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거인 철학하는 아이 3
마이클 포먼 글.그림, 민유리 옮김, 이상희 해설 / 이마주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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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거인] 친구와의 싸움으로 설명하는 반전 메시지

 

 

 

새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신간과 오프라인 서점을 살리기 위해 악성재고와 소비자 민심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어떤 특단의 강경 조치 없이는 출판 생태계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주장하는 수많은 출판인들의 목소리 때문에 등장한 정책이긴 하지만 이번에도 맹점이 하나 있다. 출간 18개월이 지나 구간으로 전환된 도서는 재정가가 가능하다는 것. 이번 정책 시행으로 갈 곳을 잃은 악성재고가 모 온라인서점이 운영하는 중고서점으로 몰릴 것이고 자사 책을 쓰레기로 여기는 출판사나 재정가 매기기를 할 것이란 예상을 보기 좋게 뒤엎고 정책이 시행한 지 며칠도 안 되어 주요 온라인 서점에 바로 재정가 도서전이 등장하였다. 반값 이상 내린 재정가로 10% 할인 시 도서정가제 시행 전과 비슷한 수준의 폭탄 세일을 하는 출판사도 적지 않았다. 특히 아동 전집이 그렇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상위 50대 출판사 대부분은 아동서 및 학습서 전문 출판사이다. 그만큼 매년 엄청난 양의 아동서적이 쏟아지고 소비된다.

 

 

그러다보니 일반적인 독서로는 한 출판사의 전집 시리즈를 처음부터 꼬박꼬박 챙겨 읽기가 쉽지 않은데, 올해 조선일보 출판총괄계열사인 조선에듀케이션과 인연이 닿아 시리즈 하나를 처음부터 꼬박꼬박 읽어가고 있다.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르겠지만 기꺼이 즐기고 있다. 어린이문학 브랜드 이마주에서 펴낸 철학하는 아이시리즈, 6<아버지의 마을 오라니>, 9<세상을 다시 그린다면>에 이어 12월에 나온 세 번째 책은 영국 작가 마이클 포먼이 쓰고 그린 그림책 <두 거인>이다. 이쯤 되니 슬슬 시리즈가 대충 틀이 잡힌 것 같다. ‘명사와 함께 있는 철학동화라고 해설자를 강조한다. 의문점은 판형인데, 왜 갑자기 <두 거인>에서 판형이 다소 작아졌는지 모르겠다. 첫 편인 <아버지의 마을 오라니>는 볼로냐 멘션작이지만 <세상을 다시 그린다면><두 거인>은 아무 타이틀이 없어서 어떻게 알고 판권 계약을 했을까 궁금했는데 이미 여러 번역본이 우리나라에 나온 작가들이었다.

 

 

<두 거인>의 주제는 반전이다. 그런데 재밌게도 책 내내 전쟁을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는다. 무척 사이좋은 단짝 둘이 조가비 하나에 서로 욕심을 내다가 의 상하고 싸우는데, 거인들이다보니 온 세상이 요동을 친다. 스스로 깨닫고 화해하자 세상은 다시 아름다워진다. , 어떤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지 않고 친구와의 싸움을 전쟁에 빗대 반전 메시지를 전하는 그림책이다. 아이디어에 수긍이 갔던 게 친구와의 싸움이 대부분의 인간이 타인에게 가하는 최초의 폭력행위이기 때문이다. 어린 아이들이 싸우는 걸 가만히 보고 있으면 대부분 흠씬 분노를 표출하다가 제 감정을 못 이기고 주저앉아 운다. 힘이 세고 약함이나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 상관없이 모두 말이다. 우리 모두 그랬다. 경험이 쌓여 익숙해져 잊어버린 것이다. 폭력은 본능적으로 아프고 무서운 것이다. 그래서 참아야 한다.

 

 

마이클 포먼은 1938년생으로 돌도 안 되어 세계 제2차 대전을 접했다. 너무 어릴 적 일이라도 전쟁이라 그런지 전쟁과 평화가 평생의 작품 주제가 되었다. 다른 주제의 그림책도 그리긴 했지만 반전에 대한 그림책들을 무척 많이 만들었다. <두 거인>은  마이클 포먼이 올 5월에 내놓은 따끈따끈한 신작. 두 거인이 양말을 바꿔 신을 만큼 몸집도 생김새도 비슷하다거나 그 바꿔 신은 양말 때문에 화해하고 그 후엔 일부러 양말을 서로 한 짝씩 나눠 늘 짝짝이 양말만 신는다는 설정이 참 좋았다. 그럼 그냥 우정 동화가 아니냐고 반전 메시지는 너무 약한 것은 아니냐고 생각하는 독자도 있을 것 같았다. 마이클 포먼은 이 그림책을 통해 전쟁이 본능적으로 나쁜 것이라고 아이들을 일깨우는 데 초점을 맞춘 것 같다. <두 거인>은 시인 겸 그림책 작가인 이상희가 해설을 맡았다. 시리즈 제목처럼 철학하는 아이책들은 40쪽에서 50쪽 분량의 짧은 책들이지만 학습 목표도 명확히 정해져 있고 수업(공독)하기 좋은 책이라 참 마음에 든다. 앞으로는 또 무슨 책들이 나올지, 언젠가 우리 그림책도 볼 수 있을지 다음 라인업이 벌써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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