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 에 게
- 김 남 조 -
단비 한 주름이 네 생각을 불러 왔을가
가믐에 눌렸던 숨결을 고르고,
눈망울 마다에 깃들이던 어기 찬 갈증마져
고이 씻겨들 가는가본데
십년 세월에 못내
연정도 아닌 어여쁜 정으로 하여
등으로 쬐이는 이른 봄 햇빛같이 따습던 사람
너를 향해 마음의 창을 열었다.
솔바람에 자고 깨는 솔숲의 묏새를 닮어
확 트인 목청으로 울고프던 날은 가고 오는
후조마냥 서로의 마음 밭에
찔레꽃 둥지를 키워 왔음이여
가시 덤불 속 희디 흰 꽃잎모양
오늘은 나를 울리누나
좋고 하찮음을 한가지 정으로 쓰다듬기에
물 무게에 다스려진 옥호(玉壺)의 밀물인양
봄 가을의 절기가 괴어 왔거늘
장난감에 지친 어린 아이가 무료히 앞산을
바라보듯 너를 찾을 양이면
언제나 부드러히 맞어주던 얼 굴
벗이란 기실 연인보다 너그러워 좋았더니라
깊은 정이야
명주 열두겹속에 감쳐둘 보배
내쳐 말하지 말고 살자꾸나
거울에 비쳐보는 내 얼굴은 아니여도
내 슬픔에 수심져 주고
그 기쁨에 흡족턴 마음
둘이 하나인양 늙어라도 가리
고마운 내 벗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