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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1년차 - 초보도 따라 하기 쉬운 즐거운 달리기 프로젝트
다카기 나오코 지음, 윤지은 옮김 / 살림 / 2014년 10월
평점 :
[마라톤
1년차]
근자감을
심어주는 ‘리얼’
수기
만난
적도 없고,
그
역시 ‘나’를
모르지만 ‘나’는
친근한 작가가 있다.
열정적인
감정은 없지만,
가끔씩
소식이 궁금해 근황을 검색한다.
나이나
생각이 비슷해서 같은 것을 보고 느끼며 늙어가는 친구 같은 느낌마저 든다.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다카기 나오코가 그런 작가이다.
그녀가
나보다 10살도
넘게 많다는 것을 안 것은 얼마 되지 않지만,
그녀를
안 지는 꽤 오래되었다.
2006년이었다.
도서관
서가에서 ‘나’와
똑같이 생긴 캐릭터가 그려진 만화가 있길래 덥썩 집었다.
자기가
혼자 사는 이야기를 그리는 작가였다.
그
때만 해도 독거아주머니로 살게 될 미래는 상상도 하지 못하고 그녀의 ‘혼자살기’는
그냥 재미진 남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당시엔
그렇게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작가는 아니었는데 1,
2년
전부턴 우리나라 독자들도 많이 알고 인기폭발이라 왠지 혼자만 알고 있던 보석 작가를 들킨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이제 그녀는 혼자 사는 만화 말고도 여행 만화도 그리고 음식 만화도 그린다.
살림에서
이달에 <마라톤
1년차>가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이번 그녀의 책은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렇다.
‘나’는
달리기를 무척 좋아한다.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래달리기를 꽤 좋아해서 가장 잘 달렸던 중학생 땐 남녀 종합기록으로 7.5km
달리기
학년 10위
내에 들기도 했었다.
놀이도
잡기놀이를 제일 좋아할 만큼 그저 빨빨거리고 뛰어다니고 헤헤거리는 천성이었다.
기나긴
재활의 시간이었던 최근 5년
동안의 달리기는 즐거움보다 간절한 열망이었다.
작년
말에 드디어 기구 위에서긴 하지만 30분
넘게 제자리 달리기를 하고 올봄에 완치 판정을 받았다.
그래도
염려스러워 전신 스트레칭과 운동은 빼먹어도 발과 발목 마사지는 지금도 매일 한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여의도 400m
트랙에서
넘어지고 또 넘어지다 한 바퀴 완주하곤 눈물을 글썽였는데 지금은 1km
정도는
쉬엄쉬엄 페이스로 달린다.
<마라톤
1년차>를
읽고 싶었던 것은 이제 발 병신을 탈출했으니 여생을 마라톤에 바치겠다는 비장함 때문이 아니라 다시 매일 달리는 습관을 다시 들이고 싶어 자극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마라톤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조금도 없다.
평소
마라톤은 자기만족을 위해 하는 운동이지 ‘건강’하게
‘장수’하는
데는 별로인 운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냥
매일 조깅하면서 30분
정도는 속도가 느려도 숨 차지 않고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매일
30분
달리기를 열망하는 이유는 첫째로 달리고 있으면 생각도 정리되고 스트레스도 잘 풀리기 때문이고 둘째는 하체 라인 잡아 유지하는 데 이만한 운동이
없으며 셋째는 고통 받는 허리와 골반을 위해서이다.
몇
달 곤궁하고 바쁘다는 이유로 운동을 쉬었더니 몸이 급속도로 저질화 되고 있다.
짤뚱해진
다리 기껏 몇백 들여 어릴 때처럼 힙업시켜 놓았는데 하루 대부분의 활동이 앉아서 하는 것들이다보니 허리가 혹사 당하고 다리도 맨날 퉁퉁
붓는다.
전체
보디라인도 엉망진창이다.
안
그래도 어떻게 하면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고 운동하나,
어떻게
하면 다시 예전처럼 즐겁고 명랑하게 뜀박질하나 고민하던 차에 나온 신간이라 무척 반가워라 하며 읽기 시작하였다.
충격적인
것은 최근 책이 아니라 무려 5년
전(2009)의
책이었다는 점이다.
