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물리학 - EBS 다큐프라임
EBS 다큐프라임 [빛의 물리학] 제작팀 지음, 홍성욱 감수, EBS MEDIA 기획 / 해나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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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물리학] 빛으로 엮은 물리학의 역사

 

 

 

상아탑에서의 인문학은 숨만 겨우 부지한 지 오래다. 그럴수록 아이러니하게 문화계와 비즈니스계에서는 인문학이 활개를 치고 있다. 하지만 기초과학·순수과학 분야는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이해하기 어렵고 대중들에게 인기가 없다는 고정관념이 너무 강해서일까, ‘쉬운’을 강조하는 인문교양서의 홍수 속에서 과학교양서는 드문드문 등장한다. 게다가 대다수가 아동청소년 겨냥이다. <빛의 물리학>은 과학서 독서에 대한 오랜 자기반성과 갈증 상태에서 만난 책이었다. 내 안의 과학소년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언젠가부터 비문학 독서 중 과학서의 비중이 손을 꼽을 정도가 되었다. 올해는 기초과학순수과학서를 한 권이라도 제발 읽자는 것이 목표였다. 한 달 평균 10권정도 읽고 있는 올해, 반년 동안 읽은 기초과학순수과학서는 <빛의 물리학>이 유일하였다.

 

수신료 납부를 끊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계속 느끼면서 꼬박꼬박 냈던 것은 3%가 EBS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EBS 방송콘텐츠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두터웠다. EBS에서 내놓는 다큐 몇 개만으로도 1년 치 수신료가 아깝지 않았다. 그래서 동명의 6부작 EBS다큐프라임을 단행본화한 <빛의 물리학> 역시, EBS란 이름만 믿고 덮어놓고 읽기 시작하였다. 갈릴레이부터 다중우주론까지 ‘빛’이란 키워드로 엮은 물리학의 역사였다.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워낙 오랫동안 과학과 멀리 있던 만큼, EBS는 믿으나 나는 믿을 수 없어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책을 읽었다. 굉장히 독특한 다큐멘터리였다. 각종 드라마가 삽입되고, 과학과 전혀 상관없는 무용가가 과학자들의 발자취를 찾아 여행을 떠나고 다큐멘터리의 진행과 내레이션 맡았다. 영상은 무척 감각적이었고, 구성은 매우 독특했으며, 그 속에 담은 내용들의 양이 여간 녹록치 않았다.

 

-6장------물리학의 역사는 중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을 합친, 만물을 설명하는 단 하나의 궁극의 이론을 찾으려는 여정

----- 1장,3장[17C][빛의 속도] 갈릴레이의 상대성 원리: 아무런 힘을 받지 않고 같은 속도로 움직일 때 나를 규정하는 건 상대의 움직임이다.  

- 3장[18C][빛의 색] 뉴턴의 광학: 빛 속에 모든 색깔들이 혼합되어 있으며 각 색깔들은 고유한 굴절률을 가진다.

1장,3장-----------------------------------------빛은 입자다, 빛은 직진한다.------------1장,3장----------------------------[19C] 빛은 파동이다. 빛과 전자기파의 속성은 같다.--1장[20C]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 : 빛의 속도는 초속 30만 km이며 일정하다. 상대적인 것은 시간이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시간은 느려진다.

-2장[20C]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 : 중력은 잡아당기는 힘이 아니라 공간이 휘어지기 때문에 생긴 것이며 모든 공간에 미친다.→시간은 다르고 공간은 휘어져 있다. 질량을 가진 모든 물체는 주위의 공간을 휘게 만들고, 그 휘어진 공간 속을 나아가고 있는 직진하는 빛은 휘어져 보인다.

1장,2장------------------------------------------------빛은 입자다

-4장,5장[20C] 양자역학: 원자보다 작은 양자의 세계. 에너지는 불연속적이다. 전자는 확률적으로 존재한다.

