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수은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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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마음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기 보다는 남들의 이목에 신경쓰는 두려움 많은 한 여자와, 치유의 능력과 맑은 영성을 소유한 한 남자가 사랑을 이루어간다는 내용으로만 본다면 이 소설은 정신적으로 보다 고차원적인 연애소설일 것이다. 거기에 코엘료 식의, 이번에는 종교를 통한 자아의 발견과 사랑의 신비를 배경에 깔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보편 종교가 아닌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의 사랑의 방식을 따르는 이 사랑은, 먼저 자신을 되찾는 작업을 전제한다. '다른 사람이 되어보는 연습'이란 반대로 '자기 자신을 찾는 연습'이랄 수 있다. 완전하게 나 자신의 생각대로, 의지대로 행동한 적이 얼마나 될까? 누군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 순간에 조차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닥 중요치 않은 이유 때문에 그 말을 다음 기회로 미룬다. 자신을 찾는 연습이란 곧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며, 그것이야말로 '집착'과 혼동되지 않는 진정한 사랑이랄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생애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는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한 본보기였으며, 자기 증오는 지나친 이기심과 똑같아서 종국에는 끔찍한 고립과 절망을 낳을 뿐이라는 사실을 예시해 주는 것이었다."
헤르만 헤세, 『황야의 이리』, p.21

필라가 자신을 발견하길, 성모님의 사랑을 통해 그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깨닫게 되길 그는 인내롭게 기다린다. 비로소 사랑이란 타인에게 '주는 행위'가 아니라 자기애를 통해 자연스럽게 퍼져나가는 것임을 증거하면서.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을 읽으면서 무엇보다 신기한 점은, 여자가 아닌 그가 여성의 심리를 너무도 잘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작가로서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의 그가 성모신심을 지녔기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더불어 확신에 찬 다음의 말들이 성모 마리아에 대한 몰이해를 종식시켜주길 바라면서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하느님은 사랑이셔. 하지만 이걸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은 성모님이지."
"성모님은 모든 것을 다 내주는 신비를 정확히 이해했어. 당신 자신이 사랑하고 고통받았기에 우리를 고통으로부터 자유롭게 했지. 같은 방식으로 예수님은 우리를 죄로부터 구원하셨고."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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