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선생님의 하루 대화법
이수진 지음 / 카시오페아 / 2025년 3월
평점 :
며칠 전 9월 발령을 받은 신규 교사 환영회가 있었다. 어쩌면 학교에서 가장 경사스러운 행사였지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옆반 선생님과 ‘왜 저렇게 빛나고 기회가 열려있는 젋은이들이 이런 험한 길에 들어섰냐’며 혀를 찼다. 옆반 선생님은 그만한 자녀를 가진 분이시라 더욱 안타까워하셨다. 멍청하게도 대한민국 교직의 가장 최고점에 진입하며 뭣도 모르고 나름의 성취감을 가지고 입봉하던 나의 과거가 떠올랐다. 그때도 이미 선배 선생님들이 혀를 차며 안타까워 하셨고, '지금이라도 방향을 틀어 보라'고 하셨던 탄식이 나의 경력의 출발점이었다. 그때 선배들은 정말 옳았다.
현재의 후배들에게 이 못난 선배가 정말이지 미안하게 생각하는 점은 내가 시작할 때보다 악화된 교직 상황을 타개할 제도와 사전교육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학부모기분상해죄’는 교사의 인권을 유린당하고 직을 반납해야 하며 심지어 교사의 인생마저 포기해야 할 만한 극악무도한 중죄이다. 철밥통이라는 이 직장은 실은은 법도 윤리도 없는 아수라장이다.
그래서 저경력 교사들에게 개인적인 차원에서 교사의 말하는 방식을 단속하는 류의 책이라도 시급하게 읽혀야겠다 싶다. 다만 본서는 기대에 비해 다소 평범한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이 다루는 대화법은 너무 일반적이고, 독창적인 관점이나 깊이 있는 분석은 부족한 편이다. 이미 여러 교육서에서 접할 수 있는 원칙들이 주로 소개되어 있어 신선함은 적다. 또한 현장의 복잡한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가볍게 적용할 수 있는 소소한 팁 정도를 제시하는 느낌이 강해, 교육 현실에 비추어 봤을 때 다소 미봉책에 머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도 학교는 열어야 하니까, 우선은 언발에 오줌이라도 눠야 하지 않겠는가. 신규 교사나 영혼 없는 대화법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기본적인 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으나, 앞으로 좀 더 실질적이고 위급한 사례나 본질적인 전략이 보강되어, 진지하게 교대 등과 협력하여 우리 내부에서라도 현장 경험과 체계적 연구를 바탕으로 한 매뉴얼을 만드는 노력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또한 아무도 지켜주지 않는 외롭고 위태로운 이 길을 선택한 후배들에게 진심으로 위로를 보낸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고
본인의 주관적 견해를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