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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퍼왔습니다~~ 소설판이 의외로 난해한 구석이 있어 잘 이해되지않는 부분이 몇군데 있었는데
명쾌하게 찝어 주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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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두번이나 영화관에서 봤어도 스토리가 이해가 안돼 결국 소설을 구입했다. 눈도 내리고 분위기도 가라앉고 해서 주말에 느긋하게 읽었다. 일단 읽기 시작하니 눈도 떼지않고 주루룩 읽어내려갈 만큼 상당히 짜임새있는 소설이었다.

 

다읽고 나서 처음 느낀 건 영화로 먼저 봐서 좋았던 건 캘스퍼였다는 것. 대사가 거의 같았지만 삽화에 실린 캘스퍼로는 캘스퍼의 귀여움과 순진함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다음 느낀 건 영화의 스토리가 그렇게 난해하고 마지막에 황당했던 건 순전히 미야자키 하야오의 강박관념 탓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다. 미야자키 하여오의 애니를 상당히 많이 봤고 꽤 여러편 소장하고 있는데 어느 애니나 마치 강박관념처럼 들어있는 요소가 있다. 이것때문에 주변에 미야자키 애니 몇 편 보고 시큰둥해져서 매번 그나물에 그밥이라고 혹평하는 분이 한분 있다.  

 

바로 물질문명 비판과 반전사상.

이두가지가 빠지면 자신의 애니로서 품위나 작품성이 결여된다는 강박증에 걸린 듯한 느낌이 들정도다. 사실 내겐 일본인이 반전 운운하면 미국인이 인권운운하는 것만큼 코웃음치는 경향이 없잔아 있지만.

 

원작자체에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반전사상을 억지로 끼워넣느라 스토리가 그지경으로 엉망이 된 것이다. 원작 자체는 짜임새 있는 한편의 유쾌한 환타지 소설이었다. 원작팬이 톨킨팬의 반의 반만이라도 팬덤을 형성했다면 미야지키는 이메일 폭탄을 맞았을 거라고 생각된다.

 

반전 사상을 억지로 끼워넣으려니 원작에는 없는 잔혹한 전투장면을 연신 내보이지만 원작에 없다보니 전쟁의 원인과 전개를 세세히 밝히지 못하고 스리슬쩍 왕을 어리석게 묘사하는 것으로 땜질한 것이다. 어리석은 왕이 전쟁놀이하는 것쯤으로 관람객이 오해하게.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어갔는데 허수아비가 이만 전쟁을 끝내야지 한마디 하고 설리먼이 이만 끝내야지 하는 것으로 전쟁이 끝날 정도로 엉성한 이야기를 만든 것이다.

 

개인적인 혹평을 하자면 고작 그런 이유로 애들도 보는 유쾌한 동화를 전쟁터로 참혹하게 묘사한 미야자키 하야오에게 과연 진정한 반전사상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오히려 반전사상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게 아닐까.

 

스토리가 그지경으로 엉망이 된 또다른 이유는 일본인의 독특한 관념인 적이어도 패배를 인정하면 한편이 된다는 생각. 일본 애니를 보면 신나게 싸우다가도 주인공에 감화되어 한편으로 돌아서는 걸 무슨 공식처럼 자주 보게 된다. 그래야만 주인공의 강함과 매력이 살아난다고 일본인의 의식에 이미지매핑이라도 되어있는 듯한 느낌이 들정도다.

 

그런 배경으로는 진정한 악이나 적을 묘사하기 힘드니 당연하게도 얼렁뚱땅 스토리를 말아먹었다. 황야의 마녀도 설리먼도 한편으로 만들어야하니 둘다 너무 나쁘게 묘사할 수 없고 그들이 하울을 상대하는 이유도 가볍게 만들어야했다. 황야의 마녀는 단순히 미남인 하울에 반한 것으로, 설리먼은 잘난 제자를 자기 밑에 두려는 이유로. 고작 이런 이유로 전쟁을 하고 난리친다고 했으니 관객이 어리둥절할 수밖에. --+++

 

이런 설정이니 주인공인 하울에 대한 묘사도 당연히 잘생긴 핸섬한 매력적인 마법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원작의 그 독특한 소심하고 우유부단하지만 마음 착한 마법사의 개성이 전혀 살아니지 못했다. 물론 덕분에 여성팬들이 기록적으로 몰리는 흥행에는 대성공인 가장 큰 요인이 되었지만. 하울의 후카시와 기무라 타쿠야의 목소리가 아니었어도 이정도로 화제가 되었을까?

 

어쨌든 이포스트는 소설에 대해서 쓰고있으니 소설로 돌리면.

여주인공 소피의 이해못할 행동이 전부 다 이유가 있었다. 황야의 마녀가 소피를 찾아와 저주를 건 건 소피에게 마법 재능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피가 말로 형상화하면 그대로 이루어진다. 캘스퍼가 소피를 성으로 받아들인 것도 그 재능때문이었다. 소피가 하울의 성으로 들어간 건 애니에서처럼 허수아비의 인도가 아니라 춥고 지친 소피가 지나가는 하울의 성에 들어가려고 성을 세웠기 때문이다. 멈춰! 라고 외치자 성이 일시적으로 멈췄다.

