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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사람들 ㅣ NFF (New Face of Fiction)
톰 래크먼 지음, 박찬원 옮김 / 시공사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불완전한 사람들]
11+1, 신문사 안팎을 배경으로 녹아낸 인간 군상
'날선 기묘함', 신간 <불완전한 사람들>에서 느낀 전체적인 공기는 그러했다. 이 책은 목차부터 독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쪽수의 표시도 없이, 11개의 신문기사 헤드라인과 그 각각마다 인물의 이름이 달려 있다. 신문과 관련된 인물이지만 그들이 모두 기자는 아니다. 그리고 목차의 헤드라인을 자세히 살펴보면 뭔가 일반적인 신문 헤드라인과는 달리 엉성하고 어색하다. 소설의 인물들과 그들이 겪는 에피소드들도 그렇다. 이들이 정말 전문 언론인이 맞을까, 이 신문은 3류지인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만큼 '프로페셔널'이나 '저널리즘'과는 동떨어진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제목처럼 불완전한 인간들의 불완전한 일상들을 작가는 날카롭게 포착하고 그려낸다.
로마의 한 영자신문사(로마를 거점으로 한 국제지)를 중심으로 그 직원과 독자들의 모습 안에 인간 군상을 명민하게 녹여낸 소설, 톰 래크먼의 2010년작 <불완전한 사람들>이 드디어 국역 출판되었다. 이 책은 11+1 구성의 옴니버스 소설이다. 먼저 발행인에서 교정교열 편집자까지 10명의 같은 신문사 직원과 1명의 독자가 각각 겪는 11개의 에피소드들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서로 얽혀 있다. 또 각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삽입된 짤막한 이야기가 있는데(그것도 총 11개인 셈) 다 합치면 신문사의 역사를 가늠할 수 있는 한 이야기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설정엔 전직 기자였던 작가의 경험이 어느 정도 투영된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언론사가 배경이고 언론인들이 주인공이지만, 언론이나 언론인의 삶을 주제로 한 소설은 아니다.
<불완전한 사람들>의 원제는 'The Imperfectionists'로 perfectionist 혹은 imperfection의 의미에서 착안한 작가의 신조어이다. 책의 제목부터 반증하듯 작가는 이 소설에서 직업이나 배경보다는 인간 보편적인 특성과 인생희비극에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언론과 언론인을 다룬 것이 중요하진 않지만, 우리가 흔히 대표적인 엘리트 집단이라고 여기는 인물들의 나사 빠진 모습을 통해 인간의 불완전성을 더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때론 인물이나 처한 상황 자체가 특이하고, 아무리 계획하거나 거부해도 우연이 발생하기도 한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독립된 단편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데 다시 그 에피소드들과 인물들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 얽히고, 에피소드 안에서 혹은 전체적으로 허를 찌르는 반전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완전한 사람들은> 독자들에게 다각도로 독서의 즐거움을 선사해주는 책이다.
옴니버스 구성 자체가 잘 만들기 무척 어렵고, 이 책은 워낙 에피소드가 많아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 어떻게 읽을지 긴장되고, 산만할까 걱정할 수 있다. 그러나 전혀 걱정할 필요 없이 책의 순서대로 쭉 읽으면 된다. 웬만하면 줄거리 등 책 내용과 관련된 정보를 최대한 배제한 채 읽으면 더욱 좋다. <불완전한 사람들>의 인상적인 점은 날카로운 작가의 시선과 철학적인 주제의식이 매우 형이하학적인 통속극과 자연스럽게 어울어진다는 것이다. 독특함과 불친절함, 기발한 발상이나 풍자 등의 개성은 살리면서 쉽고 대중적인 문법으로 독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불완전한 사람들>은 톰 래크먼의 데뷔 소설인데 작년 초에 출간되자마자 큰 인기를 누렸고 벌써 13개국 이상 번역·출판되었다. 게다가 이미 브래드피트의 영화사인 플랜B에 판권이 팔려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