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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마케팅 - 인간의 소비욕망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매트 존슨.프린스 구먼 지음, 홍경탁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7월
평점 :
[뇌과학 마케팅]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 것을 선택하지 않는다, 기업놈들의 무서운 뇌과학 마케팅 현황
맹시(Blindsight), 시각 경험 없이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것. 맹시 능력이 있는 시각장애인은 장애물을 건드리지 않고 통행할 수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저자들은 뇌에 주목한다. 뇌, 특히 인간의 뇌는 아직 극히 일부밖에 연구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며 평생이 걸려도 자신의 뇌를 다 써보지 못하고 죽는다고 한다. 뇌과학 연구와 관심은 계속 고조되고 있고, 마케팅 영역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뇌과학 책도 꾸준히 나오고 있고, 여러 마케팅 서적에 뇌과학을 다루는 내용이 수록되어 있지만 ‘뇌과학 마케팅’이란 제목으로 책 전체를 뇌과학으로 푸는 마케팅 책은 처음 봐서 냉큼 집어 읽기 시작하였다. 원제는 ‘Blindsight: The (Mostly) Hidden Ways Marketing Reshapes Our Brains’ 2020년 미국에서 출간되어 있으며 저자들은 신경과학에 기반한 인지심리학과 신경마케팅 연구 및 관련 브랜딩컨설팅을 하는 교수들이다.
저자들은 뇌를 보면 소비자의 진짜 욕망이 보인다며, 우리의 무의식을 좌우하는 뇌의 사각지대 속에 새로운 마케팅의 기회가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물건을 사고, 온갖 매체에서 상품 정보가 쏟아져 나온다. 소비자는 자신의 자유로운 선택권과 통제권으로 스마트 시대에 스마트 소비를 한다고 착각하지만 우리 뇌의 약점을 교묘하게 파고들고, 무의식을 조작하는 마케팅 전략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나오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 것을 선택하지 않는다. <뇌과학 마케팅>은 소비자의 결정과 선택의 이면을 들여다보며, 우리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과 브랜드가 소비자 행동을 설계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논문 등 이 책에서 인용한 자료는 미주로 처리했으니 참고하면 되겠다. 미주를 제외하고 본문만 400쪽이 넘지만 흥미진진한 사례와 설명들로 책이 잘 읽힌다.
브랜드의 경우 뇌가 상황과 행동을 자연스럽게 조합하는 것은 행동 설계를 연습할 수 있는 기회이다. 오래됐지만 좋은 사례로 킷캣 초콜릿의 광고 음악이 있다. “그만 좀 해. 잠시 쉬었다 하자. 킷캣바 좀 줘!” 이 광고에서 네슬레(킷캣의 모회사)는 휴식시간이라는 상황과 킷캣을 먹는 행동을 교묘하게 연결한다. 일하는 도중 점심시간이 되었나? 킷캣을 먹자! 공부하는 도중 휴식시간이 필요한가? 킷캣을 먹자! 한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수준의 광고 음악은 이처럼 상황과 행동 간의 조합의 효율성을 두 배로 증폭시킨다. - p.125
<뇌과학 마케팅>은 총 1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킷캣 등 마케팅사에서 이미 유명한 성공 마케팅 사례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성공사례 중 지금은 유효기간이 지난 것과 여전히 유효한 것을 비교해준다. 기존 마케팅 서적과 달리 뇌과학, 인지심리학, 신경과학 등 ‘뇌’에 집중하여 책을 전개하기 때문에 마케팅에 큰 관심은 없지만 뇌과학엔 관심이 많은 독자들도 혹할 책이다. 기업들은 얼마나 오랫동안 치밀하게 소비자 심리를 조작하고 조종해왔는지를 아니, 소비자로서 허탈하고 헛웃음이 나온다. 어떤 면에선 무섭기도 한데, 기업의 전략도 전략이지만 뇌에 대해 좀 더 공부할 수 있어서 여러모로 유익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