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찰스 사치, 아트홀릭 - 우리 시대의 가장 독보적인 아트 컬렉터와의 대화
찰스 사치 지음, 주연화 옮김 / 오픈하우스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 원제: My Name is Charles Saatchi and I am Artholic(2012;영국)

 

[나, 찰스 사치, 아트홀릭] 이 책 말고 또 그의 민낯을 보게 될 날이 올까

 

 

찰스 사치를 처음 안 것은 2010년 번역된 <은밀한 갤러리(원제: The $12 million Stuffed Shark, 2009)>를 읽고서였다. 경제학자이자 현대미술 수집가인 저자가 쓴 아트마케팅서로 현대미술계의 현주소와 시장 생리에 대한 분석이 날카로운 책이라 무척 재밌게 읽었다. 500쪽이 넘어가는 그 책에서 유독 눈에 들어오고 잊히지 않는 한 이름이 있었다. 찰스 사치. 21세기 메디치, 세계 최고의 갤러리스트, 현대 미술의 아이콘 등 그를 수식하는 화려한 표현은 엄청 많았다. 좀 더 아는 사람들은 광고계에서의 그의 아성도 익히 듣고 있었다. 하지만 그를 향한 표현들엔 질투 반 거부감 반의 부정적 늬앙스가 깔린 것들도 상당히 있었다.

 

수많은 언론이 그의 개인사를 노출하였다. 공개 석상에서 찰스 사치를 비난하고 다니는 화가에게 자기가 그의 그림을 사줬으면 감정이 달라졌을까라며 쿨하게 웃어 넘기는 찰스 사치의 말처럼, 찰스 사치가 그림을 산 작가는 바로 화제에 오른다. 간택을 받은 것마냥 작가 스스로 황홀해 하며 그의 이름을 자기 PR에 적극 이용하는 작가도 적지 않다. 그러나 막상 그는 그 자신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꺼려 했다. <나, 찰스 사치, 아트홀릭>은 그런 점에서 대단히 의미 있는 책이었다. 그가 그 스스로에 대해 가장 길게 말한, 유일한 공식 인터뷰집이며 이 책을 필두로 책도 안 쓰기로 유명했던 찰스 사치가 다른 책들을 몇 권 잇달아 낸다. 책 제목 역시 가장 솔직하게 자기소개해달라는 질문에 대한 사치의 답을 그대로 따왔다.

 

원래 이 책은 2009년에 초판이 나왔는데 2012년 사진 자료 등을 좀 넣어 개정증보판을 냈다. 어떤 질문은 굉장히 무례하거나 무식하게 느껴질 만큼 이상한 질문들도 상당한데도 버리지 않고 책에 담았다. 그런 질문에도 우문현답하고 노련하게 잘 넘기는 걸 보고 역시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였다. 질문 질의 편차가 너무 심했던 것은 일반 대중, 저널리스트, 비평가들의 질문을 모두 수용했기 때문이었다. 뉴스를 백날 봐도 알 수 없는 찰스 사치의 인간됨됨이가 꽤 적나라하게 보이는 책이어서 참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이 유용하고 이 책에 유용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찰스 사치가 궁금한 사람에겐 이만한 책이 없지만 단순히 유명한 사람이라고 읽었다간 이게 뭔데 할 수 있다. 가장 아쉬운 것은 땡스북스스튜디오(서점하는 그곳 맞다) 책 디자인이었는데 설마 일부러 의도가 있던 것은 아니었겠지, 왜 책 속에 있는 사진을 죄다 픽셀 깨지게 해놓았는지가 의문. 기껏 이렇게 섹시하게 만들어 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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