 안에 집을 지을 수 있을까?’라는 특집을 마련했다.
우리 집은 23구 밖에 있지만 특집 편으로 평범한 가족이 살아가는 현대 최소한의 주거를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물론 마쓰자와 주택 이야기를 포함해서다. 『브루투스』는 이제까지 3년간 1년에 한 번씩 주택특집을 해왔다.
그동안은 주로 건축가가 건설한 임대물건을 소개하며 평생 빌려 사는 것도 좋다고 주장해 왔다. 그걸 이번 호에서는 손바닥을 뒤집듯, 역시 작더라도 내 집을 지어 보자는 특집이다. 이건 뭐 내가 주인공일세.
나는 주로 업무로 취재에 응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OZONE의 일이나 전람회 건이 아닌 내 개인의 일로 취재되는 것은 처음이었다. 반쯤 업무의 연장이라 생각할 수도 있으니 어중간한 기분이다. 실은 이번 특집호 주택부품 소개 부분에도 협조하기로 했다.
이번 특집호에 ‘작고 마음대로인 집’으로 스미레 아오이 하우스가 소개되었다. 보통은 그 사람이 어떤 집에 살고 있는가는 같이 일해도 알 수 없다. 집을 보면 그 사람의 사고방식과 취향이 전부 드러난다. 밖에서 아무리 숨기고 다녔어도 소용없다. 내 사생활은 공개되었다. 어쩐지 부끄럽다.
그 후에도 잡지 취재는 이어졌다. 『크로와상』, 『건축지식』, 『컴포트』 순으로 취재가 이어졌다. 취재 방법이나 소개 방식이 잡지에 따라 많이 달랐다.
그 후에는 텔레비전에서도 여러 차례 취재 요청이 이어졌다.
하지만 마누라는 텔레비전에는 나가고 싶어 하지 않았다. 본인은 물론 스미레나 아오이가 알려지는 것도 싫어했다. 나는 이 집을 여러 사람에게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라 생각이 좀 달랐지만, 마누라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가족을 알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어떤 방송에서 어떤 식으로 스미레 아오이 하우스를 다룰지 모르니 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잡지는 기본적으로 돈을 들여 구입하는 사람들이 보는 것이니 관심 없는 사람은 보질 않겠지만 텔레비전은 누구나 보는 것이므로 좋지 않단다.
일리 있는 말이다. 말도 안 되는 방송도 많으니 가족이 놀림감이 되는 것은 나도 싫다.
나는 타협안을 내놓았다. 모든 취재에 응하는 것은 그만두기로 했다.
하지만 ‘와타나베 아쓰시의 건물탐방’ 프로그램에는 꼭 나가고 싶었다. 장수 프로그램으로 와타나베 씨가 직접 700채 이상의 집을 방문해 소개한 방송이다. 개중에는 건축가의 작품들이 많아 볼 만한 방송이다. 회사 일로도 심포지엄이나 OZONE에서 만드는 잡지의 취재 건으로도 신세지고 있었다. 들은 말로는 기둥전도 보러 왔고 마쓰자와 주택을 보고 정말 좋아했다 한다.
“그럼 당신만 나가요.”라는 마누라의 명령에 따라 나만 나가기로 했다.
방송은 즐거웠다. 제작진을 미리 만나 회의를 했지만 와타나베 씨는 촬영 당일 처음 집에 왔다. 와타나베 씨는 건축을 정말 좋아해서 공부를 계속한 덕인지 내가 하는 집에 대한 이야기들을 온전히 이해했다.
집에 텔레비전이 없어서 마누라는 아직도 그 방송을 못 봤다. 나는 방영일에 부모님 집에서 봤다.
확실히 텔레비전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방영 시간에 집에 있던 마누라 말로는 방송이 끝나자마자 몇 사람이 집을 보러 왔단다. 나도 방송 다음날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어 왔다.
이렇게 잡지와 텔레비전에 소개되자 스미레 아오이 하우스는 금세 유명해져 버렸다. 한동안은 사람들에게 “방송 잘 봤습니다.”라는 인사를 듣고 다녔다.
