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손흥민은 50미터를 5.5초에 내달렸다. 마치 그의 질주는 뛰면서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망설임 없이 내달리다 하늘로 떠오르듯, 책임감으로부터의 해방과 그 후련함이 엿보이는 역주였다. 마지막 볼터치는 가벼웠고, 골망은 부드럽게 흔들렸다. 한국은 독일을 꺾었다. 전이었으면 나조차 믿지 않았을 문장을 반복한다. “한국은 독일을 꺾었다.”


한국은 처절하지도 않았고 불쌍하지도 않았으며 불가능은 없었다. 나는 그의 질주에서 도리어 기를 얻었다. 해볼 때 까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끝까지 달려보자고 말이다. 월드컵 관심없다며 툴툴거렸는데... 한국 특유의 그 악바리 근성, 그걸 너무 오랜만에 두 눈으로 목격한 나머지, 눈물이 흘렀다. 가슴이 타올랐다. 뜀박질은 손선수가 했는데 정작 내 심장이 광광 뛰었다. 


2.


그의 질주에는 한국인을 감동케 할 근성과 투지가 보였다. 답답함을 일거에 해결하는 한국 특유의 화끈함. 게으른 민족이라 비난받던 한반도의 사람들, 전쟁의 폐허 속에서 가난과 빈대와 굶주림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였던 대한민국.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쉬지않고 내달려 이제 선진국의 발끝까지 쫒아온 한국의 근성.


어느새 우리나라, 저렇게 내달려왔구나. 그리고 해냈구나. 


손흥민의 질주에서, 턱 근육이 얼얼할 정도로 꽉 깨문 그의 표정에서 내가 그런걸 느꼈다면 과한 몰입일까? 나는 계속 그의 앙다문 입이 떠오른다.


문 대통령께서 말했다. “그러나 과거에 실패해 왔었다고 이번에도 실패할 것이라고 미리 비관한다면 역사의 발전 같은 것은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라고. 우리도 지레 겁먹지 말고 좀 자신감을 갖자고 기를 불어넣어주는 것 같아 도리어 용기를 얻었다. 가능성이 없는 이유는 도전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말을 조심스레 다시 믿어본다. 투지와 근성, 한동안은 개인주의자라기보다 '근성의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으로 자랑스럽게 살아야겠다. 고맙다. 우리 선수들!




- 2018.06.28 @PrismM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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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8-06-28 20: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와 같은 느낌 받으셨는데, 결론은 사뭇 다르십니다.
시스템과 구조는 받쳐주지 못하는데 개인에 의지해 악바리로 덤비는 모습이 무척 슬퍼 보였습니다. ㅠㅠ
우리는 언제까지 이렇게 축구해야 할지 슬펐습니다. ㅠㅠ

프리즘메이커 2018-06-28 21:02   좋아요 1 | URL
아마 같은 결론일겁니다 ㅋㅋ 저는 글에서 결론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시스템과 구조의 독일을 악바리 한국이 이겼다는 ‘이변적인‘ 사태에 대한 감상입니다.
아마 축구를 지켜본 국민의 대부분이 북다이제스터님과 같은 생각일것입니다. 저도 그렇구요 ㅠㅠ

고양이라디오 2018-06-28 21: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명승부였습니다^^b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ㅎ

프리즘메이커 2018-06-28 23:16   좋아요 1 | URL
이번 축구로부터 좋은 이야기를 얻은 듯합니다. 고맙습니다!!

stella.K 2018-06-29 1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차범근이 해 보기 전엔 아무도 모른다고 맥주 CF에서
그러지 않았습니까?
이영표가 신통하더군요. 2:0이라더니 말입니다. ㅋ
설마했는데 그렇게 되는 거 보고 역시 이 사람 말은
믿을만하구나 싶었습니다.

나이드니까 축구 같이 피말리는 스포츠는 좀 안 보게되더군요.
그러다 제가 지레죽겠더군요.
좀 대등해서 펄펄 날아야 볼만도 할텐데
간신히 턱에 차서 하는 걸 보면 안쓰럽고, 마음 아프고 그렇더라구요.ㅠ

프리즘메이커 2018-06-29 16:34   좋아요 0 | URL
어제 일본 하는 거 보니까 명예로운 죽음이었습니다. 이제 시스템과 문화를 손볼 차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