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좋은 방 Mr. Know 세계문학 2
E. M. 포스터 지음,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구판절판


그녀는 강둑 난간에 두 팔꿈치를 기댔다. 그러자 그도 그렇게 했다. 같은 자세가 된다는 것은 때로 마술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그것은 영원한 우정을 암시하는 일들 가운데 하나다. -59쪽

그때 갑자기 땅이 푹 꺼지면서 그녀는 덤불숲 밖으로 떨어졌다. 빛과 아름다움이 그녀를 감쌌다. 그녀가 떨어진 곳은 넓은 하늘 아래 끝에서 끝까지 온통 제비꽃으로 뒤덮인 작은 단구였다. [...]
조지는 그녀가 도착하는 소리를 듣고 돌아보았다. 그는 잠시 동안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마치 그녀가 하늘에서 떨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그는 그녀의 얼굴에서 빛나는 기쁨을 보았고, 꽃들이 그녀의 드레스로 밀려들어 푸른 파도를 일으키며 부딪치는 것을 보았다. 위쪽의 덤불숲이 닫혔다. 그는 성큼성큼 걸어가서 그녀에게 키스했다. -86쪽

"네?"
"지금까지 한 번도 당신에게 키스하지 못했습니다."
진홍빛으로 물든 그녀의 얼굴은 그의 표현이 섬세함과 거리가 멀었음을 말해 주는 듯했다.
"하지만... 이제 당신은 그보다도..." 그녀는 말을 더듬었다.
"그래서 부탁해요... 해도 될까요?"
"물론이에요, 세실. 진작 했어도 좋았을 거예요. 내가 먼저 나설 수는 없잖아요."
이 지고의 순간에 그가 느낀 것은 어색함뿐이었다. 그녀의 대답은 부적절했다. 그녀는 몹시 의무적인 태도로 베일을 들어올렸다. 그녀에게 다가갈 때 그에게는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녀를 끌어안는 순간 그의 금테 코안경이 떨어져서 두 사람 사이에 납작하게 끼였다.
포옹은 그렇게 끝났다. 그는 실패한 포옹이라 생각했고, 그것은 사실이었다. 열정이란 저항할 수 없는 것이어야 한다. 예의범절이라든가 심사숙고라든가 그 밖에 교양이라는 이름의 각종 족쇄를 잊는 것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그것은 통행권이 있는 곳에서 허락을 구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134쪽

하지만 그가 대답 없이 풀밭으로 고개를 숙이자, 자신의 질문이 다른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조지의 머리를 지켜보았다. 그의 머리는 그녀의 무릎에 거의 닿다시피 붙어 있었는데, 그의 두 귀가 점점 빨개지는 것 같았다.-193쪽

그는 뚱한 세실을 그대로 두고 조지의 검은 머리를 다시 바라보았다. 그 머리를 쓰다듬고 싶지는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쓰다듬고 싶은 마음도 느껴졌다. 그건 아주 기이한 느낌이었다. -1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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