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투쟁 2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지음, 손화수 옮김 / 한길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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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투쟁2] 지루한 명문

 

 

 

염병한다, 다 호르몬 놀음일 뿐.” 한국에 사는 독자가 방바닥을 쾅쾅치며 노르웨이 작가에게 짜증을 부린다. 하지만 이 독자는 12권의 앞부분을 읽었기에 진정한다. 아니나 다를까 반년쯤 연애하자 린다와의 관계는 밀실공포증처럼 답답하고 어두웠다는 대목이 나온다. 2008년의 시점에서 시작해 서른 즈음 전까지의 회상으로 이루어졌던 <나의 투쟁1>. <나의 투쟁2>은 다시 2008년으로 돌아와 <나의 투쟁1>을 쓰고 한 달 후 시점부터 시작된다. 두 딸 바니아와 헤이디는 어린이집에 다니고, 아들 욘은 아직 젖먹이다.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이하 칼 오베)는 자식이 태어날 때 아비로서 경이와 행복감을 느꼈다. 하지만 작가의 입장에서 이 개체들을 관찰하는 것을, 그리고 아내와 아이들과 같이 살며 글 쓰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나의 투쟁2>는 아버지로서의 칼 오베와 작가로서의 칼 오베 두 정체성 모두 지키려는 칼 오베의 투쟁기다.

 

책 표지의 카피처럼 <나의 투쟁2>의 주 이야기는 우리의 사랑’, 연애와 결혼 생활에 관한 이야기다. 칼 오베는 린다와 사랑하며 난생처음 행복감을 느꼈다는 표현까지 한다. 하지만 사실 아이가 없었을 뿐 토니에라는 전처가 있다. 결혼생활도 임신과 아이의 있고 없고에 따라 얼마나 다른지 칼 오베는 뼈저리게 느끼고 기록한다. 하지만 <나의 투쟁2> 역시 의식의 흐름으로 시공간이 뒤죽박죽 전개되고 사랑 얘기 속에 다양한 사람과 사건이 등장한다. <나의 투쟁2>의 경우 친구 게이르와 외삼촌에 대해 정밀하게 묘사하는 대목도 있고, 중간 중간 자기가 읽은 책에 대한 평이나 다른 작가들에 대한 평을 남기기도 하다. 칼 오베의 사랑 타령과 가정생활만큼 재미있었던 대목이 노르웨이와 스웨덴 두 나라에 살아보며 느낀, 두 나라의 다른 점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웃 나라인 노르웨이와 스웨덴은 언어가 비슷하지만 다르고, 스웨덴이 훨씬 크다노르웨이인인 칼 오베는 스웨덴에서 스웨덴인 린다를 만나 스톡홀름에서 살림을 차렸다. 때론 말 자체를 못 알아듣기도 하고 문화 차이를 느끼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칼 오베. 

 

 

나의 투쟁은 총 6부작으로 2011년 완간되었다. 한길사에서 자사 창립 40주년 특별작으로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과 함께 골라 번역·출간하였다. 한꺼번에 3권을 냈는데 한국어판 2권과 3권이 원서 2권에 해당한다. 3권까지 다 읽어보니 서평에서 할 얘기는 사실 많지 않아 낱권 서평을 결심한 게 후회된다. 하지만 읽으면서 표시한 부분이 정말 많다. 홀리듯 타이핑을 해봤다. 분명 읽으면서 지루했는데 발췌한 대목을 보면 참 잘 쓴 글이다. 예를 들어 외삼촌의 삶을 요약하는 대목은 독자들이 노르웨이의 현대사를 한번에 파악할 수 있게 한다. 번역을 거친 것임에도 필력이 남다르다. 사소설을 이 정도로 길게 쓰는 것은 정말 대단한 능력인 듯 싶다. 나의 투쟁』이 노르웨이에서 인구의 10%에 달하는 판매고를 올린 이유에 대해 생각해본다. 러시아의 <닥터 지바고> 같은 책인 걸까. <닥터 지바고>는 소련 시절 춥고 긴 겨울, 국민들이 침대 머리맡에 놓고 생각날 때마다 한두쪽씩 읽는 책이었다고 한다.(3권 서평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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