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 장화, 모자, 장갑, 목도리까지 엄마의 목소리에 부랴부랴 가던 길을 멈추고 하나씩 챙겨 입습니다. 그 가운데 아이의 표정이 재미있어요.
빨리 나가고픈 그 마음때문에 엄마의 목소리는 이내 잔소리로 들리는지 눈썹이 치켜올라가지요.
다 완성된 모습으로 밖에 나가지만, 아이는 똥이 마려워 다시 집에 들어오는 해프닝으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Q. 아이가 그냥 나가게 두면 안되었나?
어제 어린이집 차를 기다리면서 로순이(제 딸) 친구엄마와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 친구는 옷을 스스로 골라입는다고 하더라구요. 덕분에 한 겨울에 반팔을 입은 적도 있고, 한여름에 털옷을 입고 간적도 있대요. 그래도 엄마는 아이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말했습니다. 한 겨울 반팔을 입어서 감기에 걸릴 수 있지만, 그 뒤론 날씨에 적절한 옷을 고르는 판단력이 생겼다며 자신의 육아법을 조근조근 얘기하더라구요. 우리는 아이들에게 자기주도적인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바라면서 정작 결정권은 쥐어준적이 없다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이 그림책을 보면서도, 같은 생각이었어요. 아이는 결국 얼마 놀아보지도 못하고 똥이 마려워 집에 들어옵니다. 얇은 옷차림으로 나갔어도 얼마있지 못하고 들어왔을테고, 밖이 춥다는 걸 몸소 체감했으니 옷을 단단히 껴입고 다시 나갔을 수도 있겠지요.
그림책 <눈이 와요>를 단순히 스토리를 즐기는 입장이 아닌,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니 더 깊은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 수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