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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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타워] 불륜동화

 

 

 

10대 소녀들의 원조교제가 횡횡하던 1990년대 말 일본, 1980년생 동급생인 토오루와 코우지는 몸을 팔 생각은 없지만 연상의 여인과 자보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몸도 마음도 미숙하지만 욕정만큼은 절정인 10대 후반, 토오루는 엄마 친구인 시후미와 코우지는 친구의 엄마 아츠코와 불륜에 빠진다. 2년여의 시간이 흐른다. 의대에 진학해 진로가 안정적인 토오루는 매일 오후 4시마다 시후미의 전화를 기다리는 파블로프의 개같은 유약한 청춘이다. 불과 몇 년만에 8번 넘는 연애를 마친 코우지는 넉넉한 가정형편에도 호기심 반 물욕 반으로 온갖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데, 그 과정에서 서른다섯 키미코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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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2005, 에쿠니 카오리의 소설 <도쿄타워>와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 <도쿄타워>를 처음 봤을 때, 적잖히 당황스러웠다. 이것이 일본의 쿨한 성풍속인가 싶고, 놀라고 불편한 게 너무 촌스러운가 싶었다. 올해 소담출판사에서 출간 15년을 기념하며 <도쿄타워> 리커버 신판을 냈다는 소식에 그때 생각이 나 급히 읽어보았다. 15년 동안의 독후감이 얼마나 바뀌었을지 궁금해하며. 결론부터 말하면 여전히 불편하고 아쉬웠다. 그 이유가 뭔지 곱씹은 끝에 깨달았다. <도쿄타워>는 너무 이상적인 불륜물이다. 번역이 늦게 되었을 뿐이지 실제로는 나온 지 거의 20년된 소설(2001년작)임을 감안해도, 설정이 이렇게 파격적인데도 순진한 면이 있다.

 

 

이 소설은 에쿠니 가오리가 30대 후반에, 20세 전후의 청년들을 싱그러워 하며 쓴 책이다. 서른다섯과 마흔의 여자가 얼마나 원숙한 나이일까 싶지만 십수살에서 스무살 이상 어린 남자들에 비해선 훨씬 성숙하다. 그래서 정신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관계에서 쉽게 우위를 점한다. 시후미와 토오루는 생각보다 풋풋하고 미숙한 잠자리를 선보이기도(?) 하지만, 키미코와 코우지는 노골적이고 짐승같은 정사를 나눈다. 두 커플 다 여성들이 원하는 때에 여성들이 원한는대로 관계를 맺는다. 남성들은 상대에게 철저히 끌려다니며 유순하다. 여성들은 오랜 결혼생활에도 아기가 없는데다가 아내가 무슨 짓을 하든 무심하고 쿨한 남편이 있다. 그래서 읽으면 읽을수록 소재는 불륜이나 느낌은 동화책을 읽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용이 충격적이기보다, 비윤리적인 소재가 너무 비현실적으로 쉽게 풀어나가는 게 좀 불편하고 아쉬었던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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