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 하찮은 체력 보통 여자의 괜찮은 운동 일기
이진송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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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여자의 몸, 여자의 운동, 깔깔대다 페미니즘

 

 

 

넌 책도 너 같은 귀여운 것만 읽네.” J가 턱을 괴고 단눈으로 쳐다본다.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이 말에 자유로울 수 있는 현대 한국 직장인 청년들이 얼마나 될까. 별다른 일정 없이, 그저 회사를 벗어나 푹 쉬기 위해 월요일에 같이 휴가를 냈던 우리. 당연히 자전거든 볼링이든 운동도 꼭 하자며 계획은 창대했으나, 휴가를 써도 숨쉬기 외의 체육을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운동하는 책을 읽느라 더 운동을 못 하게 되었다. 자기관리와 자기만족 때문도 있지만, 살기 위해서 운동해야 한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는 있지만, 운동 안 하면 죽겠다는 깨달음은 성인이 된 지 얼마 안 돼 얻는다. J와 나는 그래서 이 책을 보고 웃다가 울다가, 서로를 그리고 책을 귀엽고 가여워 할 수밖에 없었다.

 

   

짧은 운동의 경험은 나를 잠깐 쥐었다가 놓으며 지문처럼 흔적을 남긴다 그것들은 대부분 보이지 않으며 인지할 수 없다. 불시에 불쑥 솟아오르고서야 그 진가를 알아볼 수 있다. - p.48

 

 

핫보디가 아닌 핫바 바디인 작가 아가씨는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피트니스 업계의 기부천사. 아쿠아로빅, 필라테스, 요가, 헬스, 승마, 복싱 등 살면서 굉장히 다양한 운동을 시도하는데 어느 한 운동도 한번에 3개월 이상 하지 못하고 강습료를 기부한다. 흔하디 흔한 게 작심삼일 돈만 내고 운동가지 않는 기부천사지만, 작가처럼 끊임없이 운동 무언가를 시도해 체육인생이 상당한 경우는 참 드물다. 흔히 젊은이들에게 진입장벽이 높은 지역 수영장 어르신 고인 물사이에서도 쭈삣쭈삣대면서도 제법 잘 다닌다. 다만 3개월은 채우지 못할 뿐이다. 그렇기에 책날개의 체크리스트를 보고 야 너두? 야 나두!’하며 동지의식으로 읽기 시작했다가, 책장이 넘어갈수록 의외로 존경심이 제법 쌓인다.

 

 

그때까지 나는 공복을 잘 견디는 것에 이상한 자부심이 있었다. 거식증을 겪는 여성이 느끼는 감정이라고도 하던데, 결심한 대로 음식을 먹지 않으면 스스로를 잘 통제한다는 기분에 빠지기 쉽다. - p.104

 

깔깔대며 공감하며 읽다 덜컥 손이 걸린다. 이진송 작가의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하는데>가 탁월한 점은 술술 읽히는 재미있는 글솜씨 속에 페미니즘 메시지를 잘 녹여낸다는 것이다. 정말 괜찮은 페미니즘 책으로 추천하고 싶지만, 우리 사회에 페미니즘단어만 들어도 무조건 날서고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기에 조심스럽다. 여자의 운동이 남자의 운동과 어떻게 다른 접근을 하고 있는지, 여자의 몸에 대해 여자가 강요받고 세뇌당하는 점이 무엇인지를 일상 경험담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낸다. 그래서 여자의 운동만 알았던 여성독자들에게 사람의 운동에 대해 생각하고 자신의 몸을 들여다보게 한다. 오늘은 서평을 쓰느라 또 운동을 못했다. 내일 나의 몸과 운동은 안녕하기를, 미래는 밝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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