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드로 파로디의 여섯가지 사건(Seis problemos para don Isidro Parodie, 1942)
호르헤 L. 보르헤스 Jorge Luis Borges(1899-1986, 아르헨티나)
아돌포 B. 카사레스 Adolfo Bioy Casares(1914-1999, 아르헨티나)
권영주 역
북하우스
2006.3.9, 알라딘

어쩌면 제목이 이다지도 매혹적일 수 있나. 정말 제목만 보고 확 사버렸다.
여러 책을 한꺼번에 읽으면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은유'에 관한 이야기를 한 것이 이 책인지 <전날의 섬>인지 내용이 마구 섞여들어가기 때문이다.
어떻든. 재미있지만 간과할 수 없는 은유를 담고 있는 이 여섯가지 사건들은 도무지 한 번 읽어서는 이시드로 파로디처럼 사건의 경위를 추리해 낼 수 없다는 것이 나를 난감하게 만들면서 한편으로는 도전의 욕구를 자극한다.
저 파로디 Parodie는 단순한 이름이 아니다, 물론.
이시드로 파로디는 자신의 감방으로 와서 사건 해결을 부탁하는 사람들로부터 거의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듣는다'.
사건 현장으로 가서 정밀수사를 할 수 없음에도, 이시드로 파로디는 그 특유의 기지를 발휘하여 자신이 들은 이야기로부터 사건의 경위를 논리적으로 밝혀낸다.
그에게 사건 해결을 부탁하려 오는 다양한 인물들은 객관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나르시시즘에 빠진 인물들이지만, 파로디는 그러한 장막을 모조리 걷어내고 사건을 핵심을 파악한다.
라틴문학 작가들은 특히나 아우라가 무척 강한 것 같다.
개별적으로는 독특하면서도 그 지역 작가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묘한 분위기가 있다.
외국인들이 우리의 문학에 대하여 느끼는 정서는 어떤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