4장,5장-----------------------------------빛은 파동과 입자의 이중성을 가진다.--------4장,5장-----------------세계의 미결정성(불확정성)과 확률성에 대한 상대성이론(N)과 양자역학(Y)의 전쟁/10의 마이너스 33승의 미시세계. 어떤 양자역학자도 아직 양자역학을 마스터하지 못한--------------------------------------------------------------------------------

-6장[20C] 아인슈타인의 통일장이론: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통일시키려는 노력(미완)

----------------------------블랙홀의 발견. 양자역학이 중력과 충돌한다는 깨달음/1970년대 양자색역학으로 전자기력·약력·강력까지는 통일이론을 만드나 끝내 중력에서 막힘/중력 개새끼---------------------------------------------------------------------------------------

-6장[20C] 끈이론: 10차원의 세계. 열려 있지도 닫혀 있지도 않고 분리되기도 합쳐지기도 하는 끈이 다양하게 진동해 우주를 만든다.

-6장[20C] 초끈이론: 다섯 개의 끈이론을 통일시키자. 11차원과 M-이론(우주의 모든 물질이 거대한 막Membrane으로 연결되어 있다. 차원과 차원 사이에, 끈이 막에 붙거나 막에서 끈이 생기거나, 막 자체가 차원이 되거나.)

-6장[20C] 다중우주론: 우주는 거대한 막들의 충돌로 탄생. 우주는 여러 개일 수 있다.

-----------아인슈타인의 못 다 이룬 꿈 통일장 이론을 계승 중인 현대물리학----------------

 

6부작 다큐멘터리와 320여쪽의 책으로 <빛의 물리학>이 논하는 물리학의 역사를 요약하면 위와 같다. 얼마나 소양이나 집중력이 부족한 걸까. <빛의 물리학>을 쉽고 잘 만들었다고 호평 일색인 대중들의 반응을 보며, 인지 갈등을 느꼈다. 비전공자에게 진행을 맡겨 그만큼 이 다큐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음을 어필하자, 몇 십 분당 상황극을 넣어 관심을 유도하자, 스토리텔링과 정보제시를 적절하게 혼합하자, 계산적으로는 제작진의 의도와 대중들의 반응을 알겠다. 그런데 누가 봐도 정석적으로 만든 다큐멘터리를 보며, 그 계산적인 요소들이 산만하게 느껴져서 자꾸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올해 EBS다큐프라임 단행본화한 책 2권을 서평하며 공통적으로 얘기했던 것이, 소재와 내용은 좋으나 분량 강박 때문에 동어반복 등 늘어져 버리는 다큐멘터리를 책은 군더더기 없이 잘 요약해 만족스럽다, 책으로 읽으라는 것이었다. <빛의 물리학>도 그런 편이지만 좀 더 다큐멘터리와 책이 닮았다. 다큐멘터리의 산만함과 아쉬운 점이 책에서도 똑같다.

 

   

오히려 이 책의 장기인 현란한 편집과 테크닉을 젖히고, 책 내용을 요약해보며 정보 콘텐츠 위주로 책을 훑어 읽으니 본론이 한 눈에 들어왔고, 그제야 다큐멘터리와 병행해도 만족스럽지 않았던 일독 때와 달리 책이 마음에 들고 내 책이구나 싶어졌다. 참으로 기묘한 인상을 남긴 책이었다. 이렇게 읽으면 읽을수록 맛이 느껴지는 책도 단숨에 매료되는 책 못지않게 좋은 책인지도 모르겠다. 빛이란 키워드로 빛의 속성에 대한 과학자들의 결론을 나열하며 작게는 근현대 물리학으로 크게는 고대 그리스의 원자론부터 빠르게 물리학의 전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매력적인 책이었다. 사진과 예시그림도 많고 EBS다큐책 특유의 눈높이 문체 때문에 (나처럼) 너무 무지렁이만 아니라면 대부분의 대중들이 그랬듯 열광하면서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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