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아, 이것 좀 읽어볼래."

1996년의 어느날, 아빠는 나에게 한권의 책을 들려주었다.
'서울에서 하버드까지'라는 조금 두꺼운 책이었다.
그리고 그 책을 읽은 때부터 나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장래희망을 얘기할 때마다 당연한 듯이 이렇게 말하곤 했다.

"전 하버드 대학에 가서 법학을 전공할 거에요."

누구나 어릴 때는 큰 포부를 가지고 있다.
나 역시도 그랬다.
1996년의 나.
겨우 8살이었던 그때의 나에겐 세상이 쉬워 보였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8살의 맹랑한 꼬마는 16살이 되었다.
8년동안 쌓인 나이만큼, 하버드 대학에 갈거라던, 8살짜리의 무작정 최고가 되리라는 소망을 먹고 태어난 크기만 한 꿈은 시간과 현실에 깊숙이 파묻힌 채로 잊혀졌다.
그러나 너무도 따가운 태양빛에 온몸이 화끈화끈 달아오르던 2004년 8월의 어느날, 나는 서점에서 잊혀졌던 꿈을 되새기게 하는 책을 보게 되었다.
처음엔 그저 호기심에 펼쳐들었지만, 나는 그 책을 보면서 8년간 묻혀있던 하버드 대학을 향한 욕망이 다시끔 솟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버드 대학이고 뭐고, 그저 인서울에 있는 대학의 적당한 과를 가서, 적당한 직업을 얻어 적당한 월급을 받아 적당히 결혼을 해야지, 하고 생각하고 외고를 향해 노력하던 것도 전부 포기하고 있던 나였다.

그 책은 바로 요즈음 화제가 되고있는 '공부9단 오기10단'이다.

책의 저자는 미국 명문대 10개 동시합격이라는 쾌거를 누려 유명해진 박원희양이다.
미국에 유학을 간것도 아니고, 미국에서 살다온 것도 아니며 그 흔한 과외한번 별로 받아본 일 없는 박원희양이 전세계에서 천재들이 모여든다는 하버드 외의 명문대학에 합격하기 위해서 쏟아부은 노력이란, 상상하기 힘들 정도일거다.
그러나 어쨌든 그녀는 해냈다.
그녀의 끈질긴 집념과 노력만큼은 정말 본받고 싶다.
나에겐 그런게 없으니까 말이다.

어쨌든 그녀의 사례는 나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
우리나라에서 민사고가 제일 미국고등학교의 수업방식과 비슷하다고 하던데, 박원희 양의 사례를 책방에서 읽은 후, 민사고 국제계열로 들어가고픈 마음이 솟구친다.
대원외고 등의 몇몇 외고에도 유학반 프로그램이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국내 대학 공부와 SAT공부를 병행하다 보니 정말 미치기 직전으로 힘들테고, 부끄럽지만 난 그렇게 힘든 일정을 견뎌낼 자신이 없다.
그렇게 두가지를 해가지고서야, 미국 대학은 커녕 국내 대학도 잘 못가게 되지 않겠는가.
거기다 모든 수업일정이[국어 등의 몇개 과목만 제외하고서.] 영어로 진행되며, 생활회화도 영어로 해야 한다는 것과 무려 AP클래스가 있다는 것(AP는 울나라에서는 민사고밖에 없다),  과외활동같은 것을 학교에서 열심히 지원해준 다는 점 등등이 매우매우 마음에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외국 명문대를 가기에 가장 좋은 학교는 단연코 민사고인듯 하다.

그러나 참으로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내가 미국 명문대를 가고 싶어서, 민사고를 가고싶다고 생각하게 된게 요 며칠 사이며, 나는 민사고를 가기 위한 어떠한 준비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05년도 민사고 국제계열 응시자격 조건은 일단 3학년 1학기까지 중 1학기 이상의 내신이  5%내에 들어야 하고, 민사고 수학 경시대회나 다른 민사고에서 인정하는 경시대회의 동상 이상을 타와야 하며(이것이 어려운 부분이다.) 토플이 240점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이것도 어렵다.)

일단 민사고 서류 접수인 9월 6일까지, 내가 토플 240점을 딴다 치자.(물론 매우매우매우 힘들거다.)
그러나 문제는 경시대회다. 민사고 수학경시대회는 참가만 한다면 응시 자격을 딸 수 있지만, 이미 지나갔다.(-_-) 그렇다면 다른 경시라도 참가해야 할 터인데, 9월 6일까지 무슨수로 경시에 참가해서 동상을 타온단 말인가!!!
결국 불가능이란 말인가.
그러나 희망의 빛은 아직 있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열심히 영어를 익히는 거다.
지금 영어실력으로는 토플 240점은 어림도 없다.
후.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나는 그저 두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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