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역두(驛頭)
- 金 泰 柱 -
정녕
헤아릴 수 없는 날자들이
저 태양의 작업이었다
검은 숲 한 여름이 여물어 가고
보드라운 여인네의 머리카락
높이 부푼
한철 가을이 들기만 하면
갈갈이 찢긴 나의 창문에
베짱이며 귀뜨라미며
향수는
내 가슴팍에서 타 오른다
끝내 헤아릴 수 없는 고독과
피어 오르는 전설처럼
피로한 노스탈쟈.
검은 손깃이 성냥불을 키이면
공허한 나의 입술에 담배가 타는
까마득한 공간
불안한 시간의 입체형.
애꿎은 사람들 끼리 사람들은
시시한 거리를 메꾸는 계절의 역두에
저속히 귀거되는 음율
백일홍의 정원과
허전한 세월과
잠시라도 점착된 망발의 사유여
줄달음치는 삶이며 죽음이며
오히려 애처러운 기적(氣笛)때문에
영영 오늘도 자꾸만 멀어져 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