 

캘스퍼는 하울과 계약을 깨버리면 목숨을 잃지만 언어로 생명을 줄 수 있는 소피라면 하울과 캘스퍼 둘다 목숨을 잃지않고 계약을 깰수 있기 때문에 소피에게 부탁한 거다. 애니 마지막에서 캘스퍼가 뜬금없이 소피라면 가능하다고 해서 뭔 소리인가 궁금했었는데 애니에서는 애초에 마녀가 소피에게 주술을 건 건 하울을 차지하려는 설정이라고 바꿔버렸기 때문에 소피의 마력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가 없었던 거다. 그래서 얼렁뚱땅 스토리 말아먹기. 하긴 이애니의 최대 목적은 하울을 멋지게 묘사하기가 세일 포인트였으니....

 

난데없이 소피가 과거로 날아가서 하울과의 첫만남 어쩌고로 사랑에 절절히 눈뜨고 하는 스토리가 되어버린 것도 소피의 마력을 설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피가 처음에는 허리 삐꺽거리는 노파였지만 점점 힘 덜들이고 씩씩하게 일어서게 된 건 사실 하울이 마법을 풀려고 소피가 잠들었을 때 여러가지로 애를 썼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법을 못푼 건 소피가 언어주술사여서 스스로가 난 할머니야, 맏이는 불행해라고 자꾸 반복해서 중얼거렸기 때문이다. 결국 스스로가 마법을 계속 걸고있었던 셈이다. 이때 하울이 던지는 "소피는 그런 모습을 좋아하나보다"는 말이 히트다. ^^;;;;; 곳곳에 배어있는 영국식 유머가 꽤 유쾌하다.

 

설리먼은 정말 반전사상을 끼워넣기 위해 만들어진 어거지 캐릭터로 나오지만 실제의 설리먼은 하울의 선배로 하울과는 만난 적이 없고 황야의 마녀의 술수로 왕의 명령에 따라 왕의 동생 저스틴 왕자를 찾아나섰다가 행방불명이 된다. 허수아비는 저스틴 왕자와 설리먼의 합체였다. 실제 하울의 스승님도 나오지만 정말 존경하는 스승님이다. 마녀가 하울의 소재를 알려고 죽이지만.

 

결국 이 동화의 가장 큰 갈등은 황야의 마녀와 계약을 맺은 불꽃마귀가 점점 힘이 강해지며 사악해져서 마녀의 본성까지 삼켜버리고 더 튼튼한 심장을 원해서 하울의 심장을 빼앗으려고 음모를 꾸미지만 우연히 나타난 소피가 그 모든 계획을 틀어버린다는 내용. 하울이 캘스퍼와 계약을 맺은 건 단순히 둘다 너무 순진해서였다. ^^;;; 캘스퍼는 땅에 떨어지면 목숨을 잃는데 우연히 캘스퍼를 손에 잡은 하울이 그걸 알고 불쌍해서 자신의 심장을 준 것이다. 그 덕분에 심장이 없어서 허한 마음 때문에 겉모습에 치중하는 다소 허영장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

하지만 불꽃마귀가 인간의 심장을 너무 오래 점유하면 황야의 마녀처럼 둘다 파멸하기 때문에 캘스퍼는 어떻게든 계약을 풀고싶었던 것이다.

 

소피와 하울의 사랑에 대해서 언급하면 애초에 소피가 하울의 취향이었다. ^^;;;; 애니에선 왠 병사가 소피를 희롱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소피에게 말을 건 건 하울이었다. 어딘가 안스러워보여서 친절히 말을 걸었는데 자신의 외모에 자신없던 소피가 그만 부끄러워서 도망친 것이다. 물론 첫만남부터 두근거린 걸 봐서 하울도 소피의 취향이었다. ^^;; 단지 소피의 자아가 너무 강해서 인정하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이다. ^^;;;;

 

애니와 비교하면 소설쪽이 훨씬 인간적이고 착한 캐릭터들이다. 애니는 무리한 반전사상때문에 설리먼에게 이용당하는 인물들이 많이 나오지만 (이렇게 어린이용 동화에 그렇게 인간을 이용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 건 동화로서 훨씬 좋지않다.) 소설에서는 각 캐릭터들이 전부 확실한 주관을 갖고 힘차게 살아간다. 왕도 상당히 현명하고 주체적으로 나오고.

 

일본 애니나 만화나 소설은 은근히 힘없는 대중은 주체성도 없고 주관도 없이 몇몇 강자의 장기말로 이용되는 묘사가 너무 많다. 그걸 자꾸 보다보면 대중은 장기말로 희생되는게 당연하게 되어버린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애니야말로 그 아이러니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같아 씁쓸하다.

반전사상이라고 억지로 끼워넣은 장면이 전쟁에 대한 반감보다는 전쟁이란 저런 강자가 대중을 맘대로 죽여도 아무렇지도 않구나하는 의식을 무의식속에 설파하는 것같아서 굉장히 기분이 찝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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