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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아가
이해인 지음, 김진섭.유진 W. 자일펠더 옮김 / 열림원 / 2025년 7월
평점 :
[눈꽃 아가] 20년 만에 나온 이해인 수녀의 영문 번역 시선집 개정판,
만듦새와 소장 가치는 좋으나 추가 수록이 없는 것은 아쉬워
“일생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이 뭔가요? 그걸 단념할 수 있나요?” 수도회 입회 면담에서 받았던 질문 중 이 질문에 답하고 정리하는 일이 가장 마음 부침이 심했다. 결국 일상으로 돌아오며 지켜냈던 꿈을 십 년도 채 못 되어 엄마로 살기 시작하며 당연하게 놓아야 했다. 정신없이 지내며 잘 참아 왔는데 마흔이 되니 자주 초조하고 속이 갑갑하다.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 <눈꽃 아가>를 쉴 때 틈틈이 읽으며 생각이 많아졌다. 수녀님은 내가 태어났을 때에도 이미 유명한 시인이셨다. 그런 수녀님도 입회 후 자유롭게 글을 쓰고 발표하게 되기까지 꽤 많은 세월이 걸렸을 줄이야. 수녀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동시대를 살고 있음이 감사하고 이런 분이 글을 안 쓰고 사는 것이 상상이 안 되는데 이번에 알고 놀랐다.
이제 우리나라도 노벨 문학상 국제 주요 문학상 수상을 하고, 해외 번역이 활발하다. 그래서 학창 시절 때와 다른 기분으로 우리 문학의 번역을 살펴보게 된다. 2025년 7월 출간한 <눈꽃 아가>는 2005년 같은 제목, 같은 출판사(열림원)에서 출판된 시집을 20년 만에 개정판으로 내놓은 시집이다. 처음 나올 때 등단(1970년) 이후 2005년까지 출간한 7권의 시집 중 자연을 소재로 한 60편의 시를 엄선해 자연, 사랑, 고독, 기도 네 가지 주제로 각 주제별 15편씩 담은 시선집이다. 단순 시선집으로 그치지 않고 김진섭과 유진 W. 자일펠더 신부가 영문 번역하여 원시와 병기해놓은 시집이다. 『민들레의 영토』 등 대표시의 번역부터 찾아봐도 좋고, 출판사의 편집대로 순서대로 읽어봐도 좋다.
수녀님 성정을 꼭 닮은, 특유의 맑고 예쁜 언어를 보며 일상의 고단함과 스트레스를 잠시 내려놓는다. 나처럼 이제야 수녀님의 영문 번역 시선집을 처음 읽어보는 분들이나 이해인 수녀의 대표시집 한 권을 선물용이나 소장용을 찾는 분들께 추천하는 책이다. 표지도 세련되고 손에 착 감기는 크기와 무게가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이제나 저제나 수녀님의 건강과 소식을 궁금해 하며 새 글을 기다리는 팬들에겐 아쉬운 개정판이다. 20년 만에 개정되었는데 추가 수록이나 내용 수정이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책 서두에 추가한 개정 작가의 말을 읽는 정도로만 수녀님 새 글에 대한 갈망을 해소해야 해서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