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 하늘은 이사야를 위해 울고 있으며, 눈물은 서리로 바뀌어 그 애를 덮어주고 있다. 이런 식으로 우주는 이사야의 몸 위에 담요를 덮어주고 있는 것이다. 그 애가 다시는 춥지 않도록.-15쪽
내가 옆으로 물러서자 그 애는 내 아파트, 내 삶으로 걸어들어 오더니 결코 그대로 놓아두지 않았다. -27쪽
그렇지만 나는 삶에서 일정한 무언가를 닻처럼 내리고 있다. 그걸 방향 감각이라고 할 수도 있다. 여자의 직관이라고 해도 된다. 뭐라고 불러도 좋다. 나는 기초 위에 서 있고, 더 이상 나아가 떨어지지 않는다. -67쪽
"스밀라가 죽으면, 내가 스밀라 가죽을 가져도 돼?"-70쪽
아이보다 더 비밀스러운 사람은 없으며, 아이보다 더 절실하게 비밀을 지켜야 할 필요가 있는 사람도 없다.-74쪽
사람들은 시계를 도구로 삼아 서로의 삶을 묶는다. 약간의 변화라도 일으키면, 거의 언제나 재미있는 일이 일어난다.-85쪽
내 어머니가 돌아오지 않게 되었을 때, 나는 어떤 순간도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생의 어떤 것도 단순히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가는 통로가 될 수는 없다. 마치 남겨놓고 가는 유일한 것인 양 매 걸음을 떼어야 한다. -180쪽
모든 살아 있는 존재들의 뇌 속에서 공포와 호기심은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순록은 가까이 와요. 위험하다는 걸 알죠. 그래도 그처럼 움직이는 게 뭔지 와서 봐야 하는 거예요.-193쪽
그린란드에서 자랐기 때문에 나는 영원히 물질적 부와 관계를 맺지 못하게 되었다. 나는 부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결코 부를 추구할 수는 없었다. 아니 진지하게 존중할 수가 없었다. 아니, 목적으로 여길 수가 없었다. -225쪽
징징대는 것은 바이러스로, 치명적이고 전염성이 높아 쉽게 감염되는 질병이다.-251쪽
가장 발달한 문화가 뭔지 결정하려는 의도로 문화를 비교하려 한다면 무엇이 되었든 자기 그림자를 혐오하는 서구 문화를 반영하는 허튼소리에 불과할 뿐이다.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실제로 살아보는 것. 그 문화 속으로 이사하여, 손님으로 받아달라고 부탁해서 언어를 배운다. 어떤 순간이 되면 이해가 찾아온다. 이해는 언제나 비언어적이다. 무엇이 낯선 것인지 이해하게 되는 순간, 설명하려는 충동을 잃어버린다. 현상을 설명하는 것은 그 현상과 거리를 두는 것이다. -258쪽
행복만큼 사람을 타락시키는 것은 없다. 행복으로 인해서, 우리는 이 순간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 또한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가 현재의 나를 만날 수 있을 만큼 강인하기 때문에 나의 유년 시절도 마찬가지로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259쪽
탁자 너머로 나는 그의 턱 옆을 어루만지며 삶이 갑자기 우리에게 완벽한 타인과 함께 행복과 희열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방식에 대해서 경탄했다. -2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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