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정말 사과일까? 초등 저학년을 위한 그림동화 3
요시타케 신스케 글.그림, 고향옥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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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정말 사과일까?] 사과, 어디까지 톺아봤니?

 

 

 

 

슬로 리딩이란 말을 들어보셨는지. 10월 초에 EBS다큐프라임에서 다룬 바도 있고 신문 기사들도 나온 바 있어 아는 이도 있겠다. 혹자는 우리말로 순화하기 위해 지독(遲讀)이라는 신조어를 고안해 밀기도 한다. ‘슬로 리딩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일본의 교사 하시모토 다케시가 교육 효과를 높이고자 1960년대에 고안한 독서법으로 한 책을 여러 놀이를 하며 오랫동안 읽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음식, 패션 등 생활 전 영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슬로 운동의 한 양태로 하루에 한두 시간씩 종이책을 천천히 소리 내 읽으며 정신적 안정을 이루는 방법으로 뉴질랜드의 슬로 리딩 클럽이 대표적이다. 더 주목을 받는 것은 하시모토 다케시의 슬로 리딩이다. 도쿄대, 교토대 합격률 1위를 이룬 기적의 학습법으로 알려져 있어서이다. 또 많은 부모들이 어린 자식들에게 책을 물량공세로 승부하는 경향이 없지 않은데, 아동서의 특성상 두께도 얇고 금방 읽는데 가격은 돈 만원 기본이라 경제적으로 부담스럽고 교육적으로도 자신의 방법이 바람직한지에 의문을 품고 있기에 솔깃한 독서법이다.

 

   

슬로 리딩에 관심이 많은 부모와 교사에게 요시타케 신스케의 <이게 정말 사과일까?>는 무척 매력적인 그림책이다. 사과를 소재로 아이들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유명 일본 그림책인 다다 히로시의 <사과가 쿵>이 떠오르기도 한다. 눈 앞에 사과가 있다. 연둣빛 아오리 사과도 있지만 대부분 아이들의 볼처럼 발그스름하다. 빨간 사과, 껍질을 깎아 과즙이 흐르는 새콤달콤한 속살을 한 입 베어 물면 무척 맛이 좋다. 작황이 너무 좋아 보통 크기의 사과를 개당 500원 내외로도 쉽게 구할 수 있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개당 1500원 정도는 줘야 그럭저럭 괜찮은 사과를 구하지만 그래도 365일 별로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먹을 수 있는 과일이다. 안전칼로 자르고 요리를 해보며 촉각놀이를 해보기도 하고, 그냥 흔히 먹어서도 아이들이 금방 인지하는 과일 사과다. 저자는 아이들에게 묻는다. 눈앞에 있는 이 둥그렇고 빨간 물체가 정말 사과일까?

   

 

커다란 체리가 아닐까요?

사실은 어떤 동물의 알일지도 몰라요.

혹시 알아요? 키우면 커다란 집이 될지…….

스과, 상과, 슝과…….사과한테 형제나 자매가 있을지도 몰라요. 걔들은 네모나거나 삐죽할지도.

무슨 맛일까요? 어디서 왔을까요? 우리 집까지 오는 동안 사과는 무엇을 보았을까요?

사과를 안 먹고 두면 팔다리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본문 中 -

 

 

 

요시타케 신스케는 원래부터 그림책 작가인 것은 아니었다. 미술을 전공하고 광고와 디자인 등 다방면에서 활동해 온 전형적인 상업미술가였다. 그가 그림책을 만들게 된 동기는 많은 그림책 작가들이 그러듯 부모가 된 후 자신의 아이를 생각해서였다. 두 살 난 자식을 위해 만든 첫 그림책 <이게 정말 사과일까?>는 작년에 출간해 제6MOE 그림책 대상 1, 4회 리브로 그림책 대상 2, 2회 시즈오카 서점 대상 아동서 신간 부문 3, 61회 산케이 아동 출판문화상 미술상 등 각종 그림책 관련 상을 받고 22쇄 이상 찍으며 독자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주 타깃 독자가 2세 정도의 영아인 것은 아니다. 이번에 우리말 번역본을 내놓은 주니어김영사도 초등학교 1-2학년 대상의 사고력, 상상력 계발 그림책으로 이 책을 규정하고 있고, 저자도 유치원생과 저학년 초등학생에게 이 책을 주로 권하고 있다. 저자는 일찌감치 자신의 그림책 공식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ringokamoshirenai)을 만들어 <이게 정말 사과일까?>를 비롯한 자신의 그림책과 함께 쓸 수 있는 학습지나 학습프로그램을 만들어 올리고, 독자들이 활용결과를 올린 인증샷도 전하고 있다. 올 가을에는 두 번째 그림책인 <ぼくのニセモノをつくるには나의 가짜를 만들기 위해서는>이 출간되었다. <이게 정말 사과일까?>와 같은 콘셉트라 조만간 우리말 번역본을 만날 수 있을 듯하다.

 

 

 

현재 네이버책과 각종 온라인서점에 있는 출판사의 책 소개글엔

저자의 페이스북 주소가 https://ja-jp.facebook.com/ringokamoshirena로 되어 있다.

서평자로서 당연히 들어가봤는데 없는 페이지. 주소를 보다가 혹시 원제인 りんごかもしれない를 그대로 발음한(린고카모시레나이) 게

아닐까 하고 검색해보니 맞았다. 絵本(에호우)는 혹시 몰라 같이 검색해 본 그림책이란 단어.

"絵本『りんごかもしれない』(https://www.facebook.com/ringokamoshirenai)가 요시타케 신스케의 공식 페이스북 주소다.

주소창에 i를 하나 더 쓰세요!!

 

 

36페이지밖에 되지 않지만 일러스트가 엄청 다채로운 점이 인상적인 그림책이다. 소표지와 본문 앞뒤로 보통 빈 종이로 두는 간지(정확한 용어인지 모르겠다. 틀렸으면 지적해주시길)12가지 사과 사용법을 보듯 익살스러운 그림이 담겨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과로 당구나 볼링을 친다거나, 하늘에서 사과비가 내린다거나 하는 발상들. 사과를 소재로 해서 해볼 수 있는 모든 발상을 담을 기세인 책, 어떤 사물이라도 단순하게 보고 넘기지 않고 만지고 해체하고 관찰하고 상상하고 등 열심히 톺아보는 습관을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기를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어른의 입장에서도 이 책을 가지고 어떤 수업을 해볼까 짜낼 생각에 즐겁기도 하고 자신은 얼마나 많은 아이디어를 뽑아낼 수 있을까 저자와 상상력 겨루기를 하며 읽느라 정신없이 빠져들었던 책이었다. 한권을 읽더라도 야무지게 요리조리 살필 구석이 많은 책, 읽고 말하고 생각할 것이 많은 책, <이게 정말 사과일까?>같은 이런 일당백그림책이 계속계속 많이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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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리 2014-11-24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와! 서평 멋지시네요. 꼭 잦아 읽어 봐야겠어요.

이섬 2014-11-26 09:08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