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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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오타쿠 스토커와 고구마 답답이들의 대환장 드라마

2022년 소담출판사 불문학자 이원복의 새 번역으로 선보이는 완역본

긴 작품해설 없이 본문 위주의 깔끔한 번역본을 찾으신다면 추천

(기본적인 각주와 옮긴이의 말은 있음)

 

 

 

프랑스 파리의 국립 음악 아카데미, 이곳에 오페라의 유령이 산다는 소문이 직원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퍼져 나간다. 유령은 사실, 오랜 세월 이 극장의 감독(지도부)와 계약을 맺고 이 극장을 후원해 온 VVIP. 아주 복잡하고 긴 계약서가 있지만 핵심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이 극장을 프랑스 최고의 오페라 무대로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일 것, 유령에게 매월 2만 프랑(연 24만 프랑)의 급여를 제공하고 모든 공연의 2층 5번 박스석을 유령의 전용석으로 항상 비워둘 것. 유령의 전용석에 돈을 두면 사라지는 등 유령의 기척이 느껴지나, 실제로 본 이는 없다.

 

 

이야기는 총 감독이 바뀌며 인수인계를 하면서 시작한다. 신임 감독들은 전임 감독의 인수인계를 무시하고 5번 박스석에 다른 손님을 받거나 유령 담당 직원을 바꾸고 유령이 미는 캐스팅도 무시한다. 그러자 곧바로 신문과 편지로 유령이 경고장이 날아오고, 그도 무시하자 유령이 예고한 그대로 끔찍한 참극이 벌어진다. 오페라의 유령의 정체는 극장 지하에 사는 에릭. 친모에게도 거부를 당할 정도로 끔찍한 외모에 항상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사람들을 피해 유령처럼 지낸다. 그런 에릭이 기척을 내기 시작한 것은 신임 총 감독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들어도 있지만 이제 갓 데뷔한 신예 여배우 크리스틴에게 홀딱 반해버렸기 때문.

 

 

스웨덴 출신의 크리스틴은 세상 물정 전혀 모르는 순진한 처녀. 아버지도 음악가였는데 아버지 생전에 음악인들에겐 각자의 음악의 천사가 있어서 도와준다고 했던 말을 철떡 같이 믿는다. 그리고 자신에게 교습을 해준다고 다가온 유령을 드디어 자신의 음악 천사이 찾아왔는지 알고 반가워한다. 그리고 나날이 실력이 일취월장한다.(에릭은 상오타쿠이기도 하지만 스스로도 음악에 대한 조예가 깊고 실력이 좋다) 그러나 교습한 지 석 달도 되지 않아 크리스틴에게 노골적이고 압박스럽게 청혼을 하기 시작하고, 크리스틴은 매우 당황한다. 크리스틴은 어릴 적부터 알던 라울 자작과 사랑을 키워오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 <오페라의 유령>은 크리스틴에게 거절당하고 그와 라울의 관계를 안 에릭이 미쳐 날뛰는 내용이다. 기자 출신이었던 가스통 르루는 실제로 당시 국립 음악 아카데미(파리 오페라극장)에 유령이 나타난다는 소문과 기이한 사건들에 상상력을 더해 소설로 완성하였다. 신문에 1909년부터 1910년까지 2년 간 연재하였는데, 그래서인지 끊기 신공이 상당한 다수의 장(프롤로그와 본문 26장, 에필로그)로 이루어져 있다. 1986년 뮤지컬화된 동명의 뮤지컬이 이제는 세계 4대 뮤지컬로 불리는 인기 대작으로 자리매김하였는데, 이미 1925년 영화화를 시작으로 TV드라마와 애니메이션도 나온 바 있다.

 

 

기자인 작가가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오페라의 유령은 실재한다 확신하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태로 전개되는 소설 <오페라의 유령>. 지금의 시선으로 보기엔 오타쿠 스토커의 범죄물이고 절절한 찐사랑으로 보기엔 에릭의 행각이 여러모로 소름끼치는 면이 많다. 또 장르에 있어서도 추리물도 아니고 로맨스물도 아닌 애매한 구석이 있다. 그래서 출간 당시도 좋은 평가는 받지 못했고, 금세 절판이 되었다 한다. 그런 점을 감안해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다른 점이 많음에도 매력적인 이야기의 원형으로서 가치가 충분히 있는 소설이다. 읽는 내내 에릭이 너무 싫고 크리스틴과 라울이 답답했는데, 결말까지 계속 이야기에 몰입이 되었다. 더위와 습기로 잠 못 이루는 한 여름날 밤에 특히 읽기 좋은 소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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