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투쟁2]
지루한 명문
“염병한다,
다
호르몬 놀음일 뿐.”
한국에
사는 독자가 방바닥을 쾅쾅치며 노르웨이 작가에게 짜증을 부린다.
하지만
이 독자는 1권과
2권의
앞부분을 읽었기에 진정한다.
아니나
다를까 반년쯤 연애하자 린다와의 관계는 밀실공포증처럼 답답하고 어두웠다는 대목이 나온다.
2008년의
시점에서 시작해 서른 즈음 전까지의 회상으로 이루어졌던 <나의
투쟁1>.
<나의
투쟁2>은
다시 2008년으로
돌아와 <나의
투쟁1>을
쓰고 한 달 후 시점부터 시작된다.
두
딸 바니아와 헤이디는 어린이집에 다니고,
아들
욘은 아직 젖먹이다.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이하
칼 오베)는
자식이 태어날 때 아비로서 경이와 행복감을 느꼈다.
하지만
작가의 입장에서 이 개체들을 관찰하는 것을,
그리고
아내와 아이들과 같이 살며 글 쓰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나의
투쟁2>는
아버지로서의 칼 오베와 작가로서의 칼 오베 두 정체성 모두 지키려는 칼 오베의 투쟁기다.
책
표지의 카피처럼 <나의
투쟁2>의
주 이야기는 ‘우리의
사랑’,
연애와
결혼 생활에 관한 이야기다.
칼
오베는 린다와 사랑하며 ‘난생처음
행복감을 느꼈다’는
표현까지 한다.
하지만
사실 아이가 없었을 뿐 토니에라는 전처가 있다.
결혼생활도
임신과 아이의 있고 없고에 따라 얼마나 다른지 칼 오베는 뼈저리게 느끼고 기록한다.
하지만
<나의
투쟁2>
역시
의식의 흐름으로 시공간이 뒤죽박죽 전개되고 사랑 얘기 속에 다양한 사람과 사건이 등장한다.
<나의
투쟁2>의
경우 친구 게이르와 외삼촌에 대해 정밀하게 묘사하는 대목도 있고,
중간
중간 자기가 읽은 책에 대한 평이나 다른 작가들에 대한 평을 남기기도 하다.
칼
오베의 사랑 타령과 가정생활만큼 재미있었던 대목이 노르웨이와 스웨덴 두 나라에 살아보며 느낀,
두
나라의 다른 점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웃
나라인 노르웨이와 스웨덴은 언어가 비슷하지만 다르고,
스웨덴이
훨씬 크다. 노르웨이인인
칼
오베는 스웨덴에서 스웨덴인 린다를 만나 스톡홀름에서 살림을 차렸다. 때론 말 자체를 못 알아듣기도 하고 문화 차이를 느끼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칼
오베.
『나의
투쟁』은
총 6부작으로
2011년
완간되었다.
한길사에서
자사 창립 40주년
특별작으로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과
함께 골라 번역·출간하였다.
한꺼번에
3권을
냈는데 한국어판 2권과
3권이
원서 2권에
해당한다.
3권까지
다 읽어보니 서평에서 할 얘기는 사실 많지 않아 낱권 서평을 결심한 게 후회된다.
하지만
읽으면서 표시한 부분이 정말 많다.
홀리듯
타이핑을 해봤다.
분명 읽으면서 지루했는데 발췌한 대목을 보면 참 잘 쓴 글이다. 예를
들어 외삼촌의 삶을 요약하는 대목은 독자들이 노르웨이의 현대사를 한번에 파악할 수 있게 한다.
번역을
거친 것임에도 필력이 남다르다.
사소설을
이 정도로 길게 쓰는 것은 정말 대단한 능력인 듯 싶다.
『나의
투쟁』이
노르웨이에서 인구의 10%에 달하는 판매고를 올린 이유에 대해 생각해본다. 러시아의 <닥터 지바고> 같은 책인 걸까. <닥터
지바고>는 소련 시절 춥고 긴 겨울, 국민들이 침대 머리맡에 놓고 생각날 때마다 한두쪽씩 읽는 책이었다고 한다.(3권 서평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