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교사 교육과정을 디자인하다 : 성취기준편 ㅣ 교사 교육과정을 디자인하다
교육과정디자인연구소 외 지음 / 테크빌교육 / 2024년 10월
평점 :
본서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가벼운 소책자로, 기본 개념들과 잡다한 Q&A를 망라하고 있다. 가볍게 내용을 개괄할 수 있는 점은 장점이나, 군데군데 새 교육과정에도 진짜 고민은 없었구나 하는 좌절감이 들어 실망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성취기준은 심층적인 이해와 수행 기준으로서의 성격을 강조하였다고 한다. 학습 후에 학생들이 보여야 하는 수행결과로써, '도착점으로서의 목표'를 성취기준으로 제시했다고 했다.(pp. 25~26) 즉, 수행 중심의 교육과정을 구성하겠다는 요지이다. 아주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를 마무리하며 설문을 통해 학생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고 도움이 됐던 활동을 응답해 달라고 했더니, 다수가 학생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도모하는 프로젝트 활동들을 많이 손꼽았다. 특히, 한 학생은 "수행평가가 많아서 즐거웠다"고 기술했는데, 배운 것을 십분 발휘하여 프로젝트의 결과로서 평가가 배치되도록 부단히 노력한 1년 농사가 풍년이 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교육과정 재구성을 할 때 수업 차시가 아니라 단원을 기준으로 접근하도록 방점을 찍는 것도, 그간 교사들이 교육과정 운영의 비현실적인 방대함을 이유로 끊임없이 요구했던 바이다. 다만 새 교과서가 어떻게 개발되었을지는 미지수인데, 교과서 중심의 교육과정 운영의 틀을 벗어나기가 힘든 우리 교육 현장의 특성상, 반드시 교과서가 핵심개념을 중심으로 새 교육과정 철학에 맞게 극단적으로 가벼워져야 하는데 어떨지 걱정이 된다. 새 교과서를 받을 때마다 몇 십 년 전과 비교해도 분량이 줄지 않는 현실에 매번 좌절하기 때문이다.
새 교육과정을 살펴보며 강한 우려를 품게 된 것은, 평소 교육계가 갖고 있던 딜레마에 대해 전혀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았음이 이 책에서도 명백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우선은 모든 학생들이 성취기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환상이 교육계에서 사라지기를 바란다. 본서에서 지적한 학습장애나 부진의 학생들만이 성취기준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학생들은 너무나 다양하고 학습능력에도 차이가 있고, 그렇기에 누구나 성취기준에 도달할 수 없다. 이 당연한 명제만 인정하면 될 텐데, '성취도를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이 명확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교사가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평가를 해야 한다(p. 138)'는 비문이 버젓이 실리는 것이다.
또한 IB프로그램은, 무수한 반대에도 아직까지 교육부가 포기하지 않고 있는 AIDT 사업과 궤를 함께 하는 검증되지 않는 이권사업이다. 사설 기관에 천문학적인 프로그램 비용을 귀한 세금으로 헌납 하지 않더라도, 기존의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개발된 수많은 교육과정 재구성 자료들이 산적해 있고, 이미 다양한 교실에서 실행 중이다.
나라 곳간을 파먹는 도둑들이 교육을 망치고 있는 것이 수조에 달하는 해당 예산을 실질적으로 학생들의 피부에 닿도록 사용하고, 교원들의 처우 개선에 제대로 사용하면 얼마나 우리네 학교가 달라질까 싶다. 그 돈을 전국의 학급운영비로 배분해도 학생들에게 필요한 준비물을 살 수 있을 것이고, 교사들이 사비를 털어 교육프로그램을 사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 와중에 교사는 교실 청소도 혼자 하고 전교생의 교과서를 맨손으로 나르고 있고, 학부모가 아동학대로 고발하면 내 돈으로 소송 준비도 해야 한다. 최소한 10년 넘게 동결된 수당을 받으며 생활고에 시달리는 교사들의 급여를 정상화해 주길 바란다. (교대생, 사대생들을 제발 다른 직업을 찾아 움직이세요.)
마지막으로 교사의 자율성을 제한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왜 여전히 교사에게 교육과정 편성권과 평가권이 주어지지 않고, 학생의 본연의 성장과는 무관한 업무만을 위한 업무만 쌓여가는지 모르겠다. 벌써부터 학교자율시간에 대해 얼마나 교육부, 교육청의 간섭이 심한지 상상을 초월한다. 학교자율시간이라는 또 다른 새로운 제도를 만들며 얼마나 고민이 없었는지는 이 책을 봐도 알 수 있다. 새 교육과정을 만들며 경쟁이라도 하듯이 기존에 없는 개념을 병적으로 도입하여 실적 세우기에 급급하여 학교의 자율성을 짓밟는 행태가 영원히 멈추지 않는 것이다.
새해에는 제발 교육이 중심이 되는 학교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