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질하기 좋은 날 - 클라라의 달달한 바느질 소품 40
정진희 지음 / 시드페이퍼 / 201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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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느질하기 좋은 날] 한 땀 한 땀 포근한 보통날
 
 
 
 
저에게 힘이 되고 좋은 에너지가 되어 준 것은 바느질이었답니다.
비가 오는 날도, 눈이 펑펑 오는 날도, 햇살이 쨍쨍한 날도…
클라라의 작업실은 늘 '바느질하기 좋은 날'입니다.
- 작가의 말 中
 

'클라라 정진희 저'. 책에서 그 이름을 발견한 순간 무척 반가웠다. 마치 오랜만에 친구 소식을 들은 사람처럼 흥분해선 책장을 이리저리 넘겼고, 품에 책을 꼭 안아보았다. 한 2010년 이후로 국내에서 펠트공예나 퀼트 해본 사람 중에 클라라 정진희를 모르는 이가 과연 있을까? 그 이름은 몰라도 디웨이하면 아마 다 ‘아~~~’하며 아실 듯싶다. 대표적인 와이프로거·파워블로거이자 디웨이 대표 디자이너기도 한 클라라 정진희, 다채로운 그녀의 핸드메이드 작업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바느질’이다. 어떤 원단으로든 바늘과 실이 있으면 뚝딱뚝딱, 웬만한 것은 다 만든다. 4년 전 손바느질에 잠깐 빠져 있을 때 그녀를 알았다. 직접적으로 그녀의 블로그를 들락날락하기보다, 이웃블로거의 이웃블로거여서 스크랩 포스트와 친목 포스트로 많이 접해서 친숙하였다. 디웨이 유저였기도 했고 말이다.

 

 

클라라 정진희의 바느질 소품 40개를 단돈 만 팔천 원으로 안다? 그녀의 도안 값을 생각하면, 올 6월 시드페이퍼에서 출간한 <바느질하기 좋은 날>은 거의 주워가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온라인 서점에서 할인구매도 가능한데다 출간 초반 각종 이벤트까지 감안하면 놓칠 수 없는 기회이다. 이 책 덕분에 4년 만에 다시 바늘을 잡게 되었다. 펠트공예 전용 바늘도 잃어버리고, 한 번도 안 쓴 새 기화성펜과 수성펜이 완전히 못 쓰게 될 만큼의 시간이었다. 없으면 없는 대로 있는 재료들을 찾아다가 책을 살펴보며 만들 만한 것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새삼 바느질을 그만 뒀던 이유가 생각났다. 바느질 재미에 푹 빠지면 빠질수록 손바느질의 시간적 비효율성과 재봉틀 소유에 대한 갈망이 커졌고, 주로 날 위한 장난감 위주로 만들었는데 아기용품도 만들고 싶고 남에게도 선물하고 싶고 자꾸 만들고 싶은 것은 많아지는데 현실의 여건이 따라주지 않으니 절로 흥이 사라져서였다.

http://blog.naver.com/isa0814/220026348334

 

 

책을 읽고 나서 작가의 블로그를 찾았다가 책을 읽으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집필 뒷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내용이 이 책에 실린 바느질 도구들이 실제로 작가가 현재 쓰고 있는 것들을 그대로 담았다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책을 읽으면서 낡고 흠집투성이인 재단가위를 한참 쳐다보다가 본문을 읽기 시작했는데, 이 책을 만들면서 무엇을 어떻게 사진에 담을지 이리저리 배열하고 순서나 물건을 바꿨을 작가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의외로 책 출간은 이번이 처음이라니, 더 힘이 들어가고 고민도 많았을 듯싶다. 인심도 넉넉해서 책에는 40작품이라 표기되어 있지만 2작품이 더 들어가 있다. 도안은 35개인데 도안이 없는 7작품의 본문을 확인하면 단순 사각형 등 굳이 도안이 없어도 본문 속 만드는 법만 보고도 재단할 수 있어 생략한 것으로 추측된다. 도안이 본문 순서와 좀 다른 것은 작품에 따라 도안이 한쪽짜리인 것도 있고 두쪽짜리인 것도 있어, 페이지 편집하면서 부득이하게 배열을 바꾼 것 같다.

