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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rl Meets Football 그녀, 축구를 만나다 - 여성을 위한 축구 핸드북
이승용.정예은 지음 / 북마크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그녀
축구를 만나다]
정말
dogcow
속성
과외북,
그보다
함의
여러
가지 니즈가 얽혀 집은 책이었다.
물론
글로라도 좋으니 궁금한 축구를 이제는 꼭 알아야겠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사면선비
30년,
더
이상은 못
참겠다).
대단히
얇게,
그리고
‘여자들을
위한’
‘쉬운’을
내세운데다가
월드컵
시즌에 맞춰 기획한 신간이기에 단연 선택 0순위였다.
또래가
쓴 책인데다가,
주저자가
스포츠 마케터라는 점에서 잿밥이 더 탐나서였던 감도 없지 않다.
책장을
펴며,
2009년
졸업을 앞두고 여성마케팅랩에 있던 때를 떠올렸다.
당시
랩에서 활발하게 얘기하던 주제가 여성 야구 마케팅이었다.
앞으로
여성 야구팬은 계속 증가세일 것으로 전망하기에 미리 무기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텔레파시라도
통한 것처럼 작가 역시 여성 야구팬 얘기로 운을 떼며 축구로도 시선을 확장해야 한다는 얘기를 한다.
정말
기획의도에 충실한 책이다.
축덕인
남친 세윤을 좀 더 이해하고 싶어 축구를 알려고 고군분투라는 축구문외한 상여자 여대생 새롬이,
그리고
새롬이의 멘토를 자처한 축구여신 동기 빛나와 빛나의 오빠 필승의 속성 과외담이란 콘셉트로 책을 구성하였다.
스토리텔링에
사진도 많고,
전반적으로
여유시간에 잠깐 커피 한잔 하며 잡지 넘기듯 가볍게 읽을 수 있게 만들었다.
한글만
읽을 수 있다면 금붕어도 읽을 수 있는 dogcow(개나소나)
책이다.
알고
봤더니 빛나에겐 나름대로 노력한 역작 ‘축구노트’가
있었고,
착한
벗을 둔 새롬이는 날로 먹을 수 있었다.
매우
최소한의 기본 규칙과
등번호의 의미,
주요
축구 리그와 선수 및 감독,
경기
관람이나 쇼핑 팁까지 본문 내용만 숙지하면 당장 방언 터지듯 TV랑
쌍방향 대화 축구 중계할 기세가 되고,
축구커뮤니티를
종횡무진하며 키보드 털 수 있을 정도는 아니어도 남자들 얘기에 끄덕끄덕하며 상냥한 리액션은 가능하다.
최근
여성 스포츠팬의 숫자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많은 축구 책을 접해 오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바로 축구에 완전히 문외한인 여성들을 위해 만들어진 책이 없다는
것이었다.
(...) 최근
여성 야구팬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며 이제 축구도 여성들이 함께 즐기고 참여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입문서 형식의 들고 다니기 좋은
포켓북을 만들고 싶었다.
또한
남성들이 여자 친구나 아내에게 자신의 세계를 이해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선물해주고 싶은 책으로 남았으면 한다.
(...) 이
책의 집필 목적이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축구문화 혹은 지식 전파는 아니다.
그보다는
남자들을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하는,
최소한의
축구지식 축소판에 가깝다.
- 머리말
中
나
역시 이게 여성들의 축두에 대한 지식수준이라고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다.
그녀들에게는
여전히 잘생긴 선수가 관심 1순위일
수밖에 없으며,
때로는
선수보다 연예 뉴스에서 접할 수 있는 유명인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현실이었다.
- 머리말
中
남자에게
축구는 자신만의 왕국이었다.
남성들에게
축구는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하나의 배출구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축구 하나로 말이 통하는 것을 보면 그저 대단하다.
그래서인지
남성들은 축구로 더 대동단결하고 문을 굳게 걸어 담근 뒤 다른 이들,
특히
여성의 존재를 ‘얼굴만
보고 좋아하는 얼빠일거야’라는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도 있다.
(...) 축구가
의외로 여성들이 남성을 이해하는데 상당한 도움을 주는 매개체라는 사실이다.
(...) 밤낮과
주말 안 가리며 축구에 죽고 못 사는 남성들이 한심해 보일 여성들에게 필요한 것은 관점의 전환,
터치
포인트이다.
생각을
조금만 바꾸고,
한발
안으로 들어가 축구를 바라보라.
축구
하나로 이전에 알지 못했던 남성들의 심리를 꿰뚫을 수도,
또
그들과의 유대감이 쉽게 생길 수도 있다.
남성들이
왜 축구,
축구
하는지 그 이유를 안다는 사실 하나로 당신은 이미 (남성들
사이에서)
세상에서
제일 멋진 여성 중 한 명이 되어 있을 것이다.
- 에필로그
中
내가
정말 이 남자를 사랑한다면 축구가 뭔지 한 번 알아볼 수도 있지 않을까?(p.18)
그녀는
학교 내 밴드에서 보컬을 하는 등 굉장히 활발한 스타일로 늘 주변에 남자가 많았는데,
언제부터인가
그녀를 특정
짓는
이미지 중 하나는 ‘축구’였다.