매일매일이 신나는,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는 집
집은 살아 봐야 알게 되는 것들이 많이 있다. 그렇게 알게 된 것이 이 집이 굉장히 쾌적하다는 사실이다. 놀러온 여러 사람에게 “살기에 좀 어떠십니까?”라는 질문을 듣고 “정말 좋습니다. 쾌적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진심이다.
대부분 최소한 주거에 흥미를 표하며 보고 싶어 했다. 하지만 별장이라면 몰라도 항상 사는 집이 그렇게 작아서 괜찮을까, 라고들 생각했다. 내 생각도 그렇다. 꽤 각오가 필요했다. 하지만 막상 살아 보니 내 생각이 틀렸던 것이다.
우리 가족 모두가 고민 끝에 세운 집에 살고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매일 쾌적하고 즐거운 생활을 하고 있다.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는 집이다. 아침이면 가족 모두가 테이블에 모여 앞에 펼쳐진 녹지를 바라보며 식사를 한다. 이 테이블도 고이즈미 씨의 아이디어였다. 120센티미터 크기의 동그란 테이블이다. 이제까지는 90센티짜리를 사용하다가 바꾼 것이라 굉장히 커진 느낌이었다. 63센티미터로 기분 좋은 높이다.
눈앞에서 아침 해가 녹지를 감싸고 작은 새들이 날아오른다. 여행지의 리조트에서 묵는 기분이다. 앞길은 인적이 드물다. 출근하는 샐러리맨과 초등학생 정도다. 매일 같은 사람이 다니다 보니 그 시간도 일정하다. 길에서도 집 안이 보이겠지만 정원 길이가 5미터 정도 되니 시선이 그리 신경 쓰이지는 않는다. 손을 흔들며 지나가는 초등학생도 생겼다.
휴일에 점심을 먹고 있으면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고 있는 기분이다. 저녁에는 무엇보다 조명이 예쁘다. 저녁 늦은 시간 집에 돌아오는 길에 보면 상점가의 쇼룸처럼 보이기도 한다. 커다란 조명기구를 열고 들어가 만나는 바람이 통하는 공간이 정말 마음에 든다.
다다미방으로 해서 정말 다행이다. 천장 높이가 180센티미터인 4량 반 크기의 정말 작은 공간이다. 다실 같은 느낌이다. 2층의 워크룸도 편리하고 부엌도 좋다. 세면대, 화장질, 욕조도 쾌적하다.
바람이 통하는 공간의 마루에는 바닥 난방을 넣었다. 나중에 클레임이 많이 들어온다며 업자가 꺼려하던 일이었다. 내가 책임질 테니 해 달라 부탁하길 잘했다. 정말 안락하다. 낮에는 햇볕이 집 안 가득 비추니 따뜻해 난방은 저녁 때만 조금 사용하면 된다.
여름에 너무 덥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1층에서 올라가는 온기로 2층에서 견디기 어려워지지 않을까 걱정해, 1층 다다미방에 조그만 에어컨을 달고 정말 더운 날에는 그 방에 모여 지냈다. 남쪽의 큰 문을 열면 더운 바람이지만 잘 통해 견딜 만했다. 겨울의 추위와 여름의 더위를 느껴 보니 작은 집이기 때문에 효율 높은 쾌적한 생활이 가능함을 실감했다.
손님들도 오래 머물다 갔다. 마음이 편한가 보다. 스미레와 아오이의 친구들도 놀러왔다 자고 가는 아이들이 많았다. 초등학교 2학년이라 아직 남의 집에서 자 본 적이 없는 아이였는데 어쩐지 우리 집에서 자고 가고 싶단다. 아이들에게도 재미있는 집인가 보다.
이 집에 살게 되어 행복하다고 매일 생각했다. 밤에 혼자 일어나 집 안을 둘러보며 행복함을 곱씹는다. 내가 좀 별난 걸까. 집에서 지내는 시간도 늘었다. 가능하면 집에 있고 싶다. 마누라가 부러워.
“이런 분에 넘치는 공간을 하루 종일 나 혼자 즐기고 싶다.”고 하면 마누라가 날 미친 놈 취급하겠지. “이렇게 작은 집에 어떻게 살아요?”라고 자기 입으로 말했던 건 기억도 못하겠지. 이 집을 제일 마음에 들어한 건 마누라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