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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어떻게 신화가 되는가
황교익 지음 / 지식너머 / 2019년 8월
평점 :
음식은 어떻게 신화가 되는가 - 황교익
“누나, 왜 하필 이 사람 책이예요?” 다시 서평을 쓰려 고군분투 중이라는 내 말에 반기던 임이, 내가 읽던 책을 확인하곤 내뱉은 말이다. 안그래도 시간 없다며 못 읽고 못 쓰는데, 왜 굳이 세간에 한창 비난받는 작가의 책을 골랐냐며. 나도 그래서 망설였지만 궁금했고, 악명의 실체를 직접 확인하고 판단하고 싶었다. ‘교이쿠상’이란 별칭과 연유를 처음 들었을 때 놀랐다. 황교익은 꽤 오래 전 내가 즐겨 찾던 블로거였다. 논란이 된 그의 주장 중 상당수는 그때부터 있었다. 대개 사람들은 글쓰기와 말하기를 모두 잘 하지 못한다. 황교익은 천상 글쟁이다. 그것도 아주 고집스럽고 성실한.
‘교이쿠상’의 오명을 황교익은 반드시 글로 풀어낼 것이라 생각하며 기다렸다. 그리고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음식은 어떻게 신화가 되는가>를 출간하였다. 그에 대한 호오가 없음에도, 두근거리며 책장을 펼쳤다. 책은 생각 외로 음전하였다. 그렇다고 그답지 않게 느껴지지 않았고, 특유의 날선 화법과 집요한 탐구욕이 이 책에서도 잘 느껴졌다. <음식은 어떻게 신화가 되는가>를 읽으며 황교익이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결코 친화적이지는 않은 독특한 작가란 생각이 들었다.
치킨은 맛이 없다는 대중들에게 도발적이고 불편한 이야기를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그 이야기들이 그가 망상가이고 친일파여서 아니다. 음식문화사적으로 충분히 설득력 있는 이야기도 있고, 앞으로의 요식업과 식생활에 던지는 유의미한 화두들도 담겨 있다. 그의 주장들 중 동의하기 힘든 것은 외면하면 될 뿐이다. 일제강점기와 6.25를 겪으며 물적으로도 문화역사적으로도 오랫동안 가난하고 무너져 있던 우리나라다. 그런 배경에서 형성된 현재 우리의 먹거리와 식생활에 대해 황교익처럼 연구하고 고민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