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하고 싶은지 뭘 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 일단 나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김시옷 지음 / 채륜서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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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하고 싶은지 뭘 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잠시 멈춘 30대 모두모두 만만세

 

 

 

인터넷에서 요즘 국내 베스트셀러는 표지가 죄다 처누워 있다는 글을 보고 깔깔 웃었다. 자신을 돌아보고 조금 쉬어도, 조금 멈춰 있어도 괜찮다 다독이는 에세이들. 비몽사몽한 채로 사람에 치이는 출근길 지옥철 안, 눈이 침침할 정도로 모니터와 서류를 보다가 지칠 때로 지쳐 있는 퇴근길. 주말이 아니면 평일에 책을 읽을 시간이 출퇴근시간이나 자기 전 정도밖에 없는데 체력이 하루가 다르게 후달린다. 책은 읽고 싶은데 집중해서 두꺼운 책을 읽기가 어려워지자, 만화에세이 같은 가벼운 책을 점점 찾게 된다.

 

 

<뭘 하고 싶은지 뭘 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은 그냥 또래 직장인의 일상에세이인지 알고 덥석 집어들었다. 한 동안 책을 잘 못 읽다가 다시 독서가 간절해질 때 찾게 된 것인데, 그때 나는 화와 불안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금 회사를 다니는 2년 여 동안 과로와 스트레스로 건강이 급속도로 안 좋아졌고, 올 초부터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며 이러저런 병들을 진단받았다. 그리고 11월 중순, 당장 수술해야 하는 거대 종양을 발견하였다. 회사와 업무에 정이 있는 대로 떨어졌고, 다 때려치우고 수술하며 쉬며 책 좀 읽자고 이 책 저 책 고른 책 중 하나가 <뭘 하고 싶은지 뭘 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이었다.

 

 

그리고 책을 펼치자마자, 마음이 쿵했다. 이 책을 쓴 김시옷은 서른 살 백수가 되며 SNS에 일상만화에세이를 연재하기 시작하였다. 그 이유는 김시옷 역시 치열하게 살던 평범한 청년 직장인이었는데, 건강이 안 좋아져서 병원에 갔다가 갑상선 암 선고를 받았고, 수술하고 몸조리를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퇴사한 것이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산다고 살았는데 30대가 되어도 여전히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고, 어렸을 때 당연하게 생각했던 결혼과 육아는 아득하게 멀게 느껴진다. 작가는 자신의 삶이 어느 날 멈췄다 말하지만, 새로운 직무에 도전하며 학원을 다니고,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만화작업을 시작하는 작가가 참 멋있어 보였다.

 

 

일상만화에세이를 볼 때마다, 오래 걸려 그린 남의 삶을 너무나 빨리 읽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책장이 너무 빨리 넘어가는 게 아쉬웠다. 동병상련을 느낀 걸까. 작가가 계속 건강하고 미래가 잘 풀려 나가길 간절히 바라면서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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