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럭저럭
- 조 병 화 -
이럭저럭 며칠 걸려서
당신 뵈러
내수동 집
당신 방문 열면
어, 너왔니
무심도 하지
늙은 에미 내버려 두고
요샌 발에 힘이 없어
네 집엘 자주 못 간다
구순히 지내라
너도 이젠 어른 될 때 됬다
모든 거 참아라
참으면 되느니라
속 상하는 일 있어도
살아 보면 그게 그거더라
네 에미는
항상 줄에 앉은 새다
훅, 눈감으면 그만이지만
어디 그러니
참고
마음 편히 지내라
한 평생 잠깐이다
마음 아파하질 말라
풀어라
풀고 살라
사내 대장부
허허 웃고 살 것이지
이런 일, 저런 일
그런 일도 있지 할 것이지
얘기할 거 있으면 얘기하고
타이를 거 있으면 타이르고
기분 얺짢은 거 있으면 언짢다 하고
확 확 터놓고 살 것이지
남자가 그러면 못 쓴다
네가 대학 교수고 시인이고
사회에 이름난 사람이고
하더라도
네 속 너 혼자 썩고 사는 거지
그게 어디 사는 거냐
잠깐이다
한 세월 잠깐 가니라
그까짓 거
웃고 살어라
할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