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공주 - 북클릿 + 캐릭터 스티커 2종 포함 초회 한정판
방은진 감독, 엄정화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성범죄의 피해자, 곧 여성은 소위 '두 번 죽는다'.
첫 번째는 피의자인 남성으로부터 가녀린 성을 앗기고, 두 번째는 피의자인 남성을 보호하는 법적 한계로부터 자신을 유린한 당사자를 처벌할 기회를 앗긴다. 운좋게 피의자를 처벌한다 하더라도 사실상 상처는 치유되지 않는다. 그것은 빼앗긴 물건을 돌려받는다거나 피해를 금전으로 보상받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는 도저히 '보상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성범죄자 처벌 및 재발방지 논의에서 전자팔찌 등등이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인권이 무엇이냐고. 그것은 분명 그러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대상이 먼저 '인간'임을 전제한다. 그런데 성범죄자는 자신이 그런 범죄를 품는 순간부터 이미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동물이 되기를 '선택'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들에 대해서는 인권을 보호해야할 것이 아니라, 인간이 동물을 제어하고 지배하기 위해 목줄을 메고 감금하는 것처럼 대우해야 하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을까.

이 영화는 성범죄자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것을 방조하고 원인을 제공한 사회에 대한 처절한 복수극이다. 5명의 희생자 중 누구 하나라도 자신의 단계에서 멈춰줄 수 있었다면, 아이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 각자의 무심함은 한 아이에게 있어 살 수 있는 다 섯번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지만 이 영화는 이러한 피의 복수극을 긍정할 수밖에 없도록 만듦으로써 나의, 내가 속한 사회의 무력함을 일깨우고 있다.

도통 친근해지지 않는 무력함의 표상 문성근과 오싹하게 히스테리컬하다가도 문득 '싱글즈'의 동미를 연상케하는 엄정화의 연기가 묘한 언발란스를 이룬다. 영화 자체가 잘 만들어졌다기 보다도 한 번의 강렬한 메시지가 크게 다가온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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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06 0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부엉이 2006-04-06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범죄라는 것이 그다지 색다른 주제도 아니고, 근데 이 영화는 묘한 울림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