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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말 연습 - 상처 주지 않으면서 할 말은 다 하는
김성효 지음 / 빅피시 / 2023년 1월
평점 :
해당 책을 보자마자 '김성효'라는 저자 이름에 반가운 미소가 지어졌다. 몇 년 전 <선생님, 걱정 말아요>라는 책을 출판하여, 장학사의 신분으로 교사의 입장을 살피는 그 행위만으로 내게 감동을 선사했던 저자였다. 이제 교감이 되었다고 하는데 여전히 현장의 교사들에게 시선을 거두지 않는 점에서 나는 또 무조건적인 찬사를 보낸다.
이런 나의 말초적이고 관대한 감각이, 현재 현장의 교사를 망치는 게 관리자이고 교육청임을 반증하는 것이리라. 내가 현재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도 동료교사를 아동학대로 고발하여 고초를 겪게 한 교감이 근무 중이다. 당연히 무혐의일 수밖에 없는 동료교사의 고초에는 관심이 없는 자이다. 혹시라도 본인의 교장 되는 길에 오점이 될까, 성가신 민원 단 한마디만으로 기계적으로 동료교사를 아동학대로 고발했다. 더구나 순진한 후배교사를 '선생님은 잘못이 없으니, 오히려 아동학대로 신고받고 당당해지는 것이 좋다'는 논리로 꼬드기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현재의 학교 현실이 이러하다.
요컨대 본서에서 저자는 교사의 언어를 최대한 정제하고 공식화된 언어만을 사용하도록 매뉴얼을 만들었다. 현재 교육활동을 보호하려는 많은 시도 중에 첫 번째는 교사의 정치권 보장(대한민국은 이렇게 인권 보호가 안 되는 나라다), 생활지도 법률 제정, 교사의 평가권, 징계권, 교육과정권한 등에 관한 법률(이런 기본적인 것도 법제화되어 있지 않을 걸 악덕 학부모들이 눈치라도 채게 되면 아마 교사 개인을 향한 보복 소송 및 괴롭힘은 지금보다 더 지독해질 것이다.) 등 제도와 법률을 정비하는 데 노력하는 방향이 있고, 두 번째는 교사 개인이 스스로 각종 소송에 보호하기 위한 피치못할 자구책을 강구하는 방향이 있는데, 저자는 후자 쪽에서 노력하고 있는 이이다.
아, 요즘 아주 각광받는 최후의 방법으로, 교사들은 교직을 떠나고, 고3들은 지원하지 않아 교대가 정원 미달이 되는 궁극의 탈출책도 있다.
본서는 짧은 챕터로 40가지 실제적인 사례를 다뤄, 마치 대본집처럼 교사가 사용할 수 있는 언어를 소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아침 독서 시간에 아이들이 책을 읽는 동안 나도 함께 읽으며 하루에 한 개씩 실천해 보려고 한다. 사실 모든 예시가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되어 매우 초보적인 수준의 기계적인 모델링이다. 절대 책잡힐 만한 훈육의 언어는 사용하지 않도록 기계적이고 완전 무결한 언어를 사용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그러나 이 책의 더 값진 부분은 솔직한 자신의 고백이 곁들은 서술이 교사들에게 때로는 위로가 때로는 용기가 되어 준다는 것이다. 아마 이것이 저자의 가장 큰 강점이 아닐까. 그리고 존경할 만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의 관리자들에게 가장 보기 힘든 부분이다. 지금도 교실에서 온갖 똥물을 뒤집어 쓰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동료교사의 허덕임을 남 일처럼 우습게 보고, 마치 자신만은 능력이 출중하여, 고매하지 못하게 학생 하나 학부모 하나 다둘 줄 모른다는 듯 교사를 바보 만드는 관리자들이 태반이다. 승진을 목전에 둔 교무부장만 되도 정작 본인은 담임교사를 기피하고 전담교사나 저학년을 고집하면서, 정작 일선의 교사를 알 만한 자들이 나서서 동료를 더 무력하게 만든다.
딱 하나 저자에게 아쉬운 것은 거시적인 관점의 부재이다. 계란으로 바위 치듯 하나하나 개인이 견디고 개선할 노하우를 전수해 주는데, 물론 그것이 아주 현실적인 선배교사의 모습이지만, 자기 이름 걸고 활발하게 외부 활동을 하며 자기 홍보에 열심인 저자가 정작 교사들이 마주치는 거친 현실의 벽은 그냥 두고 개인이 타개해 보라는 소극적인 태도가 아쉽고 서운하다.
본서에도 교사는 언제든지 5분 대기조로 연락 받아주는 쿨팁(?)을 적어 뒀는데, 근무시간 외에는 연락을 받지 말라는 주장을 왜 못하는 걸까. 월급의 10프로는 학급 아이들에게 쓰라며 늘 자기 희생적인 태도를 최고로 치던 나의 선배들의 전형이라 답답하다.
오늘도 학교 공용 정수기에 입대고 먹지 말라고 지도했다가 폭행당하고 아동학대로 고발된 교사의 뉴스가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데 말이다. 결국 이 책을 사 볼 독자는 100퍼센트 교사인데, "우리 00 어린이는 정수기에 입을 대고 마시고 싶구나. 선생님은 우리 00가 개인 물병을 사용해서 물을 마시기 바라."라고 교사가 말투를 바꾸기만 하면 오늘의 교육 현실이 바뀌겠는가. 몇 안 되는 교사의 입장에 서고 있는 작가의 책조차 심란해지는 속이 터지는 하루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고
본인의 주관적 견해를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