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일 동안 - 행복을 부르는 37가지 변화
패티 다이 지음, 박유정 옮김 / 이숲 / 201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37일 동안] 나 있는 성찰·치유 에세이, 더럽게 읽을수록 득이다

 
 

이 책의 원제는 '삶은 동사다(Life is a verb)'이다. 그런데 왜 한국판 제목은 <37일 동안>일까? 그 해답은 프롤로그를 보면 알 수 있다. 작가는 계부의 죽음에서 강렬한 동기를 얻어 이 책을 썼다. 계부는 폐암 진단을 받은지 정확히 37일 후에 사망했다. 작가에게 이 경험은 처음 겪는 죽음을 앞둔 사람을 곁에서 지켜본 것이었고 계부를 간호하고 남은 나날들을 함께 하며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절망과 죽음을 겪으면서 아이러니하게 생의 의지가 더욱 강해졌던 입장에서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하는 것이고, 그래서 슬픈 죽음의 경험이 삶의 각성의 계기가 되줄 수 있다는 작가의 이야기에 공감했고 그래서 솔깃해하며 책장을 넘겼다.
 


[pp.12-13] 두려운 심정으로 계부의 죽음을 지켜본 나는 마침내 그분의 죽음이 내게 어떤 교훈을 얻으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 후로 나는 매일 아침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37일밖에 남아 있지 않다면, 나는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 이 질문은 때로 나를 매우 곤혹스럽게 했다. (중략) 나의 대답은 소중한 하루를 더욱 절실하게 의식하며 사는 것이었다.

 

[pp.27-28] 조금 더 의식하는 삶, 조금 더 충실한 삶을 살려면 과연 무엇이 필요할까? 생각 끝에 나는 결론에 다다랐다. 충만하고, 온전하고, 당당하고, 보람 있고, 후회 없는 삶을 살려면 여섯 가지 요소가 필요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것은 영어의 '개인(Individual)'이라는 단어처럼 모두 알파벳 'I'로 시작했고, 'I' 다음 철자가 모두 'n'이었다.

Intencity(집중): 긍정적인 삶

Inclusion(관용): 관대한 삶

Integrity(성실): 자신이 믿는 바를 당당하게 표현하는 삶

Intimacy(친밀): 더 사랑하는 삶

Intuition(직관): 자신을 믿는 삶

Intention(의도) 느리게 사는 삶

이렇게 만들어진 <37일 동안>은 총 9개 챕터로 나눠진 자신의 삶을 의식하면서 살아가고, 좀더 풍요롭고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한 훈련서이자 삶을 돌아보고 마음의 고단함을 위로하게 하는 에세이다. 9개 챕터는 다시 서문 2개 챕터와 결론의 1개 챕터를 제외하곤 위에 언급한 여섯가지 'I' 각각에 대해 한 챕터씩 할애되어 있고, 이 여섯개 챕터에 딸린 소주제는 총 37개이다. 책을 읽으며 나의 인생이 37일밖에 안 남았어하는 비장함까진 아니어도(물론 그렇게 읽어도 좋다)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보며 새삼 생의 의지를 잡아 볼 수 있는 책이다.  

 

<37일 동안>의 작가는 심리학자도 정신과 의사도 아니다.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 설교조로 쓰지도 않고, 대놓고 상담하는 식의 글도 아니다. 다른 저작과 작가 소개에 나와 있는 커리어를 보면 그녀의 직업은 비즈니스 컨설팅 및 교육서비스 기업 CEO인데 그 사실이 놀라울만큼 그런 작가의 프로필과 전혀 연결되지 않는 내용의 책이다. 두 딸을 가진 아주 평범한 중년의 가정주부가 가족들과 부비고 이웃을 만나며 살아가는 일상과 그 속에서 발견하는 깨달음을 담은 책이 <37일 동안>이다.

 

그래서 여러모로 인상적이었고, 어떤 가르침도 전문 지식도 담겨 있지 않은데다가 매우 개인적인 기록임에도 불구하고 읽으면서 마음도 많이 편해지고 울림을 느꼈다. <37일 동안>이 가장 좋았던 이유는 책 속에 내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더럽게 읽을수록 득이다. 책의 여백에 끄적끄적 메모도 해보고 제시된 활동 과제나 실행 과제를 다 풀수록 이 책을 읽은 효과는 높아진다. 작가가 서문에 릴케의 말을 인용하며 이 책은 여러분의 것이라고 말한 것이 무척 기억에 남았다. 


사진과 그림 가득하고 과제 문제까지 있으니 바른 생활 교과서를 다시 보는 느낌도 들었다.(하지만 이 말은 거짓말이다, 알록달록하고 사진도 많이 들어간 교과서는 요즘에 오면서부터지 내가 썼던 교과서를 지금 보면 굉장히 투박하기 짝이 없으리라) 대체 누가 그렸나 싶은 37개 소주제를 상징하는 37개의 <37일 동안> 그림이 있고, 작가가 모범을 보이는 차원으로(?) 찍은 사진들(특히 자신과 가족이 나온)도 꽤 많다. 올해 읽었던 같은 류의 책을 읽으며 쌓였던 불만과 스트레스를 <37일 동안>을 읽으며 다 풀 수 있을만큼 대만족이었다.  


역시 그저 개인의 취향일 뿐일지 모르겠지만 그 어떤 에세이들이 명령하고 가르쳐도 도움 얻지 못했는데, 제일 친한 친구 다이어리 구경하듯 너무나 편하게 읽었고 작가는 별말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참 많은 도움을 받고 배웠다. 무엇보다 이런 류의 책을 읽으며 느꼈던 소외감이나 불편함이 <37일 동안>은 읽으면서는 없었고 뭔가 주체적으로 독서에 임하고 책내용과 소통할 수 있는 책이라 좋았다. 원래는 한 친구의 고민을 들어주다가 다음에 만날 때 선물로 주려고 먼저 읽고 책 속에 깜짝 편지를 적어놓거나 하려 했던 건데, 욕심나서 선물 주기로 한 것 취소하고 싶어질만큼 마음에 쏙 든다, 이를 어째. 

 



 원문 http://der_insel.blog.me/12013149674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