아직
번역 안된 <마라톤
2년차(2010)>도
한창 번역 중이지 않을까 김칫국을 열심히 들이켜본다.
<마라톤
1년차>에서
다카기 나오코는 1년
만에 마라톤 풀코스 완주에 성공한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대부분의 독자들이 ‘그녀도
해냈으면 나도 할 수 있다’는
근자감을 충전할 수 있다.
왜냐하면
첫째, 여자에
발 크기 230mm에
키 150cm이며
둘째,
30대
후반에 도전한 것이었으며 셋째,
책상까지
도보 10초에
손가락 까닥까닥이 운동의 전부인 ‘좌식왕’이다.
그녀의
작은 체구의 위엄과 미동 없는 생활은 전작 만화들에서 이미 적나라하게 본 것들이었다.
프롤로그에서
스피디하게 자신이 얼마나 몸치이며 운동에 관심이 없는지를 고백한 작가는 2008년
봄 TV에서
시민 마라톤 장면을 보고 충동적으로 친구와 마라톤에 도전한다.
무작정
옷과 신발부터 사서 하루 동네 공원 좀 뛴 걸로 근육통에 몸져눕고,
달릴
수 있는 다리를 만들기 위해 기초 근력운동을 한창 해야할만큼 저질 몸뚱이의 소유자의 파란만장한 1년이
카툰에세이로 펼쳐진다.
이
책의 주요 등장인물은 달릴 때는 전철을 탈 때뿐이라는 작가 나오코,
앞서
말한 그녀의 충동에 동참한 친구 노리고,
나오코의
소식을 듣고 책으로 만들자며 붙었다가 1년의
반 이상을 탱크 탑을 입으며 같이 달리는 편집자 가토,
마음은
뜨겁지만 도저히 막막해 영입한 마라톤 코치 긴 선생님까지 해서 모두 4명이다.
다이어트
따윈 생각 않고 열심히 운동한 만큼 잘 먹는 건강한 사람들이고,
달리면
맥주가 당기는 흔한 건어물 족들의 이야기라 무척 유쾌하다.
그녀의
카툰에세이의 특징은 감자 같이 둥글고 머리 큰 인간이 가득한 비교적 단순한 그림체지만 기록이 무척 꼼꼼하다는 것이다.
170여
쪽에 1년을
압축적으로 담아 놓았지만 옷을 사는 것부터 거리수를 어떻게 늘려나가고,
뭘
먹어왔고 어떤 행사들을 선택하면 좋은지가 굉장히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중간
중간 긴 선생님의 자문을 받은 Q&A페이지도
있고,
본문
외에 런런일지라는 요약 겸 부록 페이지가 또 있다.
마지막으로
그림으로 그려진 모든 이야기들을 증명하는 사진들로 화룡정점을 찍는다.
나오코처럼
충동적으로 마라톤에 혹하는 이들에게 훌륭한 입문서로 손색이 없을 만큼 내용이 매우 충실하다.
굳이
마라톤까지는 관심이 없어도 운동젬병 독자가 자극을 받고 달리기와 윗몸일으키기,
스쿼트
정도의 아주 기본적인 운동들에 대해 바른 운동법과 자세를 배울 수 있는 책이다.
또
하나의 여행만화나 일상만화처럼 즐길 수도 있다.
기대했던
만큼 만족스러웠던 책이었다.
예상하고
원하던 만큼의 내용이었다.
가장
불리한 신체적 조건에도 불리하고 세 마라톤 메이트 중에 가장 성과가 좋은 작가를 보면서,
또
이 여자 엄살에 낚인 건가 싶기도 하였다.
가만
보면 키가 작아 살림하기 힘들어,
여행에
관심 없어,
선천적
운동능력결핍증이야 하면서 야무지게 잘만 해낸다.
책을
내야 하는 슬픈 천명 때문에 성과가 있을 수밖에 없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바라던
대로 단순한 ‘나’는
<마라톤
1년차>를
본 후로 ‘필’이
단단히 꽂혔다.
오늘
아침도 조깅까지는 아니더라도 몸 푸는 차원에서 땀이 송글송글 날 정도로 30분
정도 빠르게 걸었다.
확실히
꾸준한 유산소운동은 일상의 활력을 준다.
이
자극이 오래 가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