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의 배신 - 왜 뚱뚱한 사람이 더 오래 사는가
아힘 페터스 지음, 이덕임 옮김 / 에코리브르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다이어트의 배신]바보야 문제는 스트레스야

비만은 없다,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진화의 결과일 뿐

스트레스를 잡지 못하면 살은 찔 수밖에 없다

 

 

 

 

브랜든이 계산을 하는 동안 그녀는 화장실로 가 방금 먹은 음식을 모두 토했다. 십오 년째 웨이스트 사이즈 26을 유지한다는 건 보기보다 성가시고 어려운 일이었다. - 정이현, 단편 <트렁크>

 

일도 그만두고 좋은 직장도 거절하며 다이어트에 매진한지 150, 이제 감량 18kg차에 들어섰다. 지난 15년 간 내 체중은 조금만 긴장을 풀면 널뛰기를 했다. 영양실조도 여러 번, 피가 묽어 8년 동안 헌혈을 할 수 없었고, 섭식장애를 앓기도 하였다. 이러면 오래 못 살 수 있겠다 싶다. 그럼에도 필요할 때마다 고통스러운 다이어트에 도전하는 것은 그건 뚱뚱한 몸으로 겪어야 하는 사회적 차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속이 편해 살이 찐다, 얼마나 자기관리를 안하면 그러나, 저런 몸으로 밖을 기어 나오네, 쟤 봐 운동하는 거 완전 웃겨, 그 몸매로 가능한 직업과 연봉은 여기까지입니다 등 단지 남보다 체중이 많이 나간다는 이유로 별 소리들을 당연하듯 받아들여야 한다, 날씬한 몸으로 단명하는 것과 뚱뚱한 몸으로 장수하는 것을 택하려면 조금의 주저함 없이 전자를 택할 것이다. 여기 나 같은 이들을 위한 단비 같은 위로와 변명의 신간이 있다.

 

누구도 그 자체로서 온전한 섬은 아니다 - 존 던

의사들의 실책은 말할 수 없이 많다. 대체로 이들은 환자를 굶기는 데는 지나치게 낙관적이지만 환자의 고통을 그치게 하는 데는 지나치게 비관적이다 - 마르셀 프루스트

A는 키 181cm에 체중 75kg, 모든 건강검진사항이 정상이고, 담배는 안 피고 술은 적당히 마시며 일주일에 3번 이상 운동한다. B는 키 176cm에 체중 99kg, 35세부터 심장과 동맥 질환 경고를 받았지만 살을 빼지 못했다. 어느 날 같은 날 두 사람은 심근경색으로 중환자실에 실려 왔고 둘 중 한 사람은 별 다른 치료 없이 5일 만에 퇴원했고 다른 한 사람은 수술까지 했지만 당일 사망하였다, 사망한 사람은 둘 중 누구일까. 정답은 A였다. 일반적인 우리의 상식을 위배하는 뜻밖의 결과, 독일의 저명한 비만과 당뇨병 전문가로 뇌과학과 내과학을 넘나드는 페터스 교수는 이 비밀을 밝히기 위해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 및 12천 건의 자국내외 연구 검토를 진행하였고, 그 결과와 관련 한 권의 얇은 교양서적을 출간하였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 책은 -당김코르티솔두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당김 : 뇌가 에너지를 필요로 할 때 능동적으로 몸에서 에너지를 끌어당기는 힘(p.241)

코르티솔 : 부신에서 나오는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살을 찌움. 스트레스가 지속적이고 강할수록 더 많이 분비됨(p.60, P245)

1944년 미네소타 대학에서 정부의 의뢰를 받아 식량부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자 36명의 자원피실험자에게 6개월에 걸쳐 섭취량을 절반에 줄이는 실험을 하였다. ‘미네소타 연구’, ‘굶주림에 관한 연구로 불리는 이 실험에서 실제 섭취량을 줄인 건 후반 석달 간이었다. 그런데 피실험자 전원에게 심각한 정신장애와 신체적 피해가 나타났다. 이 실험은 현대 다이어트 프로그램의 기본인 식이 조절의 위험성의 좋은 근거가 된다. 완전히 딴 사람이 되지 않는 한 모든 다이어트는 정도와 기간의 차이일 뿐 섭식 억제라는 자해의 일종이다. 그렇기에 모든 다이어트는 부작용이 더욱 크며, 십중팔구 반드시 실패한다. 절대로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다. 실패를 막을 수 있는 단 한 가지 방법은 자신의 뇌를 속이며 스트레스 관리하는 것이다.

 

-당김을 자극하며 스트레스에 악영향을 주는 행동들(p.99)

- 여러 시간 쉬지 않고 일한다.

- 음식을 급하게 섭취한다.

- 계속해서 커피를 마신다(카페인 섭취).

- 휴식을 위해 각성제를 복용한다.

- 알코올을 섭취한다.

- 아플 때도 출근한다.

- 휴일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다.

 

이 책의 요지는

- 모든 다이어트는 위험하다. 뇌의 에너지 공급을 방해하기 때문에

- 비만이란 없으며 모두 각자의 필요에 따라 식습관을 선택한 결과이다

- 따라서 살이 쪘다고 죄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으며, 비만은 사회적 과제이다.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해 코르티솔의 분비량은 많아지고 뇌-당김이 심해진다. 그래서 스트레스 받거나 아프거나 힘들 때 음식이 당긴다. 인간은 스트레스 적응과 관련하여 스트레스에 강한 대신 많은 양의 칼로리를 확보해 몸 전체에 축적해놓고 행동이 느려지는 방향과 스트레스에 약한 대신 살이 좀처럼 찌지 않는(찌게 되면 복부만) 방향 두 가지로 진화하였다. 유전으로 결정되는 체질이고, 후천적인 요인으로 살면서 변할 수 있다. 그래서 정상체중은 의미가 없다. 모두 각자 몸에 가장 최적화된 방식으로 체형을 이루고 있다. 주목할 것은 스트레스는 사회적 환경의 영향과 가장 관련이 있다는 것, 양극화 빈곤 등이 심한 지역일수록 비만율도 높다. 비만은 신체적 질병이 아니라 사회적 질병이다.

 

요즘 출판계에 책제목에 ‘-배신붙이기가 유행인데 이 책의 경우 탁월한 번역 제목 선택이다(원제는 비만의 신화). ‘뚱뚱한 사람이 더 오래 산다.는 흥미롭고 도발적인 주장을 하는 <다이어트의 배신>은 비만과 관련한 의학계의 주류 접근법에 반대하는 비주류 학설에 서 있는 책이다. 하지만 그 주장들이 설득력 있고 근거도 탄탄해 주목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이 책은 작년에 같은 출판사에서 번역된 동 저자의 <이기적인 뇌>의 내용에서 발전한 것으로 살과 스트레스, 뇌과학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두 책을 함께 읽기를 권한다. 한편 본문 속에 스트레스 관련 자가진단 테스트 2개가 실려 있고, 책 뒤에 용어 설명과 참고문헌 정리가 읽기 편하게 정리되어 있어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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