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너머 1318 그림책 2
이소영 글.그림 / 글로연 / 201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림자 너머] 나는 나의 주인공 : 빛을 찾아 떠난 머리=몸=마음의 여행
 
 
 
어디로 가는 걸까, 다들 뭐 하는 거지? 난 무얼 하고 싶은 걸까
 
채워도 채워도 부족한 기분이 들 땐,
가장 깊은 어둠 속으로 들어가 보는 거야. 그림자 너머.
 
- 본문 中
 
언젠가부터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에서 우리 작가의 수상 소식들이 속속 들리기 시작하였다. 매년 번역서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우리나라는 현재 출간되는 책 10권 중 4권이 번역서이다. 매출순위 상위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동 및 학습서 출판사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은 가운데, 국내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사랑 받는 작가들이 계속 등장한다는 것은 매우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2014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 수상작들이 한창 출간 중인 요즘,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에 선정된 우리 작가 이소영의 책 역시 출간되었다. 제목은 <그림자 너머>, 삽화 전부를 실크스크린으로 작업한 이 그림책에 빠져 있노라면 괜찮은 현대미술 전시회에 다녀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많은 색을 쓰지 않음에도 강렬한 인상을 주는 삽화의 색감들과 거칠고 단순한 듯 보이지만 주제의식은 뚜렷한 그림, 그리고 그 그림과 어우러지는 스토리텔링에 한없이 빠져들고 작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나는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 있는 마음
손해 보지 않고 빨리 갈 수 있는 마음
너 없이는 허전해서 살 수 없는 마음
너를 더 열심히 살게 하는 마음
- 본문 中
 
몸통이 없는 머리가 머리가 없는 몸통을 만나러 간다는 <그림자 너머>의 기본 아이디어는 쉘 실버스타인의 <The Missing Piece(국내에는 ‘어디로 갔을까 나의 한쪽은’이란 제목으로 번역· 출간)>를 떠올리게 한다. 주목할 것은 머리와 몸통에 대한 작가의 관점이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마음’인데 작가는 이것이 뇌(머리)의 영역이 아닌 심장(몸통)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문학적·감성적 발상이므로 이에 대한 신경생리학적 오류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머리가 굵어진다’는 표현에서 영감을 얻은 작가는 타인과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에 맞춰 성장하는 것을 ‘머리’의 세계로 표현하였다. 그리고 진정한 ‘나’를 깨닫기 위해, 마음의 소리를 듣기 위해 ‘몸(통)’을 돌아봐야 한다고 말한다. 작가에게 마음을 품은 ‘몸(통)’이 ‘참자아’이다. 그래서 책 속에서 머리와 달리 몸통은 가슴에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온다.
 
 
대부분의 그림책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가끔 성인을 위한 그림책이 나온다. 하지만 경계인인 청소년을 위한 그림책은 많지 않다. 장르 특성상 웬만한 그림책들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고, 청소년 대상으로 한정할만한 특별한 주제가 거의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 추측한다. <그림자 너머>는 독특하게도 청소년을 위한 그림책이고 이 책을 낸 글로연에서 기획한 1318그림책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그러나 <그림자 너머> 역시 청소년 도서들이 주로 다루는 자아 찾기나 정체성 고민의 주제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 다만, 이런 주제와 타깃의 ‘우리’ ‘그림책’이 많지 않았다면, 개척자의 차원에서 충분히 존재 가치가 있다.
 
 
예전에 우린 같은 곳에서 함께 세상을 바라봤어
언젠가부턴가 너의 커지는 생각이 나를 작아지게 했지
커진 네 그림자 속에서 내 빛도 점점 희미해졌어
 
내 마음 속 깊숙한 곳에서 찾은 너
수많은 너의 마음들을 지나 찾아온 너
그리고 점점 자라나는 너
한층 더 환한 너
 
- 본문 中
 
<노자(도덕경)>에 ‘知人者智 自知者明’란 표현이 나온다. 남을 아는 것을 지혜라 하고 자신을 아는 것을 밝음이라 한다는 말인데 이 밝음(明)이란 개념이 <노자>를 관통하는 明道, 도를 깨우쳐 환함(혹은 그런 사람)이다. <그림자 너머>의 결론을 보며, <노자>를 떠올렸다. 작가는 에필로그에서 ‘남의 시선과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자유롭게 자기 세상의 주인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그림책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청소년 뿐 아니라, 인간이 평생 안고 가야 할 고민일 것이라고 말한다. 수상 사실만으로도 믿고 가는 삽화의 매력, 그것이 담은 철학적 메시지까지, 청소년 대상이지만 다른 연령대에서도 충분히 공감하고 빠질만한 그림책이다. 책 끝에 부록 성격으로 담은 실크스크린 작업기나, 띠지 뒤의 미니갤러리도 확인해보길, 특히 작가의 에필로그는 꼭 읽어보길 권한다. 작가의 주제의식을 명확히 엿볼 수도 있고, 어떤 서평보다 더 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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