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저녁 

                                     - 김    현    승 -


          긴  돌담  밑에
          땅거미  지는  아스팔트  위에
          그림자로  그리는  무거운  가을  저녁.
          짙은  크레파스의  가을  저녁


          기적은  서울의  가장자리에서
          멀리  기러기같이  울고.
          겹친  공휴일을  반기며
          먼  곳  고향들을  찾아  가는
          오랜  풍속의  가을  저녁.
          사는  것은  곧  즐거움인  가을  저녁.


          눈들은  보름달을  보듯  맑아  가고
          말들은  꽃잎보다  무거운  열매를  다는,
          호올로  포키트에  손을  넣고  걸어가도
          외로움조차  속내의처럼  따뜻해  오는
          가을  저녁.


          술에  절반
          무등차(無等茶)에  절반
          취하여  달을  안고,
          돌아가는  가을  저녁 ㅡ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그러나  가을은  여름보다  무겁다 !
          시간의  잎새들이  떨어지는
          내  어깨의  제목  위에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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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누리 2004-09-30 18:05   좋아요 0 | URL
가을은 여름보다 무겁다!
...
무등차는 잘 모르겠는 걸요. <포키트>도 시간차를 느끼게 하네요. 지난 세월의 시에서 외래어는 낯선 문자가 됩니다.

水巖 2004-10-01 09:12   좋아요 0 | URL
미누리님의 댓글을 읽고 간밤에 국어사전을 찾어 보니 무등茶는 없고
무등산 ㅡ 전라남도 광산군과 화순군사이에 있는 산, 산 기슭에는 광주가 있고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1~2정보에 이르는 차원(茶園)이 있으며 수박이 유명함. 높이는 1,187m. 이라고 있더군요.
광주에 오래 계신 김현승씨는 무등산에서 나오는 녹차를 무등茶로 명명하셨거나 무등산에서 나오는 차 이름이 그렇거나 한것 같군요.
노피솔님, 달은 밝고 결실의 계절에서 오는 마음의 풍요를 말 한것은 아닐가요.
고향을 잃어버린 도시인의 상투적인 표현이라고 어떤 시인은 말하고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