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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est Hits (Ten Years And Change 1979-1991)
Starship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00년 1월
평점 :
품절
김건모 3집을 들으면 대학교 새내기때가 떠오르고, 안드레아 보첼리를 들으면 길고 아팠던 연애가 떠오르고, 스타쉽의 이 음반, 특히 '제인Jane'하고 '사라Sara'를 들으면 정신없던 중학생 때가 떠오른다. 물론 그 시절 뉴키즈 온더블록의 포스터를 구하느라 음반가게를 들락날락 했던 것도 빼놓을 수 없지만 말이다.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시작된 사춘기는 - 주로 엄마에게 신경질을 부리는 것으로 일단락짓곤 했던 - 중학교 내내 지속됐던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의 해방구는 집에 오자마자 가방만 풀어놓고 카셋트 앞에 앉아 흥얼거리곤 했던 노래들이었다.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녹음도 많이 했었는데, 이제는 남의 차 얻어타고 갈 때나 카스테레오를 통해 겨우 한 번씩 듣게 되는 것 같다. 이상하게도 중학교 이후로는 팝송을 거의 듣지 않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 클래식 좋아하던 친구를 만나게 되어서였나, 공부에 방해된다는 지금 생각해보면 구차한 핑계들 때문이었나, 내게 있어 팝의 시대는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 즈음에 멈춰버렸다. 그 이후로는 모든게 그냥 뭉게져서 기억에 걸리는 노래들이 없다.
사람이 나이들면 과거에 의지하게 된다던가, 요즘 이상스레 '사라'가 환청처럼 들려온다. no time is a good time for good-byes라는 가사와 함께. 하지만 요즘은 저런 가슴 아픈 작별도 하기 힘들다. 그냥 어쩌다 만나고 작별을 아쉬워할 사이도 없이 기억 속에서 스르륵 사라져가는 만남들이 너무 많다. 지금 기억이 가물가물하더라도 그땐 분명 붙잡고 싶었던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그 사람들 지금 잘 살고 있을까 궁금하다.
지금의 정교하게 세팅된 음악들에 비하면 반주도 어딘가 촌스럽고 심심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한번 훅-! 하고 분 바람에 날아가버렸다고 이제까지 생각했던 십대 중반의 기억이 세세하게 되살아나는 것 같아 기분이 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