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최병곤 외 옮김 / 새미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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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La Comédie Humaine/Etudes des moeurs
Scènes de la vie de campagne
Le Médecin de campagne, 1833
par Honoré de Balzac

1829년, 그르노블 부근 한 작은 마을을 방문한 기병대 소령 즈네스타는 그 마을을 근대적으로 부흥시킨 한 의사를 만난다. 브나시라는 이름의 이 의사는 나폴레옹에 버금가는 결단력과 추진력으로 가난에 찌든 이 농촌 마을에 상업과 산업을 들여와 마을 사람들의 비참한 삶을 바꿔놓는다.
이 소설은 브나시가 즈네스타에게 이 마을에서 이룩한 업적을 이야기하고, 왕진을 돌며 마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주요 줄거리고, 그것은 거의 대부분 독백에 가깝게 브나시의 입을 통해 이야기된다. 브나시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그가 반자유주의적 왕당파에 가톨릭 옹호주의자인 발자크의 대변인임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브나시가 옹호하는 왕권과 종교는 비권력층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하고 무지한 하층민을 보호하고 측은히 여기는 지배계층이다. 한 명의 강력한 능력을 지닌 지도자는 선거를 통해 뽑힌 다수의 지배계층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집단을 통치할 수 있다고 하는 논리는 다분히 이상적이라 할 수 있다. 역사가 증명하듯이 수많은 독재자들은 개인의 욕망을 억누르지 못하고 피지배계층을 억압하는 모순에 빠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프랑스 전체의 나폴레옹과 많은 점에서 비견할 수 있는 한 작은 시골 마을의 브나시는, 그러나 영웅적이고 강인한 면모 이면에 애틋한 사랑과, 아들을 잃은 슬픔을 지닌 인간적 감성을 지닌 인물이다. 무사무욕하고, 마을 사람들의 존경을 겸허히 받아들일 줄 아는 그는 죽어서도 많은 사람들의 애도를 받는데 그 장엄한 장면은 실로 오랜만에 소설을 읽으면서 목이 메이는 경험을 하게 해 주었다.

발자크 소설의 묘사가 지루하고, 자주 중도에서 포기하고픈 욕망을 자극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고비들을 넘기고 나면 언제나, 의미없이 존재하던 사물과 상황에 인간적 현실을 연결시키는 작가의 재능에 감탄하게 된다. 그것을 작위적이라는 말로 폄하하는 비판도 있어왔지만, 그런 평가를 받기엔 그 묘사 하나하나는 너무도 정성스럽고 상세하다. 그 장황함과 극적 제시를 통해 우리는 대상의 가장 뚜렷한 특징과 함축적 현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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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10 11: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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