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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의 기술 - 지금은 쇼핑의 시대, 스마트 쇼퍼를 위하여
이선배 지음 / 넥서스BOOKS / 201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쇼핑의 기술] 나 없이 쇼핑하지 마라
패션·뷰티·리빙 쇼퍼홀릭이자 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 이선배의 신간
야심찬 쇼핑 바이블, 쇼핑판 <나 없이 화장품 사러 가지 마라>?
그간의 그녀의 이력과 쇼핑인생을 갈무리하는 <쇼핑의 기술>
좀 사본 언니(누나)의 깔끔한 쇼핑 개론서, 벌써 다음 책이 궁금해진다
전공을 밝힐 때마다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그런 학문도 있었냐는 말과 쇼핑 잘하겠네라는 말이었다. 물론 구매에 관해서 단일 교과목으로 여러 수업을 수강할 수 있긴 하지만, 수많은 상경 전공자가 주식을 말아먹듯 쇼핑의 기술은 글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경험으로 체득하는 것이다. 쇼핑의 노하우를 알려준다는 책은 생각보다 굉장히 많다. 그러나 몇 이론적 고전들이 학기 초 등에 반짝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쇼핑 관련 서적들은 경제경영서에서 비주류이다. 그나마 취미실용서 차원에서는 꾸준하게 출간되는 편이다. 문제는 쇼핑의 이슈와 유행이 빨리 바뀐다는 것이다. 특히 각종 쇼핑의 요령과 추천 제품을 언급하는 쇼핑조언서의 경우 속도감 있게 정보를 정하는 잡지와 신문, 인터넷를 이겨야 하므로 집필이 굉장히 까다롭다.
이선배가 쓴 <쇼핑의 기술>을 읽으며, 떠오른 것은 화장품비평가이자 화장품기업 폴라초이스의 CEO인 폴라 비가운의 <나 없이 화장품 사러 가지 마라>였다. 화장품 다이어트와 피부 관리에 있어 큰 도움을 준 이인데 지난 달 출간한 <쇼핑의 기술>을 읽으며 쇼핑판 <나 없이 화장품 사러 가지 마라> 같은 책을 발견한 것 같아 무척 반가웠다. 패션·뷰티·리빙 쇼퍼홀릭이자 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라는 그녀의 대학 전공은 의외로 화학이다. 원단과 부자재 소재나 화장품 성분 등에 있어 전공이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광적으로 좋아하고 잘하는 일에 대한 몰두가 얼마나 중요한지 온몸으로 보여주는 모범 사례다. 잡지나 일간지에 쇼핑 칼럼을 쓴 적은 있지만 책은 지금까지 여성패션, 남성패션, 화장품 등 한 종류씩에 집중하여 써왔다. <쇼핑의 기술>은 그간의 그녀의 이력과 쇼핑인생을 총정리 하는 책이다.
여성패션과 남성패션, 홈데코가 책에서 각 3분의 1씩 비중을 차지한다. 홈데코 부문의 경우 인테리어와 각종 가정용품, 디저트와 차 등을 다룬다. 가방, 구두, 선글라스 등 각 제품군별로 역사적 상식도 쌓고 작가의 수다도 들을 겸 처음부터 끝까지 차근차근 살펴보는 방법도 좋다. 하지만 관심 있는 제품군에 대한 부분만 필요할 때마다 발췌해 보는 것이 더 좋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책을 읽든 추천 브랜드와 온오프 쇼핑몰을 알 수 있는 ‘생생정보통’이다. 가장 강점은 역시 ‘콤팩트’하다는 것이다. 전체로 보면 360여 쪽이지만 각 제품군별로 보면 짤막짤막하다. 최대한 꼭 필요한 정보만 간추려 큐레이팅한 듯한 책이다.
그래서 읽고 있노라면 집필과 편집에 있어 작가와 편집자가 얼마나 고민하고 고생했을 지가 훤히 보인다. 특히 생각보다 텍스트가 많고 목차가 복잡해서 편집자의 고충이 느껴진다. 예를 들어 어떤 제품군은 쇼핑몰이 온오프가 섞여 있거나 해외와 국내가 섞인 경우가 있는데 어떤 꼭지로 묶을지(매장? 쇼핑몰? 사이트?) 애매하고 한 가지 제목으로 통일하기도 모해서 제품군마다 편집이 얼핏 봐선 비슷하지만 자세히 보면 각 본문에 맞춰 일일이 다르게 해두었다. 초판 오타도 좀 있다. 혹시 그런 독자가 또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교열 상태도 신경 쓰며 읽으면 단순히 읽고만 있어도 눈이 뱅뱅 돈다. 딴 길로 샌 말이지만 출판관계자들이 참 존경스러웠다.
선글라스: 90% 이상 할인가에 구매할 수 있다. - p.47
파티웨어: SPA브랜드에서 마련할 수 있다. - p.56
디자이너 브랜드: 컬렉션 드레스 대부분은 90% 세일까지 가서도 안 팔려 패밀리 세일, 아웃렛 시즌 오프 세일에 나온다.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가장 실용적인 아이템은 아주 단순한 무릎길이 원피스, 세트인 재킷, 블라우스 등이다. - p.62
넥타이 선물 함부로 하지 마라 : 정말 애정을 가지고 관찰해서 선물하지 않는 한, 남이 고른 타이가 그 사람 고유의 스타일이나 가진 옷과 어울릴 확률은 굉장히 낮다. - p.189
빈티지라는 말이 들어오기 전에는 ‘구제’에 익숙했다. 구제라는 말은 슬프게도, 오래될 ‘구(舊)’, 지을 ‘제(製)’가 아니라 한국 전쟁 이후 물자가 없는 난민들을 구제(救濟)한다는 데서 연유했다. - p.91
립 제품 하나를 히트시키면 브랜드의 영업 실적이 크게 좋아진다. - p.124
남성 코트 : 시중 브랜드 남성 100% 캐시미어 코트 중 실제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태반(16.5%~90.2%) - p.224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안 사실들을 몇 가지 적어보았다. 사람마다 취향과 니즈, 배경지식이 다르기 때문에 독자마다 도움 얻은 정보가 다를 것이다. 위에 언급을 하진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브래지어에 평소 불만이 많았다. 너무 특정 사이즈 생산에 편중되어 있어 맞는 사이즈 찾기도 어렵고 찾았다 해도 가슴 모양을 살려주는 제품을 살면서 거의 못 봐서 돈 먹는 가슴이라고 괜히 자아비판해왔다. 그런데 <쇼핑의 기술>을 보니 에메필, 라에르바, 피치존, 키드블루 등 가슴둘레에 비해 컵이 앞으로 몰려 있고 볼록한 편인 일본 브랜드를 잘 공략하면 되겠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
<쇼핑의 기술>만 읽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해외직구를 당장 능숙하게 한다거나, 책에서 다룬 제품군들에 대한 쇼핑 기술을 모두 마스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책이 있다면 글로 연애를 배우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패션과 생활 제품 쇼핑에 있어 누구라도 기본적인 갈피는 잡을 수 있게 도와주는 훌륭한 개인과외 선생이란 점에서 충분히 읽을 가치 있는 매력적이고 유용한 책이다. 스마트 시대, 쇼핑도 예외가 아니라 스마트 쇼핑·쇼퍼를 외친다. 당신의 쇼핑 능력과 감각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요즘 한창 갖고 싶어 안달 난 물건이 있다면 책장에서 반짝이는 이 핫핑크 책을 찾아보시길. 유통 기한이 끝나기 전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