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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원리 - 개정증보판
차동엽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무지개 원리-2012전면개정판]
5년을 다지고 다시 한국판 탈무드를 향하여
작년 이맘때쯤 <무지개 원리>를 읽었다. 출간된 지 4년, 이미 100만부 넘게 팔린 시점이었으니 뒤늦게 독자에 합세한 셈이다. 초판과 스마트버전, 명사편을 읽었는데 스마트버전은 초판을 판형을 달리하고 좀 더 예쁘게 편집한 것일 뿐 같은 내용이라 지인에게 선물하였다. 내 책도 아니면서 말이다. 평소 누가 책을 갖고 싶다고 하면 스스럼없이 주는 편이긴 하지만, 특히 <무지개 원리>는 책을 읽고 난 후 남과 나누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왜 그랬는지 그것도 무지개 원리를 실천하는 한 방법이라고 말이다. 뒤늦게 책 주인인 어머니께 양해를 구하며, 이러한 얘기를 꺼냈더니 어머니께서도 흔쾌히 수긍하시며 잘했다고 하셨다. 하지만 잠깐 후회하기도 했다. 초판이 잦은 대여와 책 주인의 행태 영향으로 잔뜩 낡아 만지기 조심스러운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달 말 출간 5년 차를 맞아 <무지개 원리-전면개정판>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웠다. 그리고 어버이날을 핑계로 어머니께 깜짝 택배를 보냈다. 그런데 차 신부님의 팬인 어머니의 반응이 생각만큼 좋지는 않았다. 읽은 책인데 <잊혀진 질문>이나 <땡큐 365> 같은 걸 사오지 그랬냐면서 단순히 편하게 읽을 수 있는 튼튼한 책이 새로 생긴 정도로만 여기는 눈치였다. 하지만 새 책을 읽으면서 그런 소리가 쏙 들어갔다. 아마 다른 많은 독자들도 이런 반응이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다. 보통 개정판이라고 하면 판형과 디자인을 바꾸고 새로운 장들을 추가하는 정도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무지개 원리-전면개정판>은 흔치 않은 전면개정판다운 책이다. 당장 목차만 봐도 가늠해볼 수 있는데, 구판과 대조할 엄두가 안 날만큼 구성 자체를 완전히 뒤집으며 기존 내용과 증보 내용을 어울렀다.
<무지개 원리>는 상당히 고무적인 책이었다. 첫째는 주로 미국과 일본 번역 책 위주인 자기계발서 시장에서 토종 자기계발서로 150만부 넘게 판매하며 우리 자기계발서 시장에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종교인이 썼고 사목적 성격이 강한 자기계발서가 종교를 초월하여 일반 대중들에게 두루두루 지지를 얻었다는 점이다. 기독교에선 성소공동체를 강조한다. 종교 부흥을 위해 교인을 관리하고 함께 신앙을 나누며 믿음을 발전시키려는 이유도 있지만, 자살·우울증·왕따 등 점점 사회문제가 증가하는 세태에 대응하여 종교의 기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옥간다, 파면이다 등 무조건적 교리 강요와 협박이 아니라 체계적인 상담·치료·안식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책을 출간하면서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요즘의 기독교 추세다. <무지개 원리> 역시 다분히 그런 성격이 강한 책이다.
하지만 논의의 기초를 유대교에서 가져온다는 점이나 하는 일마다 잘되고 스스로 팔자를 고친다는 등의 한국인을 혹하게 하는 주제들이 기존의 외국 자기계발서와 종교계 자기계발서와 차별되고 생각보다 거부감이 적은 이유인 듯싶다. 그러나 5년이 지났고 그만큼 세상도 변했다. 우리나라 자기계발서 시장이 급격히 커진 계기가 IMF 구제금융 때문이라 한다. 지난 15년간 공부 안하면 죽고, 돈 많이 벌어 성공해야 하고,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되고 하는 등의 이데올로기가 우리를 짓눌렀고 우리 역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처세다 치유다 자기계발이다 하며 열광했다. 그에 대한 허무감과 저항감의 발로로 인문학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경제경영서나 자기계발서도 인문학과 접목하며 진화하였다. 기독교 정신에 입각해 미국이 주도했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긍정론이 도전 받고 있다.
그런 점에서 여러모로 <무지개 원리-전면개정판>은 영리한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본문에 새롭게 삽입된 에피소드들의 상당수가 최신이고 구판의 내용을 다시 정리하고 공고히 한다. '셰마 이스라엘'에서 출발하고 7가지 원리라는 사실은 변함없지만 종교적 색채는 더욱 줄이고 일상적인 측면을 강화한다. 저자가 짚는 무지개 원리의 포인트는 3원리와 4원리고, 기존의 자기계발서와 <무지개 원리>의 차별점을 서술해놓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느낀 이 책의 차별점은 6원리와 7원리의 실천 강조에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도 그런 점을 의식하기에 누구나 만사형통할 수 있지만 실천하지 않는 사람에겐 해당하지 않는다는 얘기들을 전면개정판에 추가하지 않았을까. 행동하지 않으면 변화가 없다. 자기계발을 동반하지 않는 자기계발서 독서는 그저 잠깐 자극을 주고 휘발되는 책뽕(마약)일 뿐이다.
‘무지개 원리’는 지키기 힘든 거창한 이상도, 혜성처럼 등장한 새로운 이야기도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무지개 원리’가 내재하고 있다. 다만 의식하지 못할 뿐이다. <무지개 원리>는 조력자 역할이다. 유대인들이 ‘셰마 이스라엘’을 입 밖으로 계속 외는 이유는 자각하고 기억하기 위해서다. 한편 <무지개 원리>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한국판 탈무드가 되는 것이란 점에서 이번 전면개정판 역시 과제가 남는다. 이번 책은 변화하는 세태에 맞춰 시사성 있게 내용을 보완하고 전체 내용을 다진다는 의의는 있다. 하지만 탈무드가 수천 년을 내려오며 어느 시대 어느 사람에게나 통하듯 <무지개 원리> 역시 그런 책이 되려면 굳이 개정할 필요가 없는 탈 시대적인 예시와 서술들로 채워져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5년 만에 나온 <무지개 원리-전면 개정판>은 앞으로의 도약을 향한 디딤돌 역할이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