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야구장에 갔다왔다. 이순철 감독의 돌발행위. 야구팬으로서 너무 깜짝 놀랬다.
그리 항의할 거리도 아닌 것에 나가더니 퇴장먹고 배트 휘두르고.
그러다 사고라도 나면 어쩌라고.
앞에 앉은 관객의 얘기를 들어보니,
"야, 이순철 왜 저러는 지 알아? LG 펜들이 경기 끝아고 이순철 감독 사퇴 시위한다고 그랬데.
그래서 퇴장먹고 빨리 집에 갈려구 그런 거야."
덕아웃에서 안쪽에서 몰래 경기 지켜보는 걸 보니 그건 아닌 것 같지만.
박용택의 표정이 LG 선수들의 당혹스러움을 너무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다음 공수교대때 LG 선수들은 덕아웃 앞에 모여 사태를 진정시키고,
클리닝 타임에는 스트레칭 대신 모두 라커룸으로 들어가버렸다.
제구가 불안한 김명제한테 박용택이 홈런을 얻어내서 분위기는 반전되었지만 두산펜인 나로서도
마음 찜찜한 건 여전하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감독으로서 오죽 답답했으면 그랬을까 싶지만...





이날 이 감독은 0-1로 뒤진 4회 심판판정에 거칠게 항의하다 올 시즌 감독퇴장 1호의 불명예를 안았다. 4회말 1사 뒤 두산 정원석을 상대로 볼카운트 2-0를 만든 선발 최상덕은 3구째 바깥쪽 빠지는 공을 던졌고 정원석은 스윙을 반쯤 하다 멈췄다. 포수 조인성의 문의에 오석환 1루심이 볼을 선언하자 분을 못참고 뛰쳐나와 몸싸움을 벌이다 쫓겨난 것이다.
이 감독은 덕아웃에 들어가서도 방망이를 필드로 집어던지는 등 격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보기에는 다소 거칠었지만 당시 이 감독의 행동은 의도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승부가 갈릴 상황도 아니고 점수차가 크게 벌어지지도 않았지만 과장된 액션을 취함으로써 선수단 전체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라는 해석이다.
이 감독이 물러나자 3루측 LG팬들은 큰 목소리로 '격려'를 보냈다. 감독의 승부욕에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LG 선수단도 긴급 미팅을 갖고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잠실구장 3루측 투수들 공간에 모여있던 선수들도 일제히 야수 덕아웃으로 이동해 단합심을 과시했다.
필승의 각오를 되새긴 LG는 7회 대타 박용택의 솔로홈런으로 1점차까지 추격한 뒤 막판 역전까지 바라봤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해 무릎을 꿇었다. 비록 패했지만 이날 LG의 경기력은 4회 이전보다는 4회 이후가 훨씬 나았던 게 사실이다. 경기에 임하는 집중력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필드에서 '튀는 선수'가 없어 괴로움을 토로하던 이 감독은 분위기 반전을 위해 스스로 '오버맨' 역할을 떠맡은 셈이다. 비록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선수단 전체에 경각심을 일깨우는 효과는 탁월했다. 감독의 의도된 행동이 앞으로의 경기에서도 '약발'을 받을지 지켜볼 일이다.
workhorse@osen.co.kr

그래도 너무 무서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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