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메인터넌스 - 자전거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누카야 그룹 감수.협력, 유가영 옮김 / 함께북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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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메인터넌스] 내 자전거에 상냥한 이들을 위한 필수서

   

300! 요즘 우리나라에서 자전거에 최소 300만 원 이상 투자 안 하면 어디 가서 취미라고 말하지도 말란다. 쪽팔리니 지하철도 태우지 말고, 동호회도 들어가지 말고, 동네마실이나 하라고. 원래 자전거 인구와 관심은 꾸준했지만, 의상과 장비를 브랜드 풀세트로 반드시 갖추는 중장년 아웃도어 트렌드가 등산에서 자전거로 넘어간 것이 현재의 고급화 고가화 바람을 촉진시킨 결정적 원인이다. 용감하게 도로를 질주하는 출퇴근족이나 시내 자전거도로를 이용하거나 날 잡아 교외로 자전거하이킹 여행을 떠나는 이도 있지만, 역시 편하게 라이딩하기에는 한강 등 하천 자전거도로만한 곳이 없다. 하천 자전거도로는 실제로 미세먼지와의 전쟁 속에서도 눈비만 아니면 낮밤 가리지 않고 달리는 이들로 가득하다. 이런 추세 덕에 요즘 반가운 것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을 것 같았던 동네 자전거 가게들이 속속 생기고 손님도 제법 있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스스로 자전거를 관리하거나 자전거에 대한 기본 상식을 알 수 있는 콤팩트한 자전거 바이블이 필요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문득 들어 찾아보았다. 이미 자전거 전문 잡지도 있었고, 자전거 자가 관리 서적도 몇 권 출간되어 있었다. 그 중에 <자전거 메인터넌스>에 눈이 간 것은 일본 번역서긴 하지만, 사진 자료가 굉장히 많아 이해하기 쉽고 비슷한 류의 책 중에 그리 두껍지 않고 최신간이었기 때문이다. ‘자전거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1,250점의 컬러사진등을 강조하는 <자전거 메인터넌스>2011년 일본 학연사 편집부가 누카야 그룹의 감수와 협조를 받아 만든 책이다. 누카야 그룹은 도쿄에 4개 매장을 갖고 있는 자전거 전문점 체인이다. 11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자전거 메인터넌스>가 다루는 주제는 크게 자전거에 대한 기본 상식, 자전거 관리 방법, 바르고 건강하게 자전거 타는 방법 셋으로 나눌 수 있다.

 

자전거를 걸음마 뗄 무렵부터 타왔고, 지금도 한번 타러 나가면 10~40km를 달리는데 크게 자전거 관리에 관심을 가진 적이 없다. 휴대용 펌프 하나 챙겨 나설 뿐이었다. 싸구려 동네마실 자전거라고 놀림 받으면서 12년째 한 자전거만 줄기차게 타고 있는데, 오래되어 잘 안 접어진다는 것만 빼고는(주인의 무능력 때문일 수도) 너무 멀쩡하고 무거워도 튼튼만 하니 바꿀 생각을 안했는데, 왜 그랬던 건지 <자전거 메인터넌스>를 보고 알게 되었다. 공동구매로 싸게 샀던 자전거라 정말 MTB인지 반신반의했는데, 정말 내 자전거는 MTB가 맞았고, 그렇기 때문에 26인치에 무거울 수밖에 없었고(충실하게 MTB 표준을 맞춘), 아무리 주로 한강변을 달린다 하더라도 궂은 길이나 유리 파편 등을 만나게 되는데 쉽게 펑크 나지 않고, 다리가 찢어질 정도로 크게 굴러 넘어져도 자전거는 멀쩡했던 것이다. 또한, 165cm에서 175cm 정도 사람에게 맞는 높이라 남녀공용인지 알았는데 안장을 보면 여성용 자전거라는 것도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알았다. 안장의 모양은 패션이 아니라 성별에 맞춘 이유 있는 차이였다. 자전거 세심하게 관리 못할 무심하고 거친 주인이라면, 이렇게 용도에 상관없이 MTB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 같다.

로드바이크, 하이브리드, 미니벨로, MTB 이렇게 자전거의 기본 네 종류를 숙지한 후 책을 읽어보면 별로 오랜 시간 걸리지 않고도 금세 자전거에 대한 각종 지식들을 터득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각 주제별 관련 사진들도 매우 자세하고, 이런 경우엔 어떤 공구가 필요하거나 이런 점검은 얼마 만에 한 번씩 해야 되는지 등등이 꼼꼼하게 제시되어 있어서 이해하기 쉽다. 어떤 식으로 응용할 수 있는지도 절로 머릿속에 그려진다. 자전거 전문점 체인이 감수했다고 해서 특별히 상업성이 짙은 것도 아니고, 초반부 자전거 가격 정도가 엔화로 제시된 것을 제외하면 일본책이라고 의식하게 될 거리도 없다. 결국 <자전거 메인터넌스>의 결론은 잘 관리하여 내 애마(자전거) 좀 더 오래, 바르게, 행복하게 타자인데 책에서 제시하는 것들은 비싼 자전거든, 싼 자전거든 상관없이 보편적이고,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자가 관리 방법이고 비용도 크게 들지 않는다.

 

본론인 자전거 관리법만큼 책에서 유용하게 얻은 팁이 자전거 타는 바른 자세와 자전거 타기 전 준비운동이었다. 굉장히 중요한 것인데 의외로 우리가 많이 소홀하게 여기는 부분이다. NG 자세들 사진을 보면서 크게 웃었는데, 당연히 바른 자세로 잘 타고 있었을까 자문하니 갑자기 자신이 없어졌다. 자전거 타기 전 준비운동의 경우 꼭 자전거 타기 전 뿐 아니라 매일 운동하면 좋은 것들이다. PT받아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이 책에서 런지, 크런치 등 전문용어를 쓰지 않을 뿐 여기에서 알려주는 운동들이 몸 만들려고 1시간에 5만 원 이상씩 주고 배우는 대표적인 운동들이라는 것이란 걸 말이다. 전체 책에서 차지하는 분량은 얼마 안 되지만, 주동근 제시나 설명이 잘 되어 있는 편이라 충분히 혼자 따라할 수 있을 듯하다. 준비한 자만이 헐벗고 즐기는 여름이 왔다. 황사와 스모그와 미세먼지의 경계가 없는 장기 대기오염은 피하다 피하다 적응할 지경에 이르렀고, 자전거도 타고 불철주야 몸 만들 때가 돌아왔다. 누구나 자전거에 수백 수천을 투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 자전거를 위해책 한권쯤은 읽어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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