빛나는
한국대 공대 내에서 축구여신으로 불린다.
가끔
학과 친구들과 밥을 먹으러 가도 항상 그녀는 남자들과 축구를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우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내가
다른 여자애들과 다른 얘기를 할 때도 그녀는 늘 남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독차지하며 ‘축구’
얘기
하나로 여신의 위치에 올라 있었다.(p.20)
남자에게
축구는 정말 접근이 가장 쉬운 아이템이야.
자동차처럼
돈이 많이 들지도 않고 여자처럼 자기 의지대로 사귀고 헤어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지.
몸을
움직이고 뭔가 에너지를 분출하고 싶은 남자 몇 명이 공 하나만 있고 넓은 공간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게 축구거든.
또
중․고등학교
때 학교 운동장에서 하기 제일 만만한 게 축구,
농구
이 정도인데,
체육시간에
나가서 공 하나 던지고 20~30명
집중시키기에 이만한 게 없지.
이때부터
축구에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되어 있어.
모든
남자가 축구를 좋아하진 않겠지.
단지
축구가 가장 보편적으로 어릴 적부터 다가가게끔 되어 있단 얘기야.(p.29)
여자가
축구를 좋아한다고 해서 그렇지 않은 여자보다 더 좋아한다고 볼 수는 없어.
아까
빛나가 말한 대로 축구는 남자들의 세계라는 관념이 좀 있어.
그래서
축구에서도 여성은 약간 소비되는 느낌이지 같은 팬층으로 취급하지는 않아왔던 것 같아.
그런
거 보면 확실히 남성들이 축구와 자신들을 더 동일시하는 것 같아.
그래도
한편으로는 축구팬 남성들의 로마이 바로 축구 좋아하는 여자야.(p.34)
남자들은
축구 좋아하는 여자들에 대한 환상이 있어.
자신이
응원하는 팀 레플리카를 입은 여자를 보면 눈에서 하트가 자연스럽게 나오지.
남자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을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지.
하지만
여자가 너무 많이 축구를 아는 것보다는 적당한 수준에서 축구를 알아서 남자의 문화를 이해해 주는 수준이 더 좋다고 봐.(p.44)
<그녀,
축구를
만나다>는
2말3초
젊은 부부가 쓴 책이다.
짐작하듯
당연히 남편이 열혈축구매니아이자 대기업 스포츠 마케터이고,
제약회사에
다니는 아내는 축구의 축도 모르고 군대-축구-군대에서
한 축구 남성3단레파토리를
싫어하는 전형적인 한국여자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놀랐고 유용했던 것은 의외로 축구지식보다 남자가 원하는 ‘축구
좋아하는 여자’의
모습이었다.
책의
초반부에 주로 언급되긴 하지만 책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문제의식이다.
이
책의 본질은 주제(축구
속성 과외)가
아니라 함의(남성의
니즈 어필)였다.
복잡하고
은근하게 돌려 말하는 건 여자만의 언어습관이라고 생각했던 내겐 다소 충격적이었던 부분이었다.
그리고
한편으론 측은하기도 하였다.
얼마나
한국여자는 한국남자들의 얘기를 들어주지 않았던 걸까,
이해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거의 하지 않고 사는구나 싶었다.
요약하면
축구에 있어 남자가 찾는 여자는 동료가 아니라 ‘해어화’이다.
아무리
양성평등하고 싶어도 여자가 손님으로 비즈니스 접대에 끼는 등 남자들이 하는 것 다 하려고 하다간 미친년 취급받으며 양성 모두에게
매장
당하듯,
축구
역시 남자들만의 동성 유니티 성격이 강한 영역이란다.
축구지식과
뉴스를 다 꿰고 있고 술술 말하는 같이 오타쿠질을 할 광팬보다는 언제 어디서 축구를 봐도 이해해주고 안주나 아이템을 챙겨주는 센스가 있고 축구
얘기에 눈 반짝거리며 잘 들어주는 여자가 남자들이 원하는 ‘축구
좋아하는 여자’였다.
화룡점정은
축완얼,
차처럼
같이 응원 다니면 폼
나는
예쁜 여자면 금상첨화이다.
원하는
지식 습득 때문에 집었다가 남자들의 적나라한 니즈까지 알고 갈 수 있어 횡재한 기분이었지만 한편으론 야구나 농구 등 다른 스포츠 종목보다 팬질의
진입장벽이 쎄겠구나 싶어 씁쓸하였다.
또
으레 여성들은 그렇다며 자꾸 누가 잘생겼고 타령만 줄창하는 작가에게 화를 내고 싶다가도,
이러한
주장과 시선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맞다,
순도100%
종목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여자가 축구에 빠지기는 정말 쉽지 않다.
얼빠나
이성 때문에 축구를 공부하고 좋아해보겠다는 게 나쁜 것도 아니지 않은가.
책의
카피처럼 씨날두만 알았다고 끝은 아니었다.
하지만
기본 포메이션이나
언제
어떤 경기를 어떻게 보고 즐겨야 하는지 대략적으로 파악했던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보람은 충분히 있었다.
시작은
이제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