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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갖고 노는 아이 ㅣ 책의 기쁨 1
지라우도 아우베스 핀투 지음, 노경실 옮김 / 에디터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어른이 되어서 읽는 동화는 내겐 좀 어리둥절하다. ('어른'이라는 단어를 쓰고 나니 좀 묘한 기분이 든다. 나이가 들긴 했지만 경계가 확실하게 내가 어른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마치 아주 상징적인 시 한편을 읽거나, 삽화와 커다란 활자의 너른 여백 사이에 무한한 교훈이 숨겨진 짧은 책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이다.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보는 그림 철학 동화'라는 띠지에 적힌 이 책의 광고문구가 잘 표현해주고 있듯이 이 책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지만 어른들에게도 잔잔한 공감을 일으킬 거라 생각한다.
세상에 대해 애정을 듬뿍 가진 말썽꾸러기가 결국 좋은 어른이 된다는 이야기는 자연스레 나의 어린시절과 지금의 상태를 돌아보게 한다. 어렸을 때 남들보다 좀 병원을 많이 다녔고, 남들보다 좀 더 많이 울었다는 점을 빼곤 크게 말썽을 피웠던 기억이 없는 나는, 허다한 '착한 아이'의 범주에 속했던 것 같다. (엄마와 교실에서 같이 수업을 해야했을 정도로 많이 울었다면, 이것도 말썽에 포함시켜야할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아이들을 보면 특히 더 그런 생각이 들지만 착하고 얌전한 아이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어른이 되어 주변을 돌아보면 과거 착한 아이나 모범생에 속했던 애들이 꼭 성공하거나 좋은 어른이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공원에 앉아, 흙탕물이 고여있는 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공차는 아이들을 보면서 저런게 정말 어린애다운 거겠지 싶었다. 그 애들의 눈에선 순간이나마 아무런 근심 없이 좋아하는 것에 온통 애정을 쏟을 수 있는 집중력을 읽을 수 있었다. 저 애들 중에는 학교에서 공부를 잘 하는 아이도 있겠고, 노래를 잘 부르는 아이도 있겠고, 축구를 잘 하는 아이도 있을 거다. 아니면 너무 장난을 많이 쳐서 매일같이 선생님께 혼이 나는 아이도 있을 거다. 이 책은 이런 말썽쟁이나 장난꾸러기를 다시 보게 해준다. 그 애들이 실은 세상에 대해 더 큰 호기심과 따뜻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분명 누구나 한 번은 거쳤을 어린시절을 기억해 낸다면 아이들에게 '안돼'라는 말을 하기보다는 한번 더 그들을 이해할 수 것이다.
어쩌면 태어날 때부터 심성이 곱고 깊은 아이들이 있을 수 있지만, 이 책에서도 말하듯 아이들의 심성은 아이다움을 잊지 않은 어른들이 주는 '많은 사랑'을 통해서 길러지는 것이라는 데 깊이 공감한다. 세상에 악순환이라는 것이 있다면, 분명 선(善)순환(?)이라는 것도 있을 거다. 아이들에게 사랑과 이해를 주면, 그걸 먹고 자란 아이들은 좋은 어른이 될 거고, 그 좋은 어른은 또 다시 아이들에게 자기가 받은 것을 베풀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