 

 01 | 파격적인 책값(40작품-18,000원/할인 가능)

 02 | 다채로운 스펙트럼(천,펠트,가죽,헌옷 등/생활용품,가방,신발,장난감 등)

 03 | 친절하고 세심해(재료,도안,만드는 방법 등 All-in-One)

 04 | 소박한 보통날에 충실한(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쉽고 저렴한 소품들) 

 

01 | 손바느질법이 좀 더 추가되었으면(버튼홀스티치,아플리케 등)

02 | 엄밀히 말하면(42작품,35도안/도안 없는 7작품 도안 없어도 극복은 가능하지만)

03 | 사진이 조금 크거나 설명이 좀더 자세했으면(특히 도안 없거나 난이도 높은 단계 처리시) 

04 | 프롤로그에 재봉 관련 얘기도 있었으면(본문에서 손바느질과 비중이 같거나 이상인데!)

 

 

 

<바느질하기 좋은 날>에 담긴 소품들은 너무 고가의 재료가 필요하다거나, 지나치게 어렵지 않아 좋다. 아이를 위해, 친정엄마에게 선물하려고, 산뜻하게 집안 분위기를 바꿔 보려고 등 각 작품 설명에 앞서 그 작품과 관련한 작가의 짧은 메모들이 있는데 그 짤막한 글들이 모여 책 전체의 분위기를 감성적으로 만든다. 책의 편집과 사진의 색감도 그런 정서를 돋우는 데 한몫 하는데, 심미성에 치중하다 사진 크기를 너무 줄인 것 같아 조금 아쉬웠다. 최대한 짧고 단순하게 설명처리를 한 것도 있고 바느질 공예의 특성상 글보다 사진에 의지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설명 사진들이 4.4cm*3.2cm다보니 과정이 잘 안 보이는 것들이 많다.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책이긴 하지만, 바느질 완전 생초짜면 막히고 헤맬 수 있다. 또 재봉 비중이 손바느질과 같거나 그 이상인데 바느질 도구에서 부자재까지 다루는 프롤로그에서 재봉 관련 얘기는 전혀 없는 것도 아쉬웠다. 기왕 입문자부터 고급자까지 두루두루 볼 수 있는 바느질 책을 기획했으면 손바느질, 재봉 얘기 모두 있고 바느질법도 버튼홀스티치와 아플리케 등도 추가해서 좀 더 완벽한 가이드가 될 수 있는 프롤로그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쓰고 보니 책의 단점만 부각시킨 것이 아닌가 싶은데 가격, 구성, 내용 등 워낙 훌륭한 책이라 욕심이 나서 해보는 군소리이다. 이런 작가라면 더욱 강력하고 섬세한 차기작을 낼 것 같다고 기대가 되어서기도 하다. 이 책을 읽고, 꼭꼭 봉인해두었던 공예상자를 다시 열면서 까맣게 있고 있던 바람이 다시 찾아와 괴로웠지만, 더없이 행복하였다. <바느질하기 좋은 날>은 클라라 정진희의 블로그 이름이기도 하다. 문득 궁금해졌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날에 바느질이 하고 싶어지는지. 한편, 취미실용서로 집은 이 책에서 생각지 못한 소득은 ‘바느질하는 마음’을 인지한 것이었다. 바느질을 하면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즐거운 적이 있었다면, 시간 죽이기 단순노동으로 느껴지지 않은 적이 있다면, 그 한 땀 한 땀에 사랑을 담아서가 아니었을까. 돌이켜 보면 그 보통날은 포근하고 따스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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