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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 - 이 시대 가장 매혹적인 단독자들과의 인터뷰
김경 지음 / 생각의나무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인간미. 인간미란 인간다움에서 번져나오는 아름다움일 것이다. 인간다움. 우리가 어떤 사람에게 인간다움을 느낀다면 그건 그 사람이 따뜻하고, 배려심 깊고, 그래서 자꾸만 만나고 싶게 만든다는 걸 의미할 것이다. 거기다 하나 더 보탠다면 투철한 자기 철학으로 남들이 뭐라해도 무너지지 않을 철옹성같은 자기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 같은 것? 어쩌면 이런 사람들은 인간미와는 동떨어진 느낌을 발산할지도 모르겠다. 자기 속도에 맞추어 자기 세계를 만들어내려면 외골수 같은 모난 구석이 생길 테니까. 그렇다면 내가 생각하는 '인간미'의 의미층을 좀 두텁게 만들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 책 속에서 한데 어우러진 김경의 인터뷰이들은 한국사회의 주류와 비주류를 넘나들며 개성에 있어서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독특한 인물들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인간미'와 '자기 세계'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이들에게서는 얄밉지만 (그들이 가진 능력때문에) 사랑할 수밖에 없는 (때로는 너무 외로워 보여서) 우리 시대의 괴짜, 악동, 천재, 아웃사이더에게서 느낄 수 있는 애증이 생겨난다.
이 역시 상당 부분 기획에 의해 뽑아져나온 이미지들이라 하더라도, TV 속에서 연출되고 인터넷 포털에서 범람하는 가짜 이미지들에 지친 나에게 이 책은 어떤 상쾌하고 진솔한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좋은 질문이 좋은 답변을 이끌어낸 결과라고 해야할까? 질문이란 원래 모르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같은 질문이라도 풍부한 담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말문이 막히게 하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인터뷰어 김경 자신의 사람에 대한 이해심과 인터뷰이들의 인간미를 드러내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거기다 나처럼 스스로를 너무도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좀 쿨하게 살아봐도 누가 뭐라지 않으니 용기를 내어보라고 북돋워주는 교육적 효과도 있었으니,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하면 좀 지나친 생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