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보시집 - SNS 스타 작가 최대호의 읽으면 기분 좋아지는 시, 스페셜 에디션 읽어보시집 1
최대호 지음, 최고은 그림 / 넥서스BOOKS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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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보시집] 지금 우리가 부른 시인

 

 

대졸자 증가와 극심한 취업난의 유일한 장점이 있다면 글쓰기와 책에 대한 대중들의 경외심이 거의 없어졌다는 것이다. 글쓰기 책이나 강의가 인기 많고, 특히 SNS에 최적화인 짧은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높다. 우리 세대는 이제 4년제 대졸자치고 공모전 수상 경력 없는 사람 찾기 힘든 경지에 다다랐다. 여행을 가도 책으로 내는 것은 이제 세대 보편적 욕구가 아니라 필수적 사명이다. 파워블로거나 바이럴마케팅 업체가 아니어도 일 방문자수 수천대의 블로그를 운영하고, SNS 팔로워 수천 명을 관리하는 영세 네티즌이 수두룩하다. 과거에는 자소서에 한줄 더 쓰러 기획 동아리를 만들었다면, 이제는 유령 회사쯤은 만들어야 너 좀 경험과 열정 있구나 하는 시대다. 블룩(blog+book)5년을 채 못 버티고 흔해 빠진혹은 퇴물아이템이란 소리를 듣기 시작하였다. 열정페이는 작가 지망생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글을 기고하고 책을 낼 수 있는 채널과 방법은 늘었다. 대신 아무렇지 않게 당연하게 무료 원고나 푼돈에 저작권을 양도하기를 제안한다. 이토록 아름답고 스마트한 우리들의 시대의 문학 트렌드를 요약하면 콘텐츠적으로는 축소화고 시스템적으로는 ‘CPND’라 하겠다.

 

 

평소 시를 즐기는 편도 아니고, 요즘 너무 바빠서 철벽 수비로 신간을 피하고 있다. 그럼에도 엄청난 망설임 끝에 <읽어보시집>을 읽기로 마음먹은 것은 시에 대한 조예와 관심보다, 죽은 마케터의 살아 있는 본능 때문이었다. 지금 시대가 부르는 유행 타거나 트렌디한 제품, 영감과 공부거리를 주는 제품에 대한 본능적 이끌림 말이다. <읽어보시집>의 저자 최대호는 하상욱에 이어 두 번째로 정식 단행본을 낸 SNS 시인이 되었다. 그는 2의 하상욱보다는 한국 최초의 손글씨 SNS 시인으로 불리길 원한다고 하였다. 혹자는 문인화가이자 시인으로 페이스북에 그림이 있는 붓시를 올리는 김주대까지 합쳐 우리나라 3SNS 시인으로 꼽지만, 그는 90년대 초반에 정식으로 등단한 정석 시인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SNS 시인으로 말하기 곤란하다. 똑같이 손글씨 시를 페이스북에 올리고 있고 등장 시기도 비슷해 최초를 겨뤄봐야 할지도 모르는 이환천 시인의 경우 아직 페이스북 펜 수가 4만명 대이고 책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장르 개척자이자 선점자로 성공은 하긴 했지만, 수많은 경쟁 상대들이 쫓아오고 있는 중이다. 


트위터 https://twitter.com/dhcusoon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bosizip

블로그 http://blog.naver.com/dhcusoon

카카오스토리 최대호

 

 

최대호의 가장 큰 차별점은 거의 모든 PC 및 모바일 웹 채널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카카오스토리를 비슷하면서 다르게 운영하고 있고, SNS만큼은 아니지만 블로그도 사용한다. 또 지금은 운영 중지되었지만 홈페이지에 애플리케이션까지 만들었다. <읽어보시집>의 책 출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책 제목은 읽어보시집은 저자의 페이스북 이름이다. 그 제목으로 자신의 각종 SNS에 올렸던 주옥같은 시들을 모아, 친동생이 그림을 그리고, 가족들이 합심하여 가내수공업으로 종이책을 만들고 주문 판매하였고, 전자책 플랫폼 중 하나인 리디북스를 통해 무료 전자책으로 배포하였다. 그러다가 종합출판사인 넥서스의 눈에 띄어 러브콜을 받고 ISBN이 붙은 정식 단행본으로 출간된 것이다. 책 제목도 바꾸려다가 그대로 가기로 하였다. 언뜻 시집과 넥서스의 조합이 낯설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직접 보면 바로 의문이 풀린다. 넥서스에서 내는 책들은 대부분 실용, 청춘, 트렌디로 설명 가능하다. SNS 기반에 흑백 삽화를 곁들여진 읽어보는시집은 컬러링도 가능한 읽고 쓰는시집으로 발상을 심화시켰다. 가내수공업으로 제작했던 책은 한정판 부록의 형태로 본책에 딸려 스페셜 에디션이 되었다

 

 

또 취업준비생인 저자에게 이 책은 수많은 청춘 이력에 묶일 일종의 포트폴리오기도 하다. 그래서 생각하는 데 5시간, 쓰는 데 5, 읽는 데 5일지언정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거리가 많은 흥미로운 책이었다. 동종 업계 경쟁자 혹은 동료를 접한 자극과 설렘도 있었고. SNS에서 소비되는 시기에 무겁지 않고, 짧지만 반전을 강조하고, 내내 유쾌하다. 아무리 아껴 읽어보려 해도 순식간에 마지막 장을 덮고 마는 책이다. 그러나 <읽어보시집>엔 글로 놀리는 오빠와 그림으로 복수하는 애증의 남매애가, 오그라든 손발로 공감의 물개박수 치게 만드는 연애 좀 많이 해본 오빠의 애정시가, 힘들어도 씩씩하고 건강한 청춘이 담겨 있다. SNS에서는 볼 수 없는 시들이 적잖고, SNS의 속성상 뒤로 밀리거나 다른 글과 섞여버린 타임라인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한 번에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소장 가치는 충분하다. 한국 문학의 위기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런 책의 등장이 기성, 신인할 것 없이 가볍고 얇은 소모성 작품 집필에 몰두하는 요즘 세태를 확인 사살하는 또 한 컵의 기름이라고 곱게 보지 않는 이들도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읽어보시집>은 최대호는 지금 우리가 부르고 만든 시인이라는 것이다. 오늘의 우리가 찾고 열광하는 글이 궁금하다면 <읽어보시집> 꼭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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