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내리는데
- 미도파 부근
- 조 병 화 -
진종일을 비는 내리는데
비에 막혀 그대로 어둠이 되는 미도파 앞을 비는 내리는데
서울 시민들의 머리 위를 비는 내리는데
비에 젖은 그리운 얼굴들이
서울의 추녀 아래로 비를 멈추는데
진종일을 후줄근히 내 마음은 젖어내리는데
넓은 유리창으로 층층이 비는 흘러내리는데
아스팔트로 네거리로 빗물이 흘러내리는데
그대로 발들을 멈춘 채 밤은 내리는데
내 마음 속으로 내 마음 흘러내리는 마음
내 마음 밖으로 내 마음 흘러내리는 마음
사랑하는 사람을 막고 진종일을 비는 내리는데
가난한 방에 가난한 침대위에
가난한 시인의 애인아 ....... 어두운 창을 닫고
쓸쓸한 인생을 그대로 비는 내리는데
아무런 기쁨도 없이 하는 일 없이 하루를 보내는데
하루가 오고 진종일을 비는 내리는데
비에 막혀 미도파 앞에 발을 멈춘 채 내 마음에 밤은 내리는데
- 제6시집- 「 서 울 」 